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남북분단 키프로스, ‘통일 회담’ 진행중이네~

동부 지중해의 아름다운 섬 키프로스가 평화의 섬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지중해성 기후의 가장 아름답고 눈부신 풍광을 전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이 섬의 역사는 사실 그 외형의 아름다움과는 딴판이다.

1만㎢ 에 인구 70여만 명의 작은 섬이지만 한국의 남북 분단처럼 남과 북이 분단되어 서로 왕래를 끊고 있다. 우리의 남북분단은 이데올로기적 분단이지만 남북 키프로스의 분단은 인종과 종교 그리고 외세의 개입과 이권에 따른 분단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3일 양측 정상이 만나 긴장 해소와 평화로운 통일을 향한 전향적 논의를 가졌다.

키프로스는 1960년 8월 영국으로부터 독립했다. 그러나 그리스 정교를 믿는 그리스계가 78%, 이슬람을 신봉하는 터키계가 22%를 차지하고 있는 키프로스는 독립 이후 양진영 간의 유혈 충돌이 그치지 않았다. 이에 1964년 3월 UN은 평화유지군을 파견하게 된다.

그후 1974년 그리스의 지원을 입은 그리스계의 군 장교들이 쿠데타를 단행, 친그리스정권수립이 수립됐다. 터키는 이를 두고 그리스가 키프로스를 무력 합병한 행동으로 간주, 역시 3만 5천명의 군대를 키프로스에 상륙시켰다. 북부 키프로스에 당도한 터키는 3주 만에 대부분의 북부 지역을 장악했으며, 17만명의 그리스계 기독교 키프로스인들을 강제로 남부로 추방했다. 이에 따라 남부 키프로스도 4만 5천명의 터키계 이슬람 키프로스인들을 북부로 추방해 버렸다. 키프로스가 남북 키프로스로 양분되는 순간이었다.

남북분단 과정에서 수천명의 그리스, 터키 병사들과 남북 키프로스 주민들이 희생되었으며, 양 진영의 군사적 긴장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북부 키프로스를 인정할 수 없다는 남부 키프로스의 무력 시위가 계속 되었으며, 독립을 선언하려는 북부 키프로스로 행보도 한치의 양보가 없었다.

그러던 중 북부 키프로스는 1983년 독립을 선언하고 독자적인 주권 국가를 천명했다. 그러나 이를 승인한 것은 터키뿐이었다. 인근의 유럽 국가들이 그리스계 남부 키프로스만을 인정하였기에 북부 키프로스는 그 후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면치 못하게 된다.

그것이 극에 달했던 시기가 남부 키프로스가 독자적으로 EU에 가입했을 때였다. 1997년 12월 EU정상회의는 키프로스를 EU 가입 대상국으로 지정하고 1998년 8월에는 북키프로스와 남키프로스 간에 국가연합 수립을 제의했다. 그러나 98년 6월 그리스 전투기가 키프로스 남부 군사시설에 착륙하자 터키가 F-16 전투기 수대를 북키프로스에 급파하여 양국 긴장이 고조되는 등 그리스와 터키가 개입된 남북 상호간의 대립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EU는 2004년 남키프로스만의 EU 가입을 승인하게 된다.

최근 키프로스는 평화와 통일을 향한 새롭고 전향적인 모습이 보이고 있다. 남부 키프로스는 1월 24일 시행된 대통령 결선 투표에서 야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최종 선출했다. 2003년에 대통령이 되어 2004년 4월 UN이 제안한 통일 방안이 국민투표에서 부결되도록 주도하고, 8월 EU 단독 가입을 추진하였던 민주당의 파파도플러스 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였던 노동당의 크리스토피아스 후보가 당선된 것이다.

대통령이 된 크리스토피아스는 즉시 북부 키프로스와의 정상회담을 추진, 지난 3월 21일 북키프로스의 최고지도자 메흐메트 알리 탈라트와 키프로스의 분단된 수도인 니코시아에서 회담을 갖고 3개월 안에 양측의 긴장 해소 및 평화로운 통일을 위한 대화 재개를 합의했다.

이어 지난 5월 23일 두 정상은 약속대로 다시 머리를 맞대고 양측간 통일방안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회담을 주선한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OHCHR)의 호세-루이스 디아즈 대변인은 “매우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양 정상의 만남이 이루어졌다”면서 “양국은 향후 본격적인 평화 협상을 진행시켜 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양측이 평화 협상을 구체화시켜 나가는 데는 적지 않은 난관이 놓여 있다. 터키군의 북키프로스 철수, 그리스계 키프로스 난민 귀환, 영토 재분배, 연방 헌법 제정, 치안 확보 등에서 양측은 큰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키프로스의 통일 협상은 터키와 그리스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EU 가입을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는 터키로서는 키프로스 문제가 잘 풀리는 것도 EU로의 행보에 중요한 징검다리가 된다. 터키는 키프로스 문제가 더 이상 자신의 EU 가입에 악영향을 주거나 그리스와의 관계 악화로 이어지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 따라서 남북 키프로스 당사자 간에 긍정적인 합의가 도출될 경우 터키의 남 키프로스 인정, 터키-그리스 관계 회복으로 터키의 조기 EU 가입에 청신호가 켜질 수 있다.

북키프로스의 민심도 양진영의 선택에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으로 보인다. 남키프로스가 풍요를 구가하는 데 반해 북키프로스는 경제적 곤궁에 시달리고 있다. 따라서 남키프로스가 EU에 단독 가입하자 북키프로스의 주민들은 북 키프로스의 정부를 향해 남북의 평화로운 통일을 추진하라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북키프로스의 무슬림들은 온건 이슬람적 경향을 가지고 있어 기독교계 남키프로스와 함께 어울려 사는데 거부감을 보이지 않는다.

지중해의 가장 아름다운 섬 키프로스의 수도 니코시아(Nicosia)의 한 복판엔 통행이 끊긴 유명한 ‘레드라’ 거리가 있다. 분단의 상흔을 고스란히 안은 채 키프로스 분단의 상징이 되어 버린 이 거리가 과연 50년 만에 다시 통행을 재개할 수 있을지 국제사회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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