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北 접촉 파문…정치권 ‘벌집’ 쑤신 듯 소란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로 안희정 씨가 지난해 10월 베이징에서 북한 이호남 참사를 만났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정치권은 벌집을 쑤신듯 소란스러웠다.

정치권은 열린우리당 탈당파까지 포함해 일제히 “비선조직을 통한 대북정책은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직간접적으로 이번 대북접촉에 연계된 열린우리당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29일 최고위원회에서 “지금 북쪽과 접촉하고 있다는 안 모씨는 민간인에 불과하다”며 “이런 분을 통해서 국가의 중대사를 추진한다는 것은 ‘가족정치’, ‘동네정치’의 극명상을 표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 대표는 “대북정책은 투명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언론보도처럼 북핵이 폐기되기 전에 밀사를 보내 남북정상회담을 구걸하는 구태는 반복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권영세 최고위원도 “한나라당이 무조건 남북정상회담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며 “더 이상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 애매하거나 이상한 태도를 취하지 말고 공개적인 논의를 거쳐 남북정상회담의 타당성과 의제, 방식 등을 공개적인 장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합신당모임의 양형일 대변인은 “청와대 이호철 상황실장과 안희정씨, 이화영 의원으로 연결되는 비선라인이 가동돼 정부 시스템을 배제한 것은 중대한 문제”라며 “대북 문제를 논의하는 데 있어 1970~80년대 식으로 비선을 가동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다.

민생정치모임의 정성호 대변인은 “비선 가동을 통한 남북정상회담 추진은 매우 부적절하다. 이런 방식은 남북화해협력 기조에 대한 불신만 초래할 뿐”이라고 말했고, 민노당 김형탁 대변인은 “남북정상회담을 공개적이고 투명한 방식으로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거짓으로 드러났다. 투명성이 결여되면 의혹이 불거져 결국 남북관계에 도움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열린우리당은 민간인 신분인 안희정 씨가 대북채널로 활용됐다는 사실에 말은 못하지만 불편한 심기가 역력하다. 당 지도부는 물론 소속 의원들도 직접적인 언급을 삼가고 있다.

열린우리당 서혜석 공동대변인은 “이 상황에 대해 보고받은 바 없고 관련 기사를 본 게 전부다. 현재 단계에서 뭐라고 말하는 게 부적절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재성 대변인은 오전 한때 휴대전화 전원을 끄고 아예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았다. 당 일각에서는 “당에 보고되지도 않고 개별적으로 접촉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반면, 안씨와 함께 북측 인사를 비밀 접촉했던 이화영 열린당 의원은 SBS라디오에 출연, “북측에서 비공개 하기를 원하는 걸 공개해 갈 수는 없지 않느냐”면서 “외교는 비밀이 많기 때문에 (비밀 접촉을) 비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했다.

정부 당국자는 안씨의 북측인사 접촉에 대해 크게 문제삼지 않는 모습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수행해 중동을 방문중인 송민순 외교통상부장관은 “당시 의미있는 접촉이 있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29일 정례브리핑에서 “안희정씨의 북측인사 접촉은 북핵실험의 진의와 목적 등을 알아보기 위한 것으로, 그들의 입장을 듣는 것은 유익하다고 본다”면서 “남북교류협력법상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