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류근로자 8.15전 석방가능성 `주목’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으로 이뤄진 미국인 여기자 석방을 계기로 개성공단에 4개월 이상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의 석방도 머지 않으리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주무부처인 통일부 당국자들은 6일 유씨 석방 문제와 관련, “북측으로부터 구체적인 신호가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정부 안팎의 일부 관측통들은 여러 정황상 광복절(8.15)을 앞둔 다음 주 중 북한이 유씨 문제를 털어내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광복절전 해결 기대 근거는 = 무엇보다 북한 입장에서 미국 여기자 석방을 계기로 유씨를 계속 억류할 필요성과 명분이 약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씨는 지난 3월30일 체제비난, 여종업원에 대한 탈북책동 등 혐의로 체포된뒤 이날까지 130일째 억류돼 있다. 북한 형사소송법이 우리의 경찰 및 검찰 수사에 해당하는 `예심’ 기간 피의자 구류는 2차례 연장을 포함해 5개월(150일)을 넘기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구속수사’ 기한까지 불과 20일을 남기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북한이 외부인 접견조차 허용하지 않은 채 유씨를 구금하고 있는 데 대한 국내의 비난 여론도 날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실제로 `우리 민족끼리’를 강조하는 북한이 미국인 여기자는 사면.석방하면서 우리 근로자는 `묻지마 억류’를 계속하고 있는 데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가 이날 “북한은 말로는 우리 민족끼리를 강조하면서 실제로는 미국과 남한을 차별해 실망”이라고 말한 것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북한으로서도 `통일전선전술’의 측면에서 이 같은 기류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한 입장에서 클린턴 방북을 계기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국면을 대화국면으로 바꾸고 남한의 동맹국인 미국을 본격적인 당국간 대화의 무대로 끌어내려면 `인도주의’를 명분삼아 유씨를 추방 형식으로 석방하는 것이 이익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북한의 태도변화를 기다리는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계기로 과감한 대북 제의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면 유씨 문제가 선결되야 한다는 점을 북측도 십분 알고 있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현대아산 움직임 `주목’ = 관측통들은 현대아산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정부 당국간 공식.비공식 협의채널이 사실상 단절된 상황에서 유씨의 소속 회사이자, 금강산 및 개성 관광에 이해가 걸려있는 현대아산이 유씨 문제 해결을 위한 물밑노력을 해온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지난 4일 정몽헌 전 회장 6주기 추모식에 참석하기 위해 금강산을 찾았을 때 북측 대남라인의 고위급 인사인 리종혁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나와 현 회장과 만난 사실에 관심이 쏠린다.

두 사람의 만남에서 유씨 문제 해결에 대한 긍정적인 논의가 오갔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북측이 그간 유씨 문제의 해결 등을 위해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이 여러차례 방북했을 때 실무자 급에서 응대했다는 점으로 미뤄 리 부위원장이 현 회장을 만난 사실은 예사롭지 않다 .

대북사업 파트너인 `현대가(家)’에 대한 예우차원일 수 있지만 유씨 문제를 해결하고 그것을 발판삼아 금강산 관광 재개 및 남북간 인도적 협력 재개 등을 추진할 뜻이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변수는 북의 대남기조= 그러나 현재 유씨 문제에 대한 `칼자루’는 북이 쥐고 있다는 점에서 석방문제는 북한이 현 시점에서 남북관계에 대해 어떤 구상을 갖고 있는지와 직접 관련돼 있어 보인다.

즉 북한이 클린턴 방북을 계기로 한 북미관계의 변화와 관계없이 남측과는 계속 각을 세우며 우리 정부의 정책전환을 유도할 생각이거나, 유씨를 풀되 클린턴의 방북과 같은 정치적 대가 또는 경제적 대가를 바랄 경우 조기 석방은 기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맥락에서 부정적인 전망을 하는 쪽에서는 북한이 곧 유씨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하되, 자기 법정에 유씨를 세우겠다며 남북간 협의를 제의할 수 있다는 예상을 내 놓는다.

범칙금 부과.경고.추방 등 이외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엄중한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남북이 별도로 합의해 처리한다는 남북합의서의 조문을 내세우며 협의를 제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시나리오 대로라면 정부는 어려운 입장이 될 수 있다. 남북간 협의가 진행되는 동안 조기 해결을 요구하는 국민의 여론과 대북정책 전환 및 모종의 정치.경제적 대가를 기대할 수 있는 북한을 동시에 상대해야할 것으오 보이기 때문이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