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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도 주민등록번호가 있을까? 물론 있다.
남한에서 주민등록증에 해당하는 증명카드를 북한에서는 ‘공민증’이라 부른다. 북한 주민이면 누구나 만 17세에 공민으로 등록하고 공민증을 발급받는다. 공민증에는 사진과 성명, 성별, 민족, 생년월일, 난 곳 등이 기록되어 있다.
‘공민등록번호’도 있다. 공민증에는 그냥 ‘번호’로 나온다. 이것이 남한의 주민등록번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번호 외우고 다닐 필요는 없어
그런데 북한의 성인들에게 자신의 공민등록번호를 물어보면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주민등록번호를 줄줄 외우고 다니는 남한과는 대조적이다.
남한은 주민등록번호와 지문 등이 전산화되어 있기 때문에 혹시 신분증을 갖고 다니지 않다가 검문에 걸려도 경찰관의 무전연락만으로 본인 확인이 가능하다. 가입할 때 주민등록번호 기입을 요구하는 인터넷 사이트도 많다. 그래서 남한 주민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주민등록번호를 되뇌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전산화가 되어 있지 않아 공민등록번호가 별다른 필요가 없다. 공민증이 없으면 달리 신분을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자기 마을 밖으로 나가기도 힘들고, 공민증이나 출장 ∙ 여행증명서를 소지하지 않고 타 지역을 돌아다니는 사람이 있다면 분주소(파출소)에 잡혀가 조사를 받아야 한다.
번호 부여 방식은 암호화
그럼 북한의 공민등록번호에도 규칙이 있을까?
남한의 주민등록번호는 앞 6자리는 생년월일, 뒤 7자리 가운데 첫 번째는 성별, 그 다음 네 자리는 출생지역을 나타내는 식으로 규칙이 존재한다. 북한의 공민등록번호에도 이러한 규칙이 있는 것 같지만 정확히 어떠한 규칙이 적용되고 있는지 아는 주민들은 없다.
탈북자 김영호(35세)씨는 북한에 거주할 때 “공민등록번호는 김일성을 1번으로 해서 태어난 순서대로 번호를 정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 가운데 이렇게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북한의 공민증을 발급해주는 기관인 사회안전부에서 근무했던 탈북자 이수철(31)씨는 “북한의 공민등록번호에도 일정한 숫자체계가 있지만 일반 주민들은 알지 못하게 암호화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암호화 방식도 정기적으로 바뀌어 사회안전부 요원들도 관련 문서를 펴보지 않고는 등록번호체계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곽대중 기자 big@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