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곡 증산에 사활거는 北… ‘작업증’까지 만들어 주민 동원

모내기 전투 중인 북한 주민. /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북한 당국이 올해 알곡 증산에 사활을 걸고 각종 농촌동원 전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올해부터는 ‘작업증’을 발급해 주민 개개인의 동원 여부를 확인하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 소식통은 8일 데일리NK에 “올해 ‘작업증’이라고 새로 생겼는데, 손바닥만 하게 만들어 진 그것이 없으면 어디 나다니질 못한다”고 전했다. 농장의 분조장이 조그마한 작업증에 도장을 찍어줌으로써 각 주민의 동원 참여 사실을 증명·확인하는 제도가 도입됐다는 이야기다.

평양 출신 탈북민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과거 ‘공수증’이라는 이름으로 각 인민반별 농촌 동원 계획을 할당했다. 예컨대 ‘300공수를 책임지라’는 식의 지시가 떨어지면 각 인민반은 동원 인력 수와 일수를 종합적으로 계산해 할당량을 채워야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어떻게든 할당량만 채우면 되기 때문에 일부 주민들이 돈을 내고 동원에서 빠지는 경우도 있었으나, 이번에 새로 도입된 ‘작업증’ 제도는 개개인의 동원 참여 여부가 명확히 드러나 돈을 내고 동원을 피하는 꼼수는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게 이 탈북민의 말이다.

소식통은 “내가 놀지 않고 작업했다는 식으로 분조장이 도장을 찍어주면 다음날 돌아다닐 수 있다”면서 “만약 길바닥에 돌아다니다 단속반한테 걸리면 작업증을 보여줘야 하는데, 작업증이 없거나 일했다는 도장이 안 찍혀 있으면 다시 농장에 보내 일을 시킨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북한 주민들은 매년 초 퇴비전투를 시작으로 모내기전투와 김매기전투 등 식량 생산과 관련한 각종 농촌동원 전투에 동원된다. 특히 올해 상반기 북한 전역이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면서 주민들은 이른바 ‘가물(가뭄) 전투’에도 동원됐다.

그러나 주민들 사이에서는 당국이 요구하는 각종 농촌동원 전투에 나서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동원 시 개별적으로 식량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까지 전개되면서 동원 기피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배급제가 유지되던 과거에는 당과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내세워 독려하면 비교적 쉽게 주민 동원이 가능했지만, 배급제가 무너지고 장마당을 통해 자체적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지금은 충성심만으로 주민을 발동하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북한 당국도 반강제적 성격으로 주민들을 동원하는 ‘작업증’ 제도를 고안해 낸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출석부 형태로 동원 참여 여부를 확인하고, 빠진 주민에게는 통행을 제한하는 불이익을 줘 동원에 나설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셈이다. 이를 두고 소식통은 “그렇게 악랄하게 사람들을 쥐어짠다”면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다만 이 같은 작업증 제도가 현재 북한 전역에서 실시되고 있는지는 분명치 않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전국적으로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우리 지역에서 하는 것을 보면 전국적으로 하지 않겠냐”면서도 “평양 중심 밖 구역 사람들이나 주변 농장 사람들에게만 이런 포치를 내렸지, 평양 중심 사람들은 이런 것을 하겠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에 따르면 정론이 발표되기 전에 이미 곳곳에서 포착됨.
북한 국경 지역에 내걸린 ‘쌀로써 당을 받들자’ 구호판.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이밖에 작업증은 농장·기관기업소 일꾼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의 부녀자들에게도 발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부녀자들도 일을 시키는 것”이라며 “그래서 (부녀자들은) 자기 뙈기밭(소토지) 농사하랴, 장사하랴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 당국은 각종 농촌동원 전투 기간에 오후 5시부터 시장 문을 열도록 하고 있어, 이에 불평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는 “부녀자들은 선선한 아침에 자기 농사를 해야 먹을 것을 생산하고 시장에 내다 파는데 그 시간에 동원을 가야하니 정말 신경질이 난다고 말한다”며 “그래도 (동원 가서) 일을 안 하면 아예 밖을 못 돌아다니니 별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 당국은 올해에도 어김없이 알곡 700만 톤 생산을 목표치로 내세워 주민들을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올해 당의 호소로 무조건 700만 톤을 생산해내야 한다는데, 해마다 400만 톤을 겨우 맞춘다”며 “올해는 200만 톤도 채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시종일관 700만 톤을 하라고 소리만 치니 백성들이 움직이겠나”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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