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양강도 삼지연시와 혜산시를 전면 봉쇄한 것으로 27일 알려졌다. 최근 중국에 살던 북한 주민이 강을 건너 삼지연으로 넘어온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방역을 한층 더 강화하기 위해 봉쇄령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양강도 소식통은 이날 데일리NK에 “오늘(27일) 오전 8시에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명의의 2쪽짜리 서면 지시문이 도당과 시당에 내려졌다”며 “지시문의 중심 내용은 여성 비법월경자 도강(渡江) 사건에 대처해 오늘 오후 12시부터 양강도 삼지연과 혜산을 전면 봉쇄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말 탈북민 월북 사건이 발생한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따라 개성을 봉쇄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삼지연과 혜산을 각각 봉쇄한 것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지시문에는 삼지연 비법월경자 도강 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과 함께 별도의 해제 지시가 있을 때까지 ‘초특급’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유지하며 강력봉쇄를 실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북한 당국은 이번 지시문을 통해 봉쇄된 삼지연과 혜산시의 당, 정권기관들이 주민들의 생활에 관심을 두고 특별지도관리 집행체계를 세울 것과 봉쇄가 해제되기 전까지 중앙당과 중앙방역지휘부에 내부의 구체적인 실태를 보고하는 일일 보고체계를 엄격히 준수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고 한다.
앞서 본보는 전날(26일) 소식통을 인용해 3년 전 인신매매로 중국에 팔려간 20대 북한 여성이 지난 24일 압록강을 건너 삼지연으로 넘어오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전한 바 있다. 북한이 코로나19의 유입을 막기 위한 철저한 방역태세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이 벌어짐에 따라 양강도 전체가 봉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관련기사 보기: 비법월경자 中서 삼지연 넘어와…개성 이어 양강도 봉쇄?)
그러나 예상과 달리 북한 당국은 일단 봉쇄의 범위를 사건이 벌어진 삼지연과 도 소재지인 혜산으로 한정했다. 대북제재 장기화에 코로나19, 자연재해까지 겹치면서 주민들의 경제난이 가중되고 있는 터라 양강도 전체를 봉쇄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봉쇄 지시로 현재 삼지연과 혜산의 인구 및 물자 이동은 모두 금지됐고, 운송 역시 전면 차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주민들 사이에서는 ‘들쭉철, 잣철에 삼지연에 사람도 물건도 드나들지 못하게 하면 이 철에 품팔이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양강도 사람들은 다 굶어 죽으라는 것이냐’는 등의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아울러 주민들은 양강도 내에서 시장이 발달한 혜산이 봉쇄되면서 물가 폭등에 대한 걱정과 우려를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혜산에서는 돈주들과 장사꾼들이 이 기회에 물건값을 올릴 것이라며 아우성”이라며 “양강도는 지금부터 월동 준비를 하느라 쌀과 기름, 나무를 사들이는데 하필 이런 때 봉쇄해 인민들을 두 번 죽이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북한은 앞서 25일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7차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고 방역사업 개선 문제와 결함 극복 대책을 논의했다. 이와 관련한 북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당시 회의에서 국가 비상 방역사업에서 나타나고 있는 일부 허점들에 대해 자료적으로 통보하면서 방역태세를 계속 보완 유지하고 일련의 결함들을 근원적으로 종식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전당적, 전사회적으로 강력히 강구할 것을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