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양강도 혜산시에서 최근 7차 노동당(黨) 대회를 비난하는 낙서가 발견돼 국가안전보위부에서 수사팀을 꾸려 주모자 색출에 나섰다고 내부 소식통이 알려왔다.
양강도 소식통은 12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10일 보위부에서 갑자기 인민반, 공장기업소, 학교 등으로 일괄적으로 나와 노래 가사나 시 몇 구절을 자필로 써서 제출하라고 지시했다”면서 “당 대회 관련해서 어디에서 (이를 비난하는) 낙서가 발견됐고, 이에 따라 범인을 찾기 위해 나선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갑작스런 지시에 주민들은 처음에는 어리둥절하다가 ‘낙서 사건’이 발생한 것을 짐작하게 됐다”면서 “하지만 이런 정치적 문제에 입을 함부로 놀리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다소 쉬쉬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소식통에 따르면, 보위부에서는 이번 낙서 사건을 ‘간첩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 당 대회가 36년 만에, 특히 김정은 체제 들어 첫 대회라는 점에서 이를 대놓고 비난하는 것은 반동(反動)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보위부는 소문 확산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예전 같으면 “당 대회를 방해하기 위한 반당 반혁명 분자들의 책동이 노골화 되므로 혁명적 경각성을 더욱 높이자”는 강연을 진행했겠지만, 이번 자필서 제출에 대해 어떠한 이유도 설명해주지 않고 있다.
소식통은 “과거에는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면 강연과 사상학습도 대대적으로 진행하면서 ‘암해분자 소행’이라고 선전선동 했지만, 지금은 되레 조용하다”면서 “이런 모습에 주민들은 ‘이번은 보통일이 아니다’는 생각에 언급을 꺼리고, 때문에 아직까지 사건이 어디에서 어떻게 일어났는지에 대한 소문은 퍼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다만 일부이긴 하지만 낙서가 정부를 비난했거나, 아니면 ‘최고존엄’(김정은)을 직접 건드렸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서 “또한 담이 쎈 주민들 사이에서는 ‘‘70일 전투’ 핑계로 하루하루 장사를 통해 먹고 사는 주민들의 생계까지 위협하더니 꼴좋다’ ‘낙서 등 나라(체제)를 비난사례가 나온다는 것은 충성이 가짜라는 것을 의미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