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누스의 얼굴과 불안한 ‘2007년 6월 서해 NLL’

인류의 역사를 ‘평화시기’와 ‘전쟁시기’로 간단히 나눠서 보는 역사가도 있다. 역사란 전쟁과 평화가 교체되어 온 과정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견해를 사관(史觀)으로 정식화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렇다고 틀린 말은 아니다. 인류역사가 전쟁시기 아니면 평화시기라는 것은 분명하니까.

고대 로마는 야누스(Janus)의 얼굴을 광장과 집에 걸었다. 야누스란 로마신화에 나오는 좌우 대칭되는 두 얼굴을 가진 신(神)이다. 두 얼굴은 전쟁과 평화를 상징한다. 전쟁시기에는 전쟁의 얼굴을, 평화시기에는 평화의 얼굴을 걸었다. 로마가 전쟁에서 이겨 ‘평화’를 선언하면서 야누스의 얼굴을 전쟁에서 평화로 일제히 바꿔 걸면 로마 시민들은 열광했다.

‘평화’란 그렇게 좋은 것이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섰다가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평화. 인간에게 그것만큼 행복한 순간이 어디 있겠는가?

미국의 유명했던 시사 사진화보집 ‘라이프’는 연합군의 2차 세계대전 승리를 알리면서 ‘수병(水兵)의 키스’를 표지에 실었다. 미 해군 병사가 종전 선언이 알려지자 갑자기 길에서 간호사를 붙잡고 허리가 꺾어지도록 키스를 퍼붓는 사진이다. 이 ‘수병의 키스’는 2차대전 종료와 평화의 서막을 알린 상징이었다. 전쟁 후의 평화란 수병의 키스처럼 짜릿한 법이다.

전문가는 ‘정직함’이 기본 바탕 되어야

한반도는 1953년 7월 정전협정후 지금까지 평화상태와 긴장상태가 교체돼 왔다. 이 기간동안 평화상태가 훨씬 더 길었다. 한미 군사동맹이 그 근간이다.

긴장상태도 많았다. 울진 삼척 공비사건, 청와대 폭파기도사건, 판문점 8.18 도끼 만행사건, 문세광의 육영수여사 암살사건, 아웅산 폭파사건과 현충문 폭파 사건, KAL기 폭파사건 등등이 있다. 강릉 잠수함 침투사건 등 소규모 사건까지 합치면 결코 적지 않다.

햇볕론자들은 DJ 이후 햇볕정책 덕분에 남북간 긴장상태가 현저히 완화됐다고 주장한다. 미시적으로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다고 맞는 말은 절대 아니다. 결정적으로 북한이 핵실험국이 되었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한반도와 동북아의 긴장상태가 이전보다 급격히 높아진 것은 물론, 동북아 안보의 근본이 흔들리게 됐다는 것은 누구나 주지하는 사실이다. 따라서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는 엄연한 사실(hard fact) 앞에서 햇볕론자들은 ‘남북간에 긴장상태가 완화됐다’는 거짓말을 하면 안된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자 급하게 목포로 내려간 DJ가 ‘무호남 무국가'(無湖南 無國家, 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라는 이순신 장군의 말을 인용하여 충무공의 이미지 차용을 시도하면서 호남 사람들을 자신의 정치적 인질로 잡아두려 하거나, “북한이 핵실험을 했지만 우리는 안심하고 살고 있다”는 턱없는 궤변을 늘어놓은 이유도, 적어도 DJ는 북한 핵실험 때문에 햇볕정책이 일시에 파산했으며, ‘햇볕의 평화’가 10년 공부 말짱 도루묵되듯 완전히 ‘위장평화’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거의 동물적 감각으로 빨리 눈치챘기 때문이다.

DJ는 자신의 햇볕이 ‘위장평화’라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것이 그 무엇보다 두려웠을 것이고, 김정일의 핵으로 햇볕의 둑이 무너질까봐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목포에서 온몸을 던져 제방의 구멍을 서둘러 막으려 한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다급해도 그렇지, ‘핵실험을 해도 안심하고 살고 있다’라니? 이건 지나가던 강아지도 웃을 일이 아닌가?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또 어쩌다 저지른 실수를 자꾸 질책하는 것도 좋지 않다. 잘못을 인정하고 다음부터 잘 하겠다는 사람은 따뜻하게 포용해야 한다. 문제는 자신이 명백히 잘못했는데도 그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개기는’ 사람들이다. 얼마 전 제임스 켈리 전 미 국무부 차관보가 내한했을 때 북한 핵을 둘러싸고 끝까지 협상용이라고 ‘개기는’ 이른바 전문가(?)도 있었다. 이렇게 ‘개기는’ 사람들 중에 제대로 된 전문가나 학자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어느 분야이든 진짜 전문가라면 먼저 ‘정직함’이 기본 바탕으로 깔려 있어야 한다. 정직하지 않으면 눈에 뻔히 보이는 사물과 현상도 실제로 잘못 보는 경우가 생긴다. 자기 맹성(猛省)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말의 의미를 대충 짐작할 것이다. 오죽하면 그 옛날 벌써 2천 5백년 쯤 전에 공자님부터 ‘사무사'(思無邪-생각함에 사특함이 없다)가 되어야 사물을 제대로 볼 수 있다고 했겠는가.

우리 후대들은 ‘부끄러운 DJ’ 본받지 말아야

잡설이 길어졌지만, 정전협정 후 한반도에는 평화상태와 긴장상태를 갈라치기 해온 예민한 지점이 있어 왔다. 서해 북방 한계선, 즉 NLL 문제이다. 백령도, 대청도 등 서해 5도 수역이 여기에 해당한다.

북한은 유엔과의 정전협정을 부정하면서 서해 5도가 자기네 수역이라고 우겨 왔다. 북한은 시간만 나면 이 수역에 각종 도발 등 분탕을 치면서 분쟁 수역화 하려고 한다. 정전협정 후 지금까지 북한이 이 수역에서 일으킨 크고 작은 군사적 도발, 각종 월선행위 등을 다 합치면, 그 일지만 대충 정리해도 책 몇 권 분량이 넘을 것이다.

우리 정부는 서해 NLL 문제를 아예 남북 사이의 의제로 다루지 않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어쨌든, 북한이 ‘서해 5도는 우리 것’이라고 우기며 그 무슨 ‘서해 5도 새 통항질서’니 뭐니 하면서 기기묘묘한 말을 만들어내도, 그런 논리들을 한 방에 날려 버리는 것이 국제협정이며, 실제로 그 땅(수역)에 사람이 살아버리는 것이다. 국가간 영토분쟁이 대체로 그렇듯이 협정에 조인하거나, 실제 사람들이 살면 점유권은 기정사실화 되면서 끝나는 것이다. 서해 5도는 국제협정의 결과 남한 수역이 되었고 대한민국 국민이 살고 있다. 이것이 명백한 실체다.

따라서 북한이 서해 NLL 문제를 제기해오더라도 협상 의제로 만들지 말며, 북한이 협상장에서 NLL을 들고 나오면 웃으며 무시하고 날씨 이야기나 하면서 다른 화제로 돌려버리는 것이 좋다. 또 북한이 서해에서 실제로 도발을 해오면 깨끗하게 평정해주면 된다. NLL 문제는 여기까지가 마지노선이나 마찬가지다. 그외에 무슨 ‘논리적으로 볼 때는…’ 운운하면서 마치 협상을 해볼 여지가 있는 것처럼 뉘앙스를 풍기는 것은 실제 반듯한 논리가 있어서가 아니라 ‘허튼 소리’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북한이 할 수 있는 방법은 先 교전상황을 만들어 분쟁수역화 하고, 後 협상의제로 만드는 것이다. 일단 NLL이 협상 테이블에 올라가면 크게 한건 하는 것이다. 이번 장관급 회담에서도 북한은 서해 남북공동어로를 빌미로 장성급 회담에서 NLL 의제화를 노리는 전술을 보여주고 있다.

해마다 6월이 오면 서해 NLL은 긴장된다.

1999년 6월 15일 북한해군이 도발해왔고 우리 해군은 이 교전에서 승리했다. 전사(戰史)에는 ‘연평해전’으로 기록됐다. 3년 뒤,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 열기가 한창 고조되던 2002년 6월 29일 또 다시 북한 경비정이 NLL을 침범, 교전을 벌였다. 전투상황이 두 번 다 6월에 전개됐다. 이 교전에서 윤영하 소령 등 우리 장병 6명이 산화(散華))했다. 군 통수권자는 이들 장례식에 조문도 가지 않았다. 김대중 당시 대통령의 이 행위는 아마 앞으로도 ‘부끄러운 대통령상(像)’을 예로 들 때 하나의 사례로 계속 인용될 가능성이 높다.

北, 5월부터 ‘남조선이 우리 영해 침범’ 주장

필자는 무슨 ’00가지 시나리오’ 식의 가상 전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분석과 전망은 사실에 근거해야 하고, 그것도 움직일 수 없는 물질적 사실에 기초하는 것이 맞다. 물론 ’00 시나리오’도 대체로 사실에 근거해서 추론하지만, 어디까지나 머리 속에서 진행되는 관념의 테두리를 크게 벗어나지는 못한다. 머리 속에서 진행되는 내용과 실제 현실에서 물질운동으로 전개되는 양상은 똑 같지 않다.

이렇게 인간의 추상(追想) 능력에 오류가 발생하는 이유는, 인간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주관주의에 빠질 수 있고, 그 주관의 근저에는 대체로 ‘자신이 믿고 싶어하는 방향으로 믿게 되는’ 사유의 항진성(恒進性) 비슷한 것이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이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히 올해 6월이 무사히 넘어갈 것인지, 필자는 좀 우려하는 편이다.

북한이 서해 NLL에 도발해오는 근본 이유는 물론 분쟁수역화 의도이다. 그 다음은 한반도 긴장조성이다.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여 ‘한반도는 지금 분쟁중’임을 남한과 미국에 상기시키고, ‘너희들이 한반도의 평화를 원한다면 우리 요구대로 해달라’는, 말하자면 협박성 긴장조성이다. 여기에서 ‘우리 요구대로’란 군사문제, 경제지원문제, 정치외교문제 등등 그 해당 시기마다 다양하다.

북한은 분쟁을 일으켜야 남한 등 주변국으로부터 경제지원을 받아내든, 그것을 빌미 삼아 협상을 하여 양보를 얻어내든, 무슨 일이라도 도모해볼 수 있다. 그저 평화롭게만 지나가면 얻어낼 것도 없는 것이다. 북한정권은 가진 게 군사력밖에 없으니, 자신의 강점인 군사력을 이용해서 무엇이라도 얻어내야 한다.

지금 김정일 정권의 대외 현안은 BDA(방코델타아시아) 북한돈 송금문제다. 미국이나 제3국의 공신력 있는 은행을 통해 BDA 북한돈을 송금해서 정상적인 국제금융거래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 국무부가 그동안 중국, 한국, 베트남, 이탈리아, 러시아, 싱가포르 은행 등등에 이리저리 타진하면서 ‘부디 BDA 돈 좀 받아달라’고 해도 모두 거절당했다.

이 때문에 6월 1일 현재 크리스토퍼 힐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갖고 베이징에 가서 우다웨이 부부장과 머리를 맞대고 있다. BDA 송금문제를 풀려면 중국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힐은 또 “BDA 송금 문제는 확실히 보장해줄 수 있으니, 북한은 먼저 IAEA 사찰단을 불러들이고 폐쇄조치를 이행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5월 31일 유엔주재 김명길 북한 차석대사는 ‘BDA 先해결’을 주장하며 공식적으로 힐의 제안을 거부했다. 북한의 이같은 태도에 앞으로도 융통성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문제는 BDA 송금문제가 해결도 안되고 시간만 흐를 경우이다. 이 경우 물론 미 북 양측이 둘다 답답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좀더 괴롭다고 볼 수 있는 쪽은 정상적인 국제금융거래를 하지 못하는 북한이다. BDA 해결하라고 미사일을 쏘고 핵실험까지 해댔는데, 결과적으로 얻은 게 별로 없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북한정권은 ‘빨리 해결하라’며 주변국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이나 중국에게 직접 군사적 압박을 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만만해 보이는 남한 서해 NLL이 대상에 떠오를 수 있다. 서해 NLL은 북한에게 ‘다목적용’이다.

지난 5월 초부터 북한당국은 ‘서해 NLL에서 남조선군이 도발해오고 있다’며 날조방송을 계속 해오고 있다. 10일 북한 해군사령부는 “남조선 호전광들이 서해 5개섬 지역에 무력을 증강 배치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며 “‘제3의 서해교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고, 이를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이 보도했다. 우리 군당국은 즉각 북한의 주장이 날조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북한은 21일, 30일, 열흘 간격으로 “남조선군이 우리 영해를 침범했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 30일 북한해군사령부는 “남조선 군 호전광들의 무분별한 군사적 도발로 지금 서해 해상에서는 임의의 시각에 새로운 무장 충돌이 일어날 수 있는 초긴장상태가 조성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필자가 올해 6월을 주목해보는 이유는 지난해 북한이 핵실험을 한 이후 처음 맞는 6월이기 때문이다. 핵실험 후 김정일과 측근들은 자신감에 넘치는 태도를 보여왔다. 이제 모든 것이 잘 풀리게 되어있다는 모습이었다. 즉 북한이 ‘핵에 대한 남조선 당국의 태도’를 이번에 시험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99년 6월의 서해도발은 남한의 햇볕정책을 시험해본 측면이 있었고, 2002년 6월 도발은 99년 패전에 대한 설욕전 성격을 갖고 있었다. 만약 이번 6월에 북한이 군사 도발을 해온다면 ‘북핵 위협’에 대한 남한당국 및 남한사람들의 태도를 알아보려는 성격을 띨 것으로 보인다. 간단히 말하면 남한군이 핵을 갖고 있는 북한군에 지레 겁을 먹는지, 당당하게 나오는지 시험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만약 서해상에서 북한군이 도발해오면 대응책은 아주 간명하다. 변함없는 교전수칙을 보여주고 깨끗이 평정해주는 길 뿐이다.

일각에서는 2.13 이후 북한 외교노선이 ‘평화 모드’로 전환되었고 또 올 12월 남한에 대통령 선거가 있기 때문에 쓸데없이 도발하면 한나라당 후보에게 유리해지는데 왜 도발을 하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 그것은 남한식 사고방식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남한에 머리를 숙이고 부탁해오거나 합리적인 거래방식을 선택한 적이 별로 없다. 경제지원 문제도 압박을 통해 당연히 받을 것을 받는다는 태도로 일관해왔다. 남조선 당국이 어떻게 생각하건 말건 힘(군사력)의 우위를 통한 압박, 평화상태를 깰 수도 있다는 위협을 통해 자기 요구를 챙겨왔다. 말하자면 ‘남조선이 쌀을 주기 싫으면 관둬라, 대신 우리는 한반도 평화상태를 깰 수 있으니 남한당국은 합리적(?)으로 생각해봐라’는 식이다. 김정일은 그것이 ‘선군정치의 힘’, ‘장군님의 탁월한 영도력’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올 12월 선거와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남한사람들의 태도를 시험해보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12월 대통령선거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자기에게 유리한 후보를 직접 지지해주는 ‘바보 짓’은 하지 않는다. 대신 당선이 돼서는 곤란한 후보를 두들겨 패는 식으로 우회적으로 유리한 후보를 도와준다. 또 유리한 후보가 당선됐다고 해서 서로 주고받는 합리적인 방식으로 거래를 하진 않는다. 그전과 똑같이 압박하고 위협하는 방식으로 길을 들여서 필요한 것을 얻어낸다. 이것이 김정일 정권의 대남전술 기본축이다. 그래서 북한은 절대 군사력에서 남한보다 우세해야 하는 것이고, 따라서 핵과 선군정치를 포기 못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남한식, 미국식의 합리적인 사고방식으로 북한을 이해해서는 안된다. 지금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남북정상회담도 비슷하다. 항구적 한반도 평화체제니 뭐니 하는 것은 그냥 말일 뿐이고, 남북정상회담을 해서 한미군사동맹이 파괴되는 데 유리하고, 에너지, 식량, 현금 등 김정일이 실제 챙길 것이 많다면 노무현에게 정상회담을 ‘윤허’해주는 것이고, 그것이 충족되지 않으면 안하는 것이다.

북한측 꽃게어장만 2천만 달러 이상

6월 서해 NLL을 불안하게 보는 이유로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6월중 북한측 꽃게어장만 최소 2천만 달러어치이다. 이 해역은 북한해군 8전대 관할이다. 8전대는 직접 꽃게를 잡아 외화벌이를 해서 상부에 바친다. 북한측 꽃게어장에 나오는 선박의 90% 정도가 8전대 소속이다. 어부들도 당연히 8전대 현역군인들이다. 10% 정도 민간 선박도 있다. 수산사업소 양식장에 등록된 어선들이다. 그러나 8전대가 이들에게는 먼 바다로 나가지 못하도록 한다.

따라서 북한측이 그동안 “서해상에서 민간선박이 잘못 월선하여 우리 경비정이 바로 잡아주려고 했는데, 남조선 해군이 우리 민간선박에 발포했다”는 식의 주장은 거짓말이다. 북측은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NLL 월선을 ‘기획’할 수 있다. ‘기획월선’을 통해 남측에 시비를 먼저 걸고 발포를 유도한 뒤 점차 확전을 기도하는 양상을 보일 수 있는 것이다.

또 꽃게어장을 넓히기 위해 우리측 어장으로 침범하면서 ‘우리는 핵보유국인데 너희들 쏠테면 쏴 봐라’는 식으로 나올 수도 있다. 그러니까, 남한의 방송에서 흔히 주장하는 ‘북측 선박이 꽃게 조업을 하던 중 남북간에 우발적으로 교전상황이 발생’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필자가 우려하는 대목은 실제 북한해군이 올해에 꽃게어장을 과감히 넓히려고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북한군은 위 아래 가릴 것 없이 부패해 있다. 이미 오래 된 일이지만 최근 돈의 중요성이 더 인식되면서 부패구조는 더욱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만성화된 부패 상납구조에다 달러를 바치라는 상부의 요구가 더 성화를 부릴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이른바 ‘핵보유국 자신감’에 바탕하여 ‘과감한 꽃게잡이’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이 글의 앞에서 언급한 평화상태와 전쟁상태에 관한 생각이다.

평화의 소중함은 전쟁상황을 겪은 직후에 가장 크게 부각된다. 전쟁이 오로지 전면전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북한은 6월에 교전상황을 만들어내고 ‘전쟁이냐 평화냐는 남조선의 선택에 달렸다’는 식으로 나올 수 있다. 물론 전면전으로 확전되는 것은 북한정권이 결코 원하는 게 아니다. 지금 김정일 정권은 전면전을 벌일 수 없다. 그러나 북한정권은 남한에 전쟁의 공포심을 심어주고, 그 다음에 찾아올 ‘평화적 협상’에 응해주면서 남측으로부터 필요한 것을 챙기려 할 수 있다.

문제는 북한이 이번에 챙기려 하는 것에는 단지 경제지원뿐 아니라, 12월 대선에서 자기에게 유리한 후보를 우회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이다. 6월에 교전상황을 만들어내고 이후에 ‘평화적 협상’에 응해주면서, 결과적으로 이른바 ‘평화-개혁-진보세력’임을 자처하는 쪽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여권 일부 의원이 그동안 ‘전쟁세력이냐, 평화개혁세력이냐’며 무식한 소리를 해온 것이 효과(?)를 낼 수 있는 타이밍도 6월이 지나면 별로 없다.

필자는 이상과 같은 시나리오가 ‘소설’이기를 바란다. 그런 점에서 최근 북한해군사령부가 “남조선 호전광이 서해 5도에 무력을 증강하고 있다”는 주장이 날조가 아니라, 역설적이지만 ‘사실’이기를 바란다. 평화는 힘에 의해 지켜지는 것이지, 말로 지켜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평화는 정치꾼들이 지키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강력한 병(兵)이 지킨다.

6월의 시작이다. 백령도 흑룡부대 장병들을 비롯하여 서해를 지키는 우리 해군, 공군, 해병들에게 뜨거운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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