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딸 강제북송 막아달라”…주한 中대사관 서한 전달

체포된 탈북민 가족들 오열..외교부, "관련 조치 중"

탈북민 강제 북송 반대
중국 공안에 체포돼 강제북송 위기에 놓인 탈북민 7명의 가족들과 인권단체 및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가 30일 오후 서울 중구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강제북송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추궈홍 주한중국대사에게 면담을 요청하는 서한서를 전달했다./ 사진=데일리NK

최근 중국 공안에 체포돼 강제북송의 위기에 놓여있는 탈북민 7명 중 올해 9살된 최모 양의 가족들과 인권단체들이 강제북송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국제사회에 도움을 호소했다.

기자회견을 주관한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한변)’의 상임대표 김태훈 변호사는 “지난 27일부터 28일 사이 중국 요녕성 안산시에서 중국 공안에 의해 체포된 7명의 탈북민들이 북송돼 한국행으로 판명될 경우 심하면 처형당하거나 운이 좋아야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갈 수 있다”면서 “대통령과 외교부·통일부 등 관계부처 장관 그리고 주한 중국 대사에게 긴급 구조 요청서를 발송한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또 “탈북민 7명은 헌법에 의한 대한민국 국민이므로 정부는 이들의 강제북송을 막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중국은 ‘난민협약’ 및 ‘고문방지협약’의 가입국으로 ‘강제송환금지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2년 전 한국에 온 것으로 알려진 최 양의 어머니는 “딸을 한국에 데려오기 위해 지인에게 돈을 빌려 어렵게 브로커 비용을 마련했고 겨우 도강(渡江)에 성공해 선양(瀋陽)까지 왔는데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며 오열했다. 그러면서 “어린 딸은 탈북이 무엇인지도 모른다”면서 “그저 엄마를 만나겠다는 생각으로 떠나온 아이가 엄마 품에 안 길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체포된 7명의 탈북민 중 여동생이 포함돼 있다는 한 탈북민은 “아버지가 나이가 많으셔서 동생이 자기는 아버지 곁에 남아있겠다고 했는데 언니인 내가 설득해서 오다가 이런 일을 당했다”며 “하나 밖에 없는 동생이 북송되지 않게 해 달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이 자리에는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도 참석했다. 태 공사는 “29일 오후 한국 프레스센터(서울 중구)에서 ‘김정은의 포스트 하노이 전략’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는데 최 양의 부모가 강연장으로 찾아왔다”며 “현재 중국 공안에 체포돼 있는 9살짜리 딸을 구해달라고 호소했다”고 말했다.

태 공사는 이어 “그 호소를 듣고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며 “부모된 심정으로 이들과 함께 중국 대사관 앞에 가서 몸부림이라도 쳐 보자라는 생각으로 이 자리에 나왔다”고 밝혔다.

체포된 탈북민 가족들과 집회 참석자들은 중국 대사관까지 행진한 후 추궈홍(邱國洪) 주한 중국대사 앞으로 강제북송을 막아달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전달했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는 “우리 정부는 관련 사항을 인지하는 즉시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탈북민 관련 상세 내용은 탈북민의 신변안전과 주재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공개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한편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3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행을 희망하는 탈북민은 모두 한국으로 데리고 온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며 “본인 의사에 반해서 북송되는 경우가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