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생각’ 9쪽에 담긴 ‘외교·안보·북한’ 구상

정치의 계절에 과민한 측면도 있겠지만 안철수 원장의 그림자가 현실 정치권을 덮다 보니 그와 연결되지 않는 이슈가 거의 없다. 민주통합당 경선 파문도 결국 안철수에게 유리해졌다는 식의 보도로 이어진다. 최근에는 안 원장이 출입한 룸살롱을 경찰이 내사했다는 미확인 언론보도가 나와 많은 사람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박근혜가 확정됐지만 안철수의 지지율에 큰 변화는 없다. 대선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컨벤션 효과를 업은 박근혜와 엎치락 뒤치락이다. 이 정도면 안철수 현상은 바람이라고 보기 어려워 졌다. 안철수 현상을 분석하는 정치공학과 별개로 그는 이미 우리 사회에 견고한 지지층을 구축했다.  


그렇다면 이제 검증은 필수다. 그의 사생활이나 루머가 검증에 동원되다 보니 오히려 반사효과까지 누린다는 말이 나온다. 정책검증을 하라고 하지만 소스(source)가 별로 없다. 자신의 국정구상이 담긴 책 ‘안철수 생각’에 외교, 안보, 북한 분야를 단 열 페이지도 안 쓰고 침묵하는 그를 무슨 수로 검증할지도 의문이다.  


일단 이 책부터 들여다 보자. 안 교수는 이 책에서 9페이지 분량으로 통일·외교·안보 문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얼핏 여야 기성 정치권의 대북정책에 비판적 견해를 밝혀 차별화를 시도하는 듯 보이지만, 구체적인 비전이 확인되지 않는 모호한 ‘햇볕정책’에 가깝다. 


그는 북한인권 문제와 햇볕정책에 대해 “앞으로 정부가 남북협력을 진전시키면서도 북한 주민들의 인권과 관련해 필요한 발언은 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햇볕정책은 교류협력으로 남북 긴장완화의 성과를 거둔 반면, ‘퍼주기’ 논란 등 남남갈등, 즉 남한 내의 이념 갈등을 유발했다. 투명성이 부족했다는 문제도 있다” 등의 비판도 섞어 넣었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채찍만 써서 남북갈등이 심화됐다” “기계적 상호주의를 고수한 것은 북한 조기붕괴 시나리오에 따른 것으로, 그런 시나리오는 설득력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난 15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장기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도 유연한 대북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단기적으로는 중단됐던 남북대화와 경제협력을 재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금강산·개성 관광재개와 개성공단과 같은 협력모델의 점진적 확대를 제안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면서 차별화를 시도하고, 여야의 대북정책을 보완하는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합리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물론 대북정책의 큰 흐름은 햇볕정책에 기반하고 있다. 안 원장의 멘토로 알려진 법륜 스님은 대표적인 대북지원론자다. 북한이 무엇을 하든 돕는 것이 우리에게 유리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안 원장은 아직 남북관계에 대해 실천적인 플랜을 내놓지 않았다. 남북간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인권문제를 어떻게 거론할 것인지, ‘퍼주기’ 논란을 겪지 않으면서 경제협력을 강화할 것인지, 천안함 연평도 우회 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성이 없다. 남북관계에서 ‘어떻게’라는 난제를 피하면서 ‘나는 다르다’는 선문답만 던져놨다. 


안 원장은 북한의 도발로 촉발된 남북교류 중단을 상당 부분 정부 책임으로 돌렸다. 결국 북한도 나쁘고 이명박 정부도 옳지 않다는 식의 양비론인가? 아니면 이 난국을 돌파할 혜안이라도 있다는 말인가? 안 원장이 북한의 호의를 이끌어 내는 묘책을 고민하고 있다면 결국 북한에게 끌려가는 수순을 밟아갈 공산이 크다.  


대선이 10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안 원장이 순진한 이상주의자인지 현명한 위기 관리자인지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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