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산사건’에 따른 군(軍) 교방(주둔지 교체)으로 함경남도에서 양강도 국경에 들어온 군인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동시에 사상적 해이 동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부작용에 앞서 예고됐던 추가적인 교방은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전언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8일 데일리NK에 “혜산사건 이후에 대대 교방이 이뤄져 함경남도 영광군 군부대가 혜산에 들어왔는데 물갈이와 추위에 바로바로 적응하지 못하고 끙끙거리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초 혜산에서 발생한 국경경비대 밀수 사건 이후 북한은 연관된 군관과 군인들을 처형하는가 하면 중대 해산과 대대 교방을 진행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함경남도 영광군에 주둔하고 있던 대대 인원이 혜산에 들어오게 됐는데, 이들은 현재 바뀐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영광군에서 영양이 부족하지 않은 군인들로 뽑아왔다고 하는데 국경경비대 군인들이나 폭풍군단 군인들과 너무 비교될 정도로 맥을 못 추고 있고 잠복근무도 너무 힘들어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주민들은 저래서 어떻게 국경을 지키겠냐면서 한심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새로 들어온 군인들은 국경 건너편의 중국을 보고는 신기해하고 놀라워하면서 외부세계에 대한 환상에 젖어 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껏 본 적 없는 광경에 매료된 군인들 사이에 사상적 동요가 일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영광군에서 온 군인들은 중국 마을에 가로등이 밤새 켜져 있는 것을 보고 놀라고, 사람들이 걸어 다니지 않고 대체로 차나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것을 보고 또 한번 놀라고 있다”며 “이를 두고 눈이 번쩍 뜨인다고 말하거나 천국을 구경하는 것 같다고 말하는 군인들도 있다”고 했다.
이 같은 교방의 부작용들이 상부에도 보고되면서 결국 예고됐던 추가적인 교방은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교방은 문제가 있는 곳만 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며 “이와 함께 군에서 국가 비상방역 규정과 어긋나는 행위가 또다시 일어나면 연대적 책임으로 책임군관들을 해임·철직, 과오제대시키는 것은 물론 그 가족들까지 전부 추방하라는 지시도 내려진 상태”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북한 당국은 앞서 혜산사건 발생에 대한 책임을 물어 연관된 대대, 연대급 책임군관들을 전부 해임·철직·제대시키고, 그 가족들까지 함경남도 장진군으로 추방 조치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혜산에는 폭풍군단 군인 1700여 명이 증파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당국은 내년 1월 개최 예정인 8차 당대회를 앞두고 국경봉쇄를 한층 강화하기 위해 인원을 추가로 투입했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무력 총사령관(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준을 받아 지난 6일 오전 폭풍군단 지휘부가 있는 덕천에서 군인 1700여 명이 만대열차(전용열차)로 대오천역으로 들어와 일시적으로 역전이 통제됐다”며 “이들은 임시병영을 짓고 생활하면서 8차 당대회 전까지 국경 방어작전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재 혜산에는 현지 국경경비대를 비롯해 국경봉쇄 작전을 위해 투입된 폭풍군단과 7군단, 교방돼 온 함경남도 영광군의 대대까지 총 4개 군 조직의 인원이 들어와 있는 상태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서는 “준전시 상태가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등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특히 소식통은 “군인들이 주민 살림집에서 물건을 훔쳐 가는데 다 똑같은 군복을 입고 있어 어느 부대에서 훔쳐 간 것인지 몰라 주민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주민들은 ‘도둑이 10배로 불어났다’ ‘이러다 집 문짝까지 뜯어가겠다’는 말을 하면서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주민들은 “가뜩이나 시장에 물건이 없는데 군대를 계속 투입시켜 국경을 더 세게 단속하니 먹고 살 수가 없다” “이는 결국 우리를 도주(탈북)의 길로 떠미는 것밖에 안 된다” “앉아서 죽으나 가다 죽으나 죽는 것은 매한가지 아니냐”면서 당국의 조치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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