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가뭄에 콩 나듯 이산가족 상봉 할텐가

20번째 맞는 이산가족 직접 상봉 행사가 그제부터 시작됐습니다. 65년을 기다려 겨우 12시간일 뿐이지만 그마저도 감지덕지한 마음으로 그것도 663대 1이라는 하늘의 별 따기와 같은 경쟁을 뚫고 이 기회를 잡게 된 이산가족 상봉자들입니다. 죽은 줄로만 알고 37년 동안 제사를 지내 온 남한의 할머니는 북한에서 살고 있는 남편을 만나 한없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하긴 어느 이산가족인들 이런 눈물 나는 사연 한 두 가지씩 갖지 않은 사람들이 있겠습니까만 평생을 소원하고 꿈에도 못 잊어하는 가족들을 만날 생각에 밤새 잠을 설쳐야만 했던 상봉자들이었습니다. 그러나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던 분들입니다. 남한만 해도 아직도 6만 6천명이나 되는 이산가족상봉 신청자가 있을 정도로 많으니 남북 다 합치면 얼마나 많겠습니까. 그런데도 최근 7,8년 동안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이번을 포함해 네 차례만 열렸습니다. 게다가 나머지 이산가족들은 언제 만난다는 기약도 없습니다.

물론 지뢰도발로 시작되긴 했지만 남북 고위급 회담의 결과로 이어지고 우여곡절 끝에 오늘과 같은 이산가족 만남이 성사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오늘처럼 하는 상봉 행사는 이산가족들의 아픔만 더 해 줄 뿐입니다. 더더구나 전쟁을 겪은 세대니 이제는 나이가 많이 들어 해마다 수천 명이 세상을 뜨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가물에 콩 나듯 그것도 마치나 선심이나 쓰듯이 상봉행사를 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상봉 형식도 문제입니다. 지금처럼 며칠 동안 정해진 시간에 잠깐 만나고 또다시 생이별하게 되는 방식은 만난 후에 더 큰 고통으로 다가옵니다. 전화도 편지 교환도 불가능하지, 함께 살 수도 자유롭게 왕래할 수는 더더욱 없습니다. 그런 만큼 이산가족 문제 해결 방식은 대폭 바뀌어야 합니다. 특히 고향을 떠나 온 나이 많은 분들은 고향땅을 밟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죽기 전에 고향 한번 가보고 싶다는 이들의 소원은 사실 가장 기초적인 인권 중의 하나가 아닙니까.

김정은 정권의 이산가족 문제는 이제 남북 간의 정치적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 전 인류의 보편적 인권 문제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아무리 남과 북이 갈등하고 반목하더라도 또 정세가 심각해지더라도 이산가족 문제만큼은 인도적 견지에서 다뤄줘야 한다는 걸 명심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