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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섯 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그러니까 1991년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잠깐 여행 가시는 길이니까 곧 돌아오실 거다.”
옆집에 살던 할머니께선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 다녀오세요~”라며 손을 흔들어 묘지에 가시는 어머니께 인사를 했습니다. 하지만 열흘 수에 돌아오신다던 어머니는 열흘이 지나도 10개월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나는 매일 매일 울면서 뜰 앞 담장 밑에 앉아 어머니가 돌아오시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어머니가 늦으시네…… 아직 돌아오시지 안으니……”
나는 아버지께 몇 번이나 같은 말을 하며 물었습니다.
“어디에 들렀나보다~ 내일이나 모래쯤에는 돌아오시겠지.”
아버지의 대답은 언제나 같았습니다. 그러는 동안에 나는 자연스럽게 ‘어머니는 이제 영원히 돌아오시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누구의 말도 믿지 않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어머니에 대해서 물어보지 않는 나를 아버지는 어떻게 생각하고 계셨을까요?
그토록 어머니가 돌아오시기를 기다렸지만, 막상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을 알았을 때 그다지 슬프진 않았습니다. 아마 오빠의 마음도 그랬을 것입니다. 우리 둘 다 너무 어렸기 때문에 죽음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그 당시 군장교였던 아저씨 덕분에 다른 사람들보다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어서 별로 슬픈 줄 몰랐습니다. 아버지께서 곁에 계셔서 늘 즐겁고 기뻤습니다. 나는 아버지를 제일 좋아했고, 아버지는 우리에게 다정하게 대해 주셨기 때문에 어머니 없는 설움을 잊을 수 있었던 것이죠.
The Daily NK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