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외교안보통일 담당 기자들에게 드리는 苦言

국방부는 30일 김태영 합참의장의 ‘북핵 공격시 핵기지 타격론’ 발언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취소 요구를 거부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북측에 사과할 뜻이 없고 우리가 사과할 내용도 아니다”고 밝혔다.

맞는 말이다. 김 의장의 발언은 북한이 핵무기로 공격해올 경우 우리 군이 취해야 할 핵 억지(抑止)를 위한 조치를 언급한 것이다. 조기경보체계에 의해 북한의 핵공격이 분명해졌다고 판단될 경우 우리가 취할 핵 억지책은 북한의 핵기지 선제타격 외에 달리 없다. 한반도는 전쟁 종심(縱深)이 워낙 짧아 핵 선제공격을 받는 순간 모든 것이 잿더미로 변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공격 조짐이 분명하면 핵기지 선제타격은 한미연합군이 첫번째로 취해야 할 군사적 조치이다. 따라서 김 의장은 군사전략의 기본중의 기본을 언급한 것이다.

그런데, 북한군이 김의장의 발언에 사과와 취소를 요구하자, 국방부가 처음 보인 반응은 “김의장은 선제공격 발언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설사 ‘선제공격’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해도 국방부는 이같은 수세적이고 마치 북한에 ‘해명’을 하는듯한 반응을 보일 필요가 전혀 없다.

또 국방부는 ‘사과할 뜻이 없다’는 식의 반응을 넘어, 먼저 북한군이 걸어온 내정간섭의 시비를 준엄하게 꾸짖어주는 것이 옳은 태도다. 지금 핵무기로 한반도와 동북아에 긴장을 조성하는 당사자는 북한이다. 북한은 지난해 말로 예정된 핵 신고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같은 긴장고조 ‘주범’을 국방부가 준엄하게 혼을 내는 논평을 내는 것이 첫 수순이다.

국방부가 이러한 논평을 내는 데 언론이나 정치권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국방부는 자신의 원칙적인 대응이 ‘행여 언론에 강경하게 비쳐지지 않을까’ ‘혹시 4.9 총선에 집권 여당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라는 권력과 언론의 눈치보기를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국방부는 오로지 대한민국 영토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어느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없이 당당하게 사태에 임하면 된다.

언론인의 역사적 책무 더욱 막중해졌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섣부른 ‘한반도 긴장 완화책’이니, ‘북한과의 대화채널 가동이 시급하다’느니 하는 보도는 현 정세를 정확하게 보고 있지 못한 데서 기인한 것이다.

지금 우리 정부가 시급히 해야할 일은 북한의 이같은 도발을 무시하면서 한미동맹을 복원시킨 후, 그리고 대북 전략을 더욱 구체화 한 후, 그 다음 ‘준비된 긴장완화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올바른 수순이다. 지금 ‘북한과의 시급한 대화 채널 복구’를 떠드는 것은 언론의 ‘대책없는 성급함’ 외에 다름 아니다.

그동안 언론은 이른바 ‘기계적 형평’이라도 맞춘답시고 함량미달 전문가들의 코멘트까지 많이 인용했다. 지난 10년간 비판없이 햇볕정책을 추종해온 관변 학자, 하류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결과적으로 여론을 호도해온 측면이 없지 않은 것이다.

기자가 여러 전문가들의 코멘트를 인용하는 것은 옳은 일이다. 그러나 우리사회에서 잘못 나뉘어진 이른바 보수-진보, 대북 강경파-온건파의 틀에 억지로 꿰맞추어서, 명백히 잘못된 견해마저 ‘기계적 형평 맞추기’를 이유로 인용해줄 필요는 전혀 없다.

언론은 먼저 정확한 기사와 정확한 논평을 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막연하게 이쪽저쪽의 이야기를 병렬로 늘어놓는 것은 정확한 기사 작성이 아니다. 이른바 보수-진보, 강경-온건의 입장에서 떠나서 정확한 인용을 하는 것이 먼저라는 이야기다.

현재의 남북관계 상황에서 “북한과 대화채널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는 전문가로 보기 어렵다.

전문가라면 의사에 비유할 수 있다. 의사의 수준을 명의(名醫)-진료를 잘하는 전문의-보통 수준의 의사-돌팔이로 나눌 경우, 지금 북한과 대화채널을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는 ‘보통 수준의 의사’에도 못미치는 생각 없는 사람들이다. 지난 10년간 ‘햇볕’ 추종파들 중에 유난히 하류들이 많았다. 실력은 안 되면서 아는 체는 하고 싶어하는, 이른바 3류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이들이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 실패를 부추겨온 것이나 다름 없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언론은 ‘기계적 형평 맞추기’를 핑계로 하류들의 코멘트를 그대로 사용하는 구태는 버려야 한다. 물론 담당기자 입장에서는 마감시간이 촉박한 현실이 있겠지만, 좀더 신중한 기사 작성이 요구되며, 먼저 기자 자신부터 전문가가 되어야 누구의 말이 더 정확한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남한내 이른바 좌우, 보수-진보라는 입장의 차이를 떠나, 북한문제를 누가 더 ‘정확하게 보느냐’가 판단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진보’라는 간판 뒤에 숨은 실력없는 3류들이 한 두명이 아님을 먼저 기자들이 잘 알아야 한다.

또 기자들은 굳이 국내 전문가들의 말만 인용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제 일본, 미국, 중국에 한반도 전문가들이 많이 생겼다. 이들도 인용 대상이 될 수 있다. 또 그들이 객관적으로 사태를 관찰할 수 있는 장점도 있는 것이다.

지금 한반도에 긴장을 고조시켜 핵문제를 회피하고, 총선 공간에서 남한내 여론을 분열시키며, 새 정부 길들이기를 하면서 그 추이를 지켜보려는 김정일 정권의 ‘잔머리’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사람은 결코 전문가라고 볼 수 없다.

기자들은 과거와 달리 북한당국이 ‘남한내 여론 조성’에도 적극 개입해온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6.15 남북공동행사 때부터 남한내 여론 조성에 활용해왔을 뿐더러, 가까운 예로 지난해 12월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두고 김양건 통전부장이 왜 서울에 내려왔겠는가?

이제 과거 냉전시기처럼 한반도 정세분석을 하면서 ‘南따로 北따로’ 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를 하나의 시야에 넣고 정세분석을 해야 한다. 각 신문, 방송, 통신의 외교안보통일 담당 기자들은 이 점을 깊이 염두에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 북한문제, 구체적으로 김정일 정권 문제가 매개로 되어 한반도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올 것이라는 사실은 전문가라면 대부분 인지하고 있다. 언론인들의 역사적, 시대적 책무가 더욱 막중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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