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을 두드리는 ‘통영의 딸’ 대장정단의 발걸음

지난 달 19일 경상남도 통영을 출발했던 신숙자 모녀 구출을 위한 1700리 국토대장정단이 2일 현재 14구간인 영동-옥천 구간을 걷고 있다. 고성, 마산, 청원, 김해, 부산, 양산, 밀양, 청도, 경산, 대구, 구미를 거쳐 온 길이다.


이들은 2주만에 경상남북도를 가로질러 충청도에 도착했다. 매일 30~40km에 달하는 아스팔트 길을 쉬지 않고 걸어 온 결과다. 이제 어느덧 임진각까지 절반의 여정만 남겨놓고 있다. ‘걸어야 할 길’이 ‘걸어 온 길’ 보다 적은 셈이다.
 
현지에서 들려오는 대장정단의 힘겨운 순례 소식은 우리의 양심을 뜨겁게 두드리고 있다.


이들은 11월 말부터 갑작스럽게 찾아 온 한파에도 불구하고 야외 숙영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정치범수용소에서 절망의 시간을 보냈을 통영의 딸 모녀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의 의미다.


또한 통영에서부터 일정을 함께 해 온 단원 중 몸이 성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한다. 매일 밤 부어오른 다리에 파스를 뿌리고 통증으로 병원 신세를 지는 일도 다반사다. 피로가 풀릴 틈도 없이 다시 걸어야 했던 탓에 다리를 절룩거리는 대원들도 늘고 있다. 물집으로 엉망이 된 발바닥을 내려보며 ‘주인 잘못 만난 탓’이라는 위로가 고작이다.


지난 주말부터는 초등학생, 중학생 자녀들까지 대장정에 합류해 일주일 째 일정을 함께하고 있다. 며칠 걷다가 제 풀에 지쳐 포기하겠다 싶었는데 어리광 한 번 부리지 않고 의젓하게 발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이젠 오히려 대장정단에게 활력소가 되고 있다고 한다.


‘통영의 딸’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덕분에 지역 방문 때마다 이들을 격려하는 지역단체나 시민들의 호응도 크다. 중간에 차를 세워 음료수를 건네거나 행사지에서 식사를 사겠다고 먼저 나서는 사람들도 많다. 주말을 이용해 1박2일이나 2박3일씩 참여하는 부분 일정 참여자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1700리, 680km에 달하는 국토대장정은 신체 건강한 청년도 소화하기 힘들만큼 고된 여정이다. 게다가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에 국토종단을 한다는 것은 무모한 결정으로 비춰졌다. 그러나 최홍재 단장을 비롯한 단원들은 북한 정치범수용소에서 금수보다 못한 삶을 버터내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신숙자 모녀의 억울한 사연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우직한 방법을 택했다.


이제 불과 일주일 정도만 지나면 이 용감하면서도 무모한 ‘국토대장정’ 용사들이 서울에 도착한다. 23일간 전국에 ‘통영의 딸’ 구출 운동의 열기를 전파하고 온 이들을 서울 시민은 어떻게 맞아야 할 것인가? 최근 서울시청과 여의도 공원 앞은 한미 FTA 반대 시위에 참여하는 인파로 연일 혼란을 빚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 북한에 억울하게 억류된 우리 국민의 송환을 위해 용기 있게 촛불을 들 사람 누가 있을까?


신 씨 모녀 구출운동에는 8만여명에 달하는 전쟁납북자와  517명의 전후 납북자 가족들의 애환이 함께한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미처 이들을 아픔을 함께 하지 못했다면 이제라도 통영의 딸 구출 운동을 통해 모아진 불씨를 키워야 할 때다.  


대장정단은 10일 오후 청계광장에서 세계인권선언 63주년을 맞아 통영의 딸 구출을 위한 국민대행진을 진행한다. 이어 광화문을 출발해 무악재를 거쳐 임진각까지 마지막 구간을 행진한다. 서울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이 행진에 참여한다면 신 씨 모녀를 포함한 납북자를 잊지 않겠다는 우리 국민들의 하나된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대장정단의 마지막 행진에 서울시민이 함께 해야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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