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추위·공포…연평도 주민 ‘악몽같은 밤’



23일 오후 북한이 쏜 포탄이 떨어진 연평도와 백령도 등 서해5도 주민들은 어둠과 추위, 공포에 시달리며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밤을 보내고 있다.

연평도는 포격 이후 섬 곳곳에 전기가 끊긴 데다가 워낙 갑작스럽게 대피하느라 아무 것도 챙기지 못한 탓에 숙식에 필요한 물품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언제 상황이 더 악화할 지 모른다는 불안감까지 겹치면서 그동안 북측의 웬만한 도발에는 끄떡조차 하지 않던 주민들이 심하게 동요하고 있다.


연평도 주민 장모(57)씨는 “면사무소에서 가져다 준 컵라면으로 저녁을 떼웠고, 군 부대에서 보내준 담요를 덮고 잠을 청해볼 생각”이라면서 “어른들도 그렇지만, 특히 어린 아이들이 심한 두려움과 추위에 떨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피소에 있는 주민 가운데 80% 이상이 육지로 피난가고 싶어한다”면서 “그동안은 북측이 도발을 하더라도 ‘그런가 보다’하고 생업에 전념했는데 이제는 주민들 사이에 ‘언제 죽을 지 모른다’는 공포심이 확산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주민 이모(46)씨도 “정부가 급한대로 노약자와 어린 아이들이라도 육지로 대피를 시켜줘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당장 내일 또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르는 상황이니 무서워서 집에도 못 들어가겠다. 아이들은 무섭다고 울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인근 백령도 주민들도 선박 운항 중지에 따른 생필품 품귀 현상과 낙후한 대피소로 인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백령도 주민 김모(43.여)씨는 “육지에서 생필품을 실어나르던 여객선과 화물선이 이틀 전부터 기상악화로 들어오지 않았는데 오늘 연평도 사태로 언제쯤이나 운항이 재개될 지 모르게 되어버렸다”면서 “기본적인 생필품은 물론, 기저귀나 분유마저 동나버린 상태다. 정부에서 빨리 대책을 세워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최모(45)씨는 “오후 4시께 면사무소에서 대피령을 내렸으나 대피소가 낡고 습기가 차 도저히 밤을 지낼 수 없었다”면서 “‘대피소에서 병 걸려 죽으나 포탄을 맞아 죽으나 마찬가지’라며 거의 모든 주민들이 대피소 입구까지 갔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지난 20년간 정부에 여러 차례 개.보수를 요청했지만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서해 5도 주민과 인천시는 그동안 정부에 대피소의 개.보수를 계속 요청했으나 ‘예산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대피소의 개.보수작업은 미뤄지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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