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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문제를 다뤄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뮤지컬 ‘요덕스토리’가 오는 9일과 10일 경북대학교에서 공연될 예정이라고 한다. 대학가에서는 처음으로 무대에 오르는 것이다.
‘6․15남북공동선언 실천’, ‘우리식대로의 통일’이란 친북적 구호들만 쏟아져 나왔던 것이 대학가의 어제와 오늘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두 차례 있을 경북대 공연의 의미는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지난 1980년대 한국 사회의 민주화 달성에 앞장섰던 ‘학생 운동권’은 이미 오래 전에 그 위용을 잃었다. ‘反美’와 ‘자주통일’ 이라는 시대착오적 주장만을 내세우는 이들 학생운동세력은 대학가에서 점점 설 곳을 잃고 있다.
북한인권문제를 외면하는 모습도 대다수 학생들의 지지를 얻고 있지 못하다. 대표적 학생운동세력이라 할 수 있는 한총련 소속 학생들은 지난 4월 벨기에까지 날아가 북한인권국제대회를 반대하는 집회를 벌여, 뭇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렇듯 학생들과 점점 멀어져가는 기존의 ‘학생운동세력’과는 달리 북한인권을 생각하는 대학생들의 활동은 점점 대학가에 확산되고 있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서 북한인권을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 대학가의 분위기가 일대 반전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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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19를 기념해 이화여대에서 진행된 북한 인권 행사 – 강연회, 사진전, 80g주먹밥 나눠 주기, 북한 인권 관련 도서 판매 등 – 를 시작으로 북한인권대학생국제대회, 북한인권청년학생연대의 서울지역 대학 북한인권 강연회 등이 열렸다. 대학에서 ‘북한 비판’을 금기시할 근거는 이제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대학 축제의 계절인 5월. 북한 독재체제의 상징이자 북한인권의 최후의 보루라 할 수 있는 ‘정치범수용소’를 소재로 한 뮤지컬이 대학 무대에 오른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
이는 북한인권문제가 ‘정치적인 문제냐, 아니냐’ 하는 비생산적인 논쟁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며, 대학의 양심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외국 유학을 다녀온 어느 대학생으로부터 외국 친구들에게 북한인권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전해 듣고 놀라움과 부끄러움을 느꼈다는 고백을 들은 적이 있다. 지금까지 대학가에서 북한에 관한 정보의 편식이 어느 정도 심했나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경북대학교에서의 이번 공연이 한국 대학생들의 북한에 대한 낮은 인식과 잘못된 편견을 깰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라며, 전국 대학에서 제 2, 제 3의 공연이 잇따르기를 기대한다.
경북대학교 총학생회는 노무현 대통령,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등 정치인들과 지역의 주요 인사들에게도 초청장을 보냈다고 한다. 누가 그 초청에 응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학생운동이 보여주는 괴리감과 실망감과 비교해 보면 멀리 대구에서 어른들에 보내는 ‘청년의 가르침’이라 생각된다.
나아가 ‘한총련’ ‘다함께’ ‘민주노동당학생위원회’ 등 학생운동단체 대표들에게도 초청장을 보내지길 기대한다. 이들이 낡은 이념의 사슬에서 벗어나 ‘북한인권’을 학생운동의 새로운 어젠더로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김소열/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
※ 대학생 웹진 바이트(www.i-bait.com)의 양해를 구해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