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록강 모래채취 재개한 北신의주

‘위대한 장군님을 높은 사업성과로 받드는 참된 실천가가 되자.’

27일 오후 중국 단둥(丹東)시에서 건너다 본 북한 신의주시의 압록강변.

예년 같으면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 또는 ‘위대한 김일성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혁명의 수뇌부를 목숨으로 사수하자.’, ’21세기의 태양 김정일장군 만세’ 등 주민 단결을 호소하는 찬양성 구호 일색이었지만 올해는 신년 공동사설에서 강조한 경제구호가 새롭게 모습을 드러냈다.

‘공화국 창건 60돌을 맞는 올해를 조국 청사에 아로새겨질 역사적 전환의 해로 빛내이자’라는 구호가 붙은 압록강변의 한 건물 앞에서는 휴일임에도 강변에 정박한 선박에서 하얀색 마대로 포장된 원자재를 하역하는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압록강에서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북한의 모랫배들이 대대적으로 모래를 퍼담고 있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일부 선박들은 단둥시쪽 강변에서 불과 100m 정도 거리를 두고 강물 위에 자세를 고정한 채 부지런히 모래를 퍼내고 있었다.

현지 주민에 따르면 올해 압록강 모래채취 작업은 추위가 풀리기 시작한 지난달 중순께부터 시작됐다. 북한은 작년과 달리 올해에는 크레인과 운반선이 일체화된 신형 선박까지 동원해 작업을 벌이고 있다.

단둥의 한 주민은 “올해 작업은 작년보다도 훨씬 규모가 크다”며 “아마 신의주 말고도 다른 지방에서도 건설용 모래 수요가 많이 있는 모양”이라고 추측했다.

압록강철교에서 하류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나타나는 중국쪽 웨량다오(月亮島) 건너편의 북한측 하역장에는 모래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고 바로 옆에는 찍어낸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대형 콘크리트 블록들이 가지런하게 놓여 있었다.

이곳에서는 휴일임에도 작업 인부들이 대거 동원돼 블록을 만들어내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압록강 주변의 모습은 이처럼 평화롭고 활기찼지만 올해 들어 단둥-신의주 간 무역이 침체된 탓인지 북한과 무역에 기대어 살아왔던 단둥의 상인들은 불황을 호소했다.

단둥의 조선족 대북무역업자 J씨는 “북한에서 농산물이나 수산물을 일단 단둥으로 반입해 다시 한국으로 수출하는 3각무역도 이전보다 크게 줄어들었다”며 “지금은 무역 상담도 개성에서 이뤄지고 있고 물량도 남포 해로나 금강산 육로를 통해 직접 한국으로 나가고 있다”며 하소연했다.

단둥 세관 주변에 가게를 내놓고 북한의 보따리 무역상들을 주로 상대했던 화교나 조선족 상인들도 중국의 식량수출 제한조치에다 북한 당국의 대대적 시장단속, 무역회사 및 세관 검열 등으로 거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아우성이었다.

지난달에 이어 이번달에도 중앙에서 검열단이 내려와 신의주 일대의 세관 및 무역회사 등에 대한 집중적인 검열에 돌입하면서 이제는 매일 신의주에서 단둥으로 건너오는 북한 화물차들이 20대도 채 되지 못하는 형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둥세관은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했던 2006년 10월 전후에도 매일 200∼250대 가량의 양측 차량이 분주하게 국경을 넘나들던 북중 교역의 핵심 통로였다.

북한 화교 출신의 한 상인은 “얼마나 단속이 심했으면 이미 물건값까지 치른 조선(북한)의 거래처로부터 아직까지 연락도 없고 물건도 찾아가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며 “조선에서 주문을 받은 일부 물건도 트럭으로 들여 보내지 못하고 결국 배에 태워 보냈다”고 푸념했다.

이런 가운데 단둥쪽 압록강변에는 평소에는 보기 힘들었던 중국 공안 해경의 무장경비정이 부두에 정박해 있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들 경비정은 갑판에 설치된 기관총을 그대로 노출해 위압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세관 경비정 부두에 인공기와 오성홍기를 나란히 게양한 중국측 해상무역선 2척이 예인돼 묶여 있는 장면도 눈길을 끌었다.

단둥의 한 대북소식통은 “이들 배는 밤사이 압록강에서 밀수를 시도하다 세관에 적발된 배들”이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이중 한 척에는 현재 중국 정부에서 엄격하게 수출을 통제하고 있는 밀가루를 실었던 흔적인 듯 뱃전은 하얀 분말로 뒤덮여 있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