업그레이드 대북 금융제재, 김정일 ‘숨통’ 죄나

미국이 천안함 대응조치로 고강도 대(對)북한 ‘돈줄 죄기’에 나설 전망이다. 불법 금융계좌 거래를 차단해 김정일 통치체제에 실질적인 타격에 나서겠다는 방안이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21일 북한 무역회사의 불법 활동에 관련된 은행들의 불법 금융거래를 중단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관련한 패키지 금융 제재조치를 2주내에 단행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때문에 외교가에서는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BDA) 식 제재보다 업그레이드 된 금융제재를 예상하고 있다. BDA제재 당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금융은 피와 같다. 이것이 멈추면 심장도 멎는다”고 했을 정도로, 이번 금융제재가 단행되면 김정일 정권에 상당한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은 무기 및 관련물자 판매·조달, 사치품 조달 및 기타 불법 활동(마약 및 위조지폐 등)에 대한 제재를 위해 북한의 비밀계좌 200여 개를 정밀 추적 중이며, 이 가운데 100여 개를 해당 은행에 통보해 자금을 동결시키는 조치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23일 “과거 BDA에 대한 금융제재가 은행을 동결시킨 ‘일반적인 타격'(general strike)이라면 미국의 추가 대북 금융제재는 특정계좌에 대한 ‘정밀타격(surgical strike)’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북한의 거의 모든 계좌를 제재한다’는 목표아래 100여개의 계좌 하나하나를 주목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치밀한 계획을 통해 제재의 강도를 높이는 한편, 북한이 제재 망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다양한 방안도 구상중이다.


단지 북한 자금의 동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거래하는 금융거래 자체를 막는다는 측면에서 북한 지도부에 상당한 임팩트를 줄 것이라는 것이 정부 당국의 설명이다. 불법 활동에 관련한 의심 금융계좌 모두를 동결시켜 거래를 차단하면, 합법적 거래에도 영향을 미처 압박 효과가 배가될 것이란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전문가는 “만약 미국이 ‘북한과 거래하는 은행과 거래하지 않겠다’거나 ‘북한의 불법 거래 계좌가 있다’고 은행을 지목하게 되면, 그 은행은 기피대상이 된다”면서 “은행으로서도 불법 거래 계좌가 있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북한과의 거래를 꺼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미국이 2005년 BDA를 불법 자금세탁 은행으로 지목하자, 상당수의 일반인들이 계좌에서 돈을 인출해 거래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BDA는 운용에 심각한 차질을 빚은 바 있다.


외교 소식통도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가 시작되면 메이저 은행들은 북한과 거래를 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면서 “북한은 중소 규모의 은행이나 시골은행을 통해서나 거래를 해야 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로버트 아인혼 대(對)이란·북한제재조정관은 21일 “미국은 기존의 법적 근거와 새로운 법적 근거를 모두 동원해 북한에 더욱 강력한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현재 대북 금융제재와 관련, 핵 확산뿐 아니라 북한의 재래식 무기 판매 또는 구입, 사치품 구입, 위조지폐, 담배와 마약 밀매 등의 불법 활동에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행정명령 등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대북 금융제재를 국무부와 재무부가 전담해서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천안함 사건과 무관하게 그동안 북한의 실질적인 변화를 위한 방안으로 금융제재를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다른 외교 소식통도 “이번 미국의 금융제재는 현재의 제재를 보다 강화할 뿐만 아니라 남아있는 제재를 모두 동원해 북한을 압박하려는 것”이라면서 “이미 미국은 행정조치 등 미국 국내법상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미국은 중국계 은행에 북한의 계좌가 상당수 있는 것으로 보고 제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중국정부의 협조를 요청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역시 대미 경제관계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덮어놓고 북한의 손을 들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고위 당국자는 23일 “중국은행에 북한 계좌가 많이 있은데, 확실한 (불법 거래와 관련) 증거를 제시하면 중국으로서도 어떻게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내다봤다.


이 당국자는 이어 “은행 입장에서는 제재 위반에 지목됐다고 하면 은행 이미지를 고려해야 하며, 어떤 은행이든 미국과 거래를 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교 소식통도 “이번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은 계속 높아지고 있는 반면, 중국의 북한에 대한 인내심은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유엔제재를 일정정도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을 언제까지 두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금융제재가 실시되기 전에 북한 지도부가 계좌에서 모든 돈을 인출하거나 새로운 계좌를 만들어 제재 망을 벗어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돈을 인출하는 자체도 전산망에 근거로 남기 때문에 추적을 통해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 당국의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북 전문가는 “오히려 미국 정보당국이 북한이 계좌에서 돈을 빼려고 하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이는 정확한 북한의 자산을 모르고 있는 상황에서 계좌의 흐름을 파악하려는 의도로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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