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화되는 북한 연탄가스 단속반 활동…도둑 기승 때문?

올해 여름 촬영한 북한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 노동자구 살림집 모습. /사진=데일리NK

북한이 인민반별로 연탄가스 사고 예방 조직인 탄내단속반을 운영해온 가운데, 최근 일부 지역에서 도둑들이 기승을 부리면서 단속반이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소식통이 전해왔다. 이로 인해 연탄가스 중독 사고가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탄내단속반은 인민반장 주도로 보통 밤 10시, 밤 2시, 새벽 4시 세 차례 세대를 순찰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밖에서 문을 두드렸을 때 안에서 대답을 하면 넘어가고 인기척이 없을 때는 문을 열고 들어가 문제가 없는지 살피는 식이다.

황해북도 소식통은 5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탄내 단속을 오랫동안 해 왔는데 요새는 잘 안 한다”면서 “(전에는 탄내가 나는 집 밖에서 문을 두드린 뒤) 대답을 못 하면 문을 찍고(부수고) 들어갔는데 지금은 문 찢기가 힘들어져서 들어가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최근 도둑이 기승을 부리면서 주민 대부분이 대문을 철문으로 바꿔 단속반이 집안으로 진입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북한의 치안 사정이 나빠지면서 서로를 믿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도 한몫하는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대문을 철문으로 바꿔서 채워놨기(잠가놨기) 때문에 나중에는 돌멩이로 쾅쾅 때려서 깨우는데 그러면 안에서 욕을 한다”며 “도둑들이 활개 치니까 (밤에 누가 오면) 저녁에는 대체로 문도 열어주지 않고 나와 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 때문에 탄내 단속반을 조직하고 운영하는 인민반장들이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연탄가스를 단속하기 위해 집을 찾으면 주민들에게 박대받고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자니 사고가 끊이지 않아 이도 저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탄내 단속반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연탄가스 중독으로 인한 사건 사고도 더욱 빈번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연탄 때다 (가스에) 중독되는 사람들은 많고 엉터리같이(어처구니없이) 멀쩡한 사람이 죽는 경우도 많다”며 “최근에 한 노인이 도로 옆 조그마한 매대를 지키기 위해 안에서 연탄을 피우고 자다가 (연탄가스 중독으로) 죽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겨울철 난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북한 전역에서 연탄가스로 인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는 지난달에도 양강도 혜산시 혜흥동 민박집에서 자던 손님 3명과 집주인 부부가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관련기사 : 북한 민박집서 연탄가스 중독 부부 포함 5명 참변)

또한 북한의 연탄가스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에 대해 북한의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살림집의 유지·보수에 책임이 있는 도시건설사업소가 자원 부족 등으로 인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어 스스로 연탄 아궁이등을 보수하지 못하는 취약계층 주민이 피해를 받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연탄가스 중독 환자가 발생하더라도 제때 이들을 치료할 수 있는 의료 시설 미비도 피해를 막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