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수 위원의 중앙일보 기사 비판에 대한 반론

아닌 밤중에 홍두깨랄까.

스탈린의 6.25 관련 비밀전문 연구논문을 다룬 중앙일보 6월25일자 기사에 대한 양현수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의 글 <‘스탈린, 6.25 전쟁 미 참전유도’ 기사 해석이 잘못됐다>(데일리NK 25일자)를 접하고 든 느낌이다.

① [중앙일보 기사 바로가기]

스탈린이‘미국 6·25 참전’유도

② [중앙일보 기사 바로가기]

‘한국전쟁에 미국 참전 유도’ 스탈린 극비전문

③ [양현수 칼럼 바로가기]

‘스탈린, 6·25전쟁 美 참전유도’ 기사, 해석이 잘못됐다

양 위원은 이 글에서 중앙일보의 기사가 “러시아 문건의 기록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한 것”이라며 “러시아 원문에 없는 말을 억지로 꾸며내어 우파적 본능을 만족시키는 것은 진정한 역사연구의 방법이 될 수 없다”고 비난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양 위원의 주장은 난센스이며 그의 주장도 학술적 근거나 논리를 결여한 것이다.

국책연구기관에 소속된 학자가 ‘책임연구위원’이란 직함으로 책임감이 느껴지지 않은 글을 올리고 특정 언론에 대해 가시돋친 주장을 펼친 데 대해 참으로 안쓰러움을 느끼며 몇 가지 대표적 오류를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중앙일보의 기사는 베이징 대학 김동길 교수가 6월25일자로 워싱턴 우드로 윌슨 센터에 발표한 학술논문을 소개한 것이다.

양 위원이 중앙일보가 확대해석하고 오역하고, 잘못된 주장을 했다고 지적한 사항들은 대부분 김 교수의 논문에 기술되어 있는 것을 인용한 것으로 이는 기사에도 밝혀져 있다. 그런데도 양 위원은 “중앙일보가 러시아 문건의 일부를 직접 번역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그가 무엇에 근거해 이런 주장을 하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양 위원이 원문과 함께 공개된 논문전문을 보지 못했을 리 만무한데 마치 중앙일보가 문건을 입수해 특정의도를 갖고 자체분석한 것으로 단정하고, 기사를“우편향 역사왜곡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힐난하고 나선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둘째, 사실관계에서도 양 위원은 오류를 범하고 있다.

소련의 안보리 표결불참이 “종래의 회의 거부방침을 견지한 것일 뿐”이라는 주장이 그 중 하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탈린이 문제의 비밀전문에서 표결불참이 미국을 한국전쟁에 군사적으로 말려들게 하려는 것이었음을 스스로 분명히 하고 있는 점이다.

이 전문자체가 고트발트 대통령을 비롯한 동구권 지도자들이 스탈린이 미국참전을 방치한 데 대한 문제제기에 따른 답신 성격이란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김 교수의 논문도 여기에 주목해“스탈린은 한국전쟁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예견하였을 뿐 아니라 실제로 바랬다”고 기술하고 있는 것이다. 논문의 핵심인 스탈린 문건에 나타난 사실은 애써 외면하고 자신의 주장을 내세워 해석이 잘못됐다고 단정한 것은 또 다른 곡해다.

양 위원은 스탈린이 안보리 불참의 결과까지 예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그러나 안보리 의제 자체가 미국이 주도한 유엔군 파병에 대한 표결이었고, 소련이 이에 참여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한국전 파병이 결정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었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셋째, 스탈린의 문건이 자신의 안보리 불참을‘사후 합리화’하기 위한 것이란 주장도 학자로서의 ‘느낌’이상의 어떠한 논리적 근거나 자료가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이 문건을 발굴한 러시아의 세르게이 린도프스키 교수와 김동길 교수도 그러한 가능성에 눈을 돌렸던 것으로 안다.

하지만 당시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던 스탈린이 굳이 그런 행동을 할 필요가 없다는 점, 더욱이 비밀전문을 통해 체코 대통령에게 그런 변명을 늘어놓았을 가능성은 없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가능성을 일단 배제했다.

김동길 교수의 논문은 이 분야 전문가인 리도프스키 교수와의 토론과 우드로 윌슨 센터의 냉전사 연구 프로젝트 팀의 검증 등의 과정을 거쳐 완성됐다. 윌슨센터에 초빙연구원으로 머물고 있는 필자는 국제관계 분야의 권위있는 논문집에 실리는 김 교수의 논문이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김 교수의 논문작성 취지를 최대한 살리려 대부분의 기사와 해설을 논문에서 인용했고 출고직전 함께 기사 내용검토도 했다. 워싱턴의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했고 국내학자와도 접촉해 이 부문 권위자인 P교수에게 “사실이라면 교과서를 바꿔야 할 만큼 의미 있는 문건”이란 평가를 받았다. 최초인지부터 기사화까지 한 달 가까운 시간을 매달렸다.

물론 양 위원이 학자로서 다른 학자의 연구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고 새로운 시각을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학술적인 논거와 설득력 있는 자료가 뒷받침돼야 하고 적절한 방법을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필자도 양 위원이 중앙일보 기사에 보여준 관심을 계기로 새로운 미공개 자료를 찾아내 한국전쟁의 기원을 보다 명확히 할 논문을 조만간 발표하길 기대한다.

하지만 이번처럼 막연한 자기 주장과 나름의 해석을 제시하면서 동료 학자의 연구결과를 폄훼하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 더욱이 이를 다룬 언론사까지 끌어들여 “우파의 역사왜곡의 위험성이 보인다”고 과장해 주장한 것은 유감스런 일이다.

필자는 최근 한국사회가 좌파 우파 하는 식으로 편가르기를 하며 갈등하는 상황을 워싱턴에서 안타깝게 지켜 보아왔다. 여기에 일부 학자들마저 편승해 언론보도나 학술연구 결과물조차 입맛대로 덧칠을 해대는 돌림병이 번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양 위원이 공을 들여 쓴 논문에 대해 “중앙정보부와 안기부를 모태로 한 국정원이 사실상 운영하는 연구기관 소속이니 뭔가 그 쪽으로 왜곡,편향돼 있을 것”이라고 누군가 근거없는 덧칠을 하고 나선다면 어떤 참담한 심경일지 양 위원은 심사숙고 해 보았으면 한다.

양 위원이 빠른 시일 내 적절한 방법으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해 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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