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중한 한반도 정세와 그 미래

한반도 안보 정세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안갯속이다. 남북관계는 물론 미북관계, 북일관계, 북중관계, 미중관계, 중일관계 등 어느 것 하나 명쾌한 것이 없다. 모두가 불확실하다. 이처럼 한반도 정세를 안갯속으로 집어넣은 1차적인 책임은 물론 북한에 있다. 북한의 ‘북한식’ 행동은 남한, 미국, 일본 등은 물론, 중국까지 곤경에 빠뜨렸다. 북한이 취한 강경한 군사적 행동은 북한으로서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겠지만 냉혹한 국제사회에서는 그것이 통용되지 않는다. 강자가 지배하는 국제질서는 약자가 파고들 여지가 별로 없다. 냉전 이전시기 북한을 편들었던 소련이나 중국은 이제 모두 변했다. 북한의 전통적 우방은 더 이상 지구상에 없다.


북한은 이런 상황에 대비하여 일찍이 50년대부터 ‘자주’를 표방하였다. 모든 것을 자주적으로 해결해야 주변국의 도움 없이도 생존할 수 있다는 발상은 매우 이상적인 생각이었다. 그러나 자주노선은 결국 북한을 ‘이상한’ 나라로 만들었고, 오늘날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 바람에 ‘비자주’ 국가가 되어 버렸다. 이것이 현실이다. 이웃 국가의 도움 없이는 1주일도 버티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러나 북한은 아직도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북한은 3월 31일에도 서해 NLL방향을 향해 해안포, 다연장포, 함포 등을 동원하여 500여 발의 포탄을 발사했다. 그 중 100여 발은 NLL을 넘어왔다. 이에 우리 군은 ‘3배 보복원칙’에 따라 300발의 대응사격을 하였다. 정말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이전으로 돌아가면 북한은 2월 21일부터 스커드, 노동 등 다양한 미사일을 동해와 그 공해상으로 발사하여 주변국들을 경악게 했다.


북한은 왜 주변국이 싫어하는 행동을 계속하는 걸까? 첫째, 김정은 ‘3대수령’을 결사옹위하겠다는 군부의 과잉충성 때문이다. 북한 3대세습에 대한 국제사회의 조롱은 극에 달해있다. 더구나 김정은은 2009년 등장하자마자 대내외적으로 초강경책을 구사하였다. 2010년에는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을 자행하였다. 이러한 김정은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김정은 교체’를 공공연히 주장하였다. 북한의 충성분자들은 김정은 결사옹위를 들고 나왔고, 김정은 비판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물론 이것은 수령과 국가를 동일시하는 정치문화와도 관련이 된다. 수령이 없으면 나라가 망한다는 전근대적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김정은을 결사옹위하기 위해 핵무기 사용도 불사하겠다는 주장의 근원적 배경이 이것이다.


둘째, 비슷한 이유이지만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사건과 11월 연평도에 대한 포격사건에 대한 보복이 두려워서 미리 큰소리를 쳐두기 위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1999년 6월 제1연평해전에서는 남한이 승리했고, 2002년 6월 제2연평해전에서는 북한이 승리했다. 2009년 11월 대청해전에서는 남한이 승리했고, 2010년에는 북한이 승리했다. 이제는 남한이 승리할 차례이다. 북한은 남한에서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실시될 때마다 단말마적 반발을 하였다. 훈련을 빙자하여 북한에 보복공격을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금년에도 북한은 3월 30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포항에서 실시된 ‘쌍룡훈련’을 ‘평양점령’ 훈련이라고 비난하면서 NLL근처에 포격을 가했다. 북한은 현재 잠을 편히 못자고 있는 형편이다. 우리 속담에 ‘맞은 자는 편히 자지만 때린 자는 발뻗고 못잔다’라는 속담이 있다. 물론 북한은 천안함 폭침이 자신의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남한을 비롯한 거의 모든 국가는 북한의 소행으로 생각하고 있다. 어쨌든 북한은 남한의 보복을 두려워하고 있고, 그것이 김정은 제거로 이어질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3월 28일 독일 드레스덴에서 소위 ‘드레스덴 제안’을 내놓았다. 그것은 크게 박 대통령의 대북 인식, 대북 제안, 북한 비핵화 방식 등이 녹아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3대제안’ 앞에 나온 대북 인식이다. 박 대통령은 북한에는 아직도 굶주린 어린이가 있고, 자유를 찾아 탈북하는 탈북자들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남북한 주민의 인도적 문제 우선적 해결, 남북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 구축, 남북 주민 간 동질성 회복 등 세 가지 구상을 북한 측에 제안했다. 이것은 북한 ‘김 씨 정권’은 주민을 먹여 살리는 것을 실패한 ‘실패정권’이기 때문에 남한이 우리 민족이자 통일미래 세대인 영유아를 먹여 살리겠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이제 북한 주민들을 직접 상대하겠다는 것을 선포한 것이다. 정권과 주민을 분리하겠다는 전략이기도 하다.


독일 드레스덴은 서독 주도로 통일이 되어 잘사는 도시가 된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리고 드레스덴은 반동독 시위가 일어난 곳이다. 북한 신의주 개발을 제안한 것은 1945년 11월 반공학생운동이 일어난 곳으로서 이곳 주민들이 깨어나 반김정은 시위가 일어날 것을 은근히 바라는 것일 수도 있다. 전체적으로 드레스덴 제안은 북한주민들의 ‘집단지성’을 깨우치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제안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은 이제 완전히 포위되어 있다. 북한은 이것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첫째, 제4차 핵실험 등 군사적 방식을 통해 돌파해 나가는 것이다. 만일 한반도에서 국지전이 일어난다면 북한도 큰 피해를 보겠지만 남한도 피해를 볼 것이고 중국은 이를 중재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할 것이다. 중국은 한반도의 불안정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도 우크라이나 사태, 중동문제 등 때문에 한반도에서의 분쟁을 싫어한다. 북한은 이러한 미국과 중국의 약점을 이용하여 보다 많은 이익을 취하기 위해 국지전을 도발할 수도 있다. 북한의 전형적인 ‘노이즈 마케팅(noisy marketing)’ 전술인 것이다. 그러나 좋은 방안은 아니다. 종국에는 북한체제가 소멸할 단초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6자회담 등 협상에 나서는 것이다. 한국이나 미국을 6자회담에 불러내기 위해 전격적으로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 진전 카드를 내미는 것이다. 그러면서 남북대화나 미북대화에 적극 나서는 것이다. 물론 일정한 경제지원을 획득하는 ‘전과’도 올리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는 형국이다. 그러나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서는 늘 위기와 기회가 반복되어 왔다는 점에서 위기가 정점에 달했으니 기회로 전환되는 시점이 되지 않았나라고 조심스러운 전망을 해본다. 물론 희망사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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