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저 땅 밟아볼 수 있을지…” 탈북자의 ‘향수’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 특히 올해는 최장 9일의 황금연휴로 어느 때보다 명절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분위기가 마냥 즐겁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황금연휴’도 이들에겐 고향에 대한 향수만 깊어지게 할 뿐이다.


바로 탈북자 이야기다. 김정일의 폭정과 굶주림을 피해 한국행을 택했던 이들도 이 때만큼은 고향생각이 절실하다. 부모님, 자식, 친지들 생각에 그저 홀로 눈물짓곤 한다. ‘통일전망대’ ‘임진각’ 등을 가보지만 고향에 대한 그리움만 깊어질 뿐이다. 데일리NK는 추석을 맞이해 이들의 속앓이를 들어봤다.


▲ 박순태 씨(가명, 48세 2008년 12월 탈북)


“이번 추석에도 딱히 계획이 없네요. 남의 벌초라도 도와주러가고 싶은 심정입니다. 매년 추석이나 설날 같은 명절이 오면 할 게 없어요. 외롭기만 하고…. 그저 홀로 집에 앉아 두고 온 고향생각이나 합니다. 우리 집이 7남매라서 명절날 가족이 다 모이면 한 부대가 되곤 했는데, 맏아들이 그것도 혼자서 탈북해서 나와있는게 정말 죄송하죠….


작년 추석은 하나원을 나와서 처음으로 맞는 추석 이었는데 아무대도 나가고 싶지 않아 집에만 있었어요. 그런데 수녀님이 추석날 집까지 찾아와서 성당에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 수녀님이 내 아버지 이름 석 자를 적고 제사를 지내주셨는데 너무 고마웠습니다. 올해는 집에서 밥이라도 한 끼 떠 놓고 절이라도 하려고 합니다.”


▲ 김삼호 씨(가명, 29세 2001년 3월 탈북)


“탈북한지 벌써 10년이 다돼가지만 역시 명절이 오면 고향생각이 많이 납니다. 매년 명절이 오면 임진각이나 통일전망대에 많이 갔는데 이번 추석에는 대구에 있는 엄마 집에 동생과 함께 내려갈 생각입니다.


통일전망대에서 북한을 바라보면 느낌이 참 묘해요. 가고싶기도 하고 가기 싫기도 하고…. 우선 친구들 생각이 많이 나요. 그때는 같은 군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전망대에서 군인이 보이곤 할 때면 그 친구들이 저기서 지키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고 친구들이 제대는 했을까하는 생각도 나고. 언제다시 저 땅을 밟아볼 수 있을지….”


▲ 조성희(가명, 47세 2008년 4월 탈북)


“저는 2009년 11월에 남한에서 지금의 남편과 결혼했어요. 가족을 만들고 나니까 외로운 것도 많이 없어지고 의지도 되고 좋은데 명절에는 역시 집 생각이 많이 나서 힘들어요.


결혼하고 나서는 시집에 가는데 기독교라 차례도 안지내고 추석에는 그냥 형님 집에 들러서 같이 식사나 한 끼하고 오는 정도예요.


저는 7형제 중 막내였어요. 우리는 명절에 7형제가 모두 모이면 같이 음식하고 정말 명절 같은 그런 화목한 분위기였는데 탈북하고 나서는 아직 그런 분위기를 느껴보지 못했어요. 그 분위기가 너무 그립고 고향에 두고 온 가족 생각에 마음이 너무 무거워요.”


▲ 한필화(가명, 43세 2009년 11월 탈북)


“추석하면 고향생각부터 나요. 근데 탈북자 신분으로 우리 상황은 그렇지 못하니까 갈 데도 없고 이번 추석에는 같이 온 친구들하고 경기도로 1박2일 놀러갔다 오기로 했어요.


올해는 제가 탈북해서 처음 맞는 추석이라 고향생각이 더 많이 나요. 그래도 재간이 없죠. 어쩌겠어요. 설 명절, 추석, 하나원을 금방 수료하고 나올 때 가장 고향생각이 많이나요. 부모형제 생각 때문에 제일 힘들어요.


한 동네 사람들 다 생각나고 스쳐지나갔던 모든 것들이 소중했던 것 같아요. 공기도 좋고… 명절날만은 온 가족 식구들이 다 모여서 부모님 산소를 찾아갔어요. 옥수수로 뽑은 술 농백을 마시면서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회포도 풀고 음식도 나누고 그랬는데… 다들 건강하신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남북 간에 이산가족상봉 이야기가 나오는데 너무 부러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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