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피부색 다르지만 ‘北인권’ 한목소리

▲ 26일 프레스센터에서 6개국 대학생들이 모여 북한인권문제 및 탈북고아 문제에 관한 대학생국제회의를 진행했다. ⓒ데일리NK

국제적인 네트워크의 구축을 통해 대학생 북한인권 운동의 새로운 도약을 이루겠다는 대학생들의 노력이 본격화 되고 있다.

‘2008북한인권국민캠페인’ 차원에서 26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북한인권 대학생 국제회의’에서 윤주용 북한인권청년학생연대 대표는 “현재 수 천 명에 달하는 재중 탈북고아들이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며 “탈북고아 문제를 비롯해 북한 주민들의 인권문제에 대학생들이 나서는 것은 절실한 시대적 과제”라고 밝혔다.

윤 대표는 “대학생 국제회의에서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는 대학생 단체들과 개인 간의 건설적인 논의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탈북 고아들과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와 인권이라는 희망의 빛을 전하는 대학생이 되자”고 촉구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한남수 북한인권탈북청년연합 대표는 “현재 중국에 체류 중인 탈북 고아의 정확한 규모는 파악하기 힘든 게 사실”이라며 “이들은 대부분 합법적인 신분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언제라도 체포되어 강제송환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대표는 “특히 어린 고아의 경우 자립적 생활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대부분 떠돌이 생활을 하거나 구걸을 하면서 범죄에 노출되기 쉽다”며 “심한 경우 아동 매춘과 인신매매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 왼쪽부터 일본대학생 유야마 아츠시 씨, 서울대국제대학원 석사과정중인 가브리엘라 자라 아르구도 양, 숙명여대 북한인권동아리 하나 유지숙 대표, 탈북고아 박충식 씨, 오스트레일리아 대학생 자스민 양 ⓒ데일리NK

특히 “그들 대부분은 현재 심리적 불안 상태, 행동장애 발생, 부모의 사망을 목격하거나 인신매매 등으로부터 오는 극심한 정신적 충격 상태에 놓여있다”며 이들에 대한 신속한 지원과 대책이 절실함을 강조했다.

숙명여대 북한인권동아리 H.A.N.A 유지숙 대표는 “현재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가장 많은 부류는 여전히 무관심과 무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세계적 관심사로 떠오른 북한인권문제에 대학생들의 참여와 노력이 절실하다”고 밝혀다.

유 대표는 지난 10년간의 활동을 총화하며, “지난 10년간의 노력으로 한국과 대학사회에서 북한인권 실상에 대한 일반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었다”며 “전무했던 북한인권 운동이 양적으로 크게 성장한 기간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앞으로는 양적 성장을 바탕으로 한 질적 성장을 모색해야 할 때”라며 “국내는 물론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해 대학생 북한인권운동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와 함께 1997년 13살의 나이로 탈북해 현재 일본 리츠메이칸대학에 재학 중인 박충식(24) 씨는 이날 행사에 참석해 탈북 고아들의 사례를 생생히 증언했다.

박 씨는 “나는 북한이 싫어서가 아니라, 그 곳에서는 살 수 없어서 탈북한 것”이라며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식량난이 겹치면서 2살 어린 동생과 함께 두만강을 건넜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중국에서 나와 비슷한 나이의 ‘꽃제비(일정한 거주지 없이 떠도는 아이들)’들이 겨울에 다리 밑에서 동사해 있는 것을 본 적도 있다”며 “입고 있는 옷을 보니 조선(북한)에서 입는 교복이라 그들도 나처럼 중국을 떠돌다 얼어 죽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우리와 같은 탈북 고아들은 신체적 고통보다 정신적 어려움이 더 크다”며 “매일 연속되는 악몽과 강제송환에 대한 두려움, 죽음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인해 매일 매일 불안한 마음으로 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서울대국제대학원 석사과정 중인 에콰도르 출신 가브리엘라 자라 아르구도(Gabriela Jara Argudo), 일본에서 참석한 유야마 아츠시 (Yuyama Atsushi)씨 등이 참석해 각국의 북한인권운동 사례를 공유하고 향후 대학생들 간 네트워크를 확대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가브리엘라 씨는 “인권 침해 정보를 수집하고 전파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인권침해 사례를 알리기 위해 라디오, 텔레비전, 신문, 인터넷 등 도움이 되는 모든 수단을 이용하고 국제기구, 비정부기구 캠페인에 참여할 것”을 주장했다.

유야마 씨는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선 각국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도 비판해야 한다”며 “북한 인권문제 개선을 위해선 북한 밖에 있는 사람들의 이해와 협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탈북자의 증언을 듣고 ’북한에서 태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안심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활동하는 대학생들에 대한 격려와 관심도 이어졌다.

이날 행사에 앞서 축사를 한 김석우(전 통일원 차관) 북한인권캠페인 공동대회장은 “우리는 지금 이 자리에서 인류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고 있다”고 격려하며 “시대적 양심, 지식인으로서의 용기를 보여주고 있는 젊은이들의 노력이 북한인권 문제를 결국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박범진 북한인권캠페인 고문은 “최근 대학생들이 벌이고 있는 북한인권운동은 한국 학생운동사 중에서 시대정신에 가장 부합되는 운동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회의가 북한인권 개선에 대한 사회적 협력 분위기를 확산하고 전파하는 훌륭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