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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이 보고 싶어 미칠 지경이란다.”
북한에 억류되어 있는 납북자가 남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음성편지를 보내왔다.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로 이야기로 시작해 동생들과 어머니, 하늘에 계신 아버지에게 안부를 전한 납북자는 마지막으로 어머니에게 노래를 불러드리다 잠시 울먹인 듯 소리가 끊겼다가 후렴구를 이어간다.
지난 1일 납북자가족모임(대표 최성용)이 주최한 ‘납북자 송환과 특별법 제정 촉구 서울대회’에서 공개되어 참석자들의 눈시울을 붉혔던 이 음성편지를 DailyNK가 입수, 공개한다. 녹음테이프 원본은 총 40분 분량이며, 이중 납북자의 신원이 드러날 수 있는 부분을 삭제하고 주요 내용을 5분 분량으로 편집하였다.
“사랑하는 가족들 정말 보고 싶다”
납북자는 테이프의 수취인으로 보이는 여동생의 이름을 연신 부르며 “이 오빠의 소식을 전해다오”라고 부탁한다. 그는 외삼촌과 형님, 누이들의 이름을 또박또박 부르며 “잠도 자도 꿈을 꿔도 오직 너희들 생각 뿐”이라고 간절한 그리움을 드러내고 있다.
생략된 음성에는, 이 납북자가 탈출을 위해 북한을 왕래하는 브로커를 접촉한 듯 ‘누구를 믿지 말라’ ‘누구에게는 돈을 줘서는 안 된다’라고 부탁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한 “벌써 **년이란 긴긴 세월이 흘러갔구나”라고 자신이 끌려온 지 몇 년이 되었음을 반복해 이야기하며 “부모님 생일과 너희들 생일이 이젠 기억이 나지 않는구나. 정말 안타깝구나”라고 말하며 한숨짓는 대목이 듣는 이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그는 “부모님 생신과 너희들 생일, 전화번호, 집주소를 보내주기 바란다”고 부탁하며 자신이 살고 있는 주소와 직업, 그 동안 살아온 과정을 이야기한다.
그동안 납북되어 있었음에도 자신을 “아버지 임종을 지켜보지 못한 불효자식”이라고 자책하는 납북자는 “아버지 산소에 가서 술 한잔 따라 드리고 싶다”고 소망을 밝히며 동생에게 “이 오빠를 대신해 너희들이 아버지 산소에 찾아가 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생존해 계신 어머니에게는 가수 남진의 노래 ‘어머니’를 구슬프게 불러드린다.
이 납북자는 조업중 납치된 어부로 알려져 있으며 테이프를 입수한 <납북자가족모임>은 현재 북한에 거주하고 있는 이 납북자의 신변안전을 고려해 구체적인 신원 및 테이프 입수경로를 밝히지 않았다.
납북자의 음성편지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모든 분들에게 이 오빠의 인사를 전해다오. 외갓집이 (** 였지, 외삼촌이 ***, 형님 ***, 누이 *** 들은) 다 잘 있는지 나의 인사를 전해다오. 사랑하는 동생 **, 그리고 보고 싶은 나의 동생들아 한달음에 막 달려가 너희들을 얼싸 안고 싶구나 잠도 자도 꿈을 꿔도 오직 너희들 생각 뿐이다. 사랑하는 (나의 동생 *** 아, 나의 친구들 ***, ***, ***, ***, ***, ***, ***) 어떻게 어디서 잘 있는지 이 오빠의 인사를 전해다오 나의 친구들도 정말 보고 싶구나. 이젠 너희들과 헤어진 지도 어느덧 (**년 세월이 흘러 **년이) 되어가는구나 아 그리운 부모 형제들아 나의 그리운 고향 산천 사랑하는 동생 보고 싶고 그리운 나의 동생 (중략) 이 오빠를 생각해서 빨리 와서 도와주지 않으면 (생략된 주요 내용 : 내 생일은 음력으로 ***년 **월 **일 생이다. 벌써 **년이란 긴긴 세월이 흘러갔구나. 부모님 생일과 너희들 생일이 이젠 기억이 나지 않는구나. 정말 안타깝구나 사랑하는 동생, 보고 싶고 그리운 나의 동생들아 이 불효막심한 이 아들은 아버님 산소도 찾아 못뵙고 사랑하는 동생, 그립고 보고 싶은 나의 동생들아
어머님 오늘 하루를 어떻게 지내셨나요 어머님 잘 부르지는 못하지만은, 어머님께 이 아들이 좀 불러드렸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용훈 기자 kyh@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