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동양평화론’에서 한반도 통일의 길을 찾아야

안중근의 동양평화를 위한 방법론은 유럽통합의 역사보다 무려 40년이나 앞선 것으로 동북아의 평화를 통해 초국가적 지역통합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사실 유럽통합과 그 속에서 내재된 독일통일의 과정은 통일을 준비하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역사적 교훈이다. 그러나 유럽의 경험을 문화적, 역사적 배경이 다른 한반도와 동북아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공통의 역사인식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은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위해 한중일 3국의 수평적 연대와 초국가적 통합을 주창한 우리의 역사적 담론이며, 비록 미완성의 저서로 남겨졌지만 그의 주장은 이후 유럽통합과 독일통일의 과정에서 대부분 현실화됨으로써 이미 방법론적 완결성을 갖추고 있다. 그렇다면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이 내포하고 있는 통합의 방법론은 무엇인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첫째, 안중근은 적극적인 긴장완화를 통한 ‘세력균형’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3국의 정치적 독립을 전제로 한중일 3국의 수평적 연대를 제안하였고, 이를 통해 서양(러시아)의 침략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안중근은 3국이 세 발로 서 있는 솥과 같아서 3국 중 어느 한 나라라도 독립을 상실하면 균형이 무너져 3국 제휴는 불가능하다고 인식하였다. 그 당시 황성신문은 “3국은 같은 대륙, 인종, 같은 문자로써 연대가 가능하다”며 “힘을 합치면 황인종은 백인종을 대적할 수 있다”며 3국 제휴를 동서양의 세력균형을 위한 논리로 제안하였다. 

둘째, 안중근은 보다 항구적인 3국의 연대를 위해 ‘다자간 통합’이라는 방법론을 제시하였다. 안중근이 ‘동양평화론’에서 제안했던 주요 단어들을 살펴보면, 동양평화회의, 공동은행, 공용화폐, 공동군대, 공동언어 등 매우 높은 수준의 정치 및 경제 공동체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안중근은 이러한 공동체를 한중일 3국을 넘어 인도, 태국, 베트남까지 확대하여 동아시아 전 지역을 초국가적 ‘다자간 통합’의 대상으로 설정하고 있었다.

안중근은 한중일 3국의 국력차이가 명확하고, 서양의 제국주의 침략이라는 현실적 위협 앞에서 조선의 독립을 보장받고, 동양을 지킬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으로서 한중일 3국의 수평적 연대를 통한 세력균형과 이를 보다 항구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구조로서 3국의 정치경제적 다자간 통합을 제안했다. 또한 안중근은 3국의 연대와 다자간 통합이 이루어질 수 있는 현실적 공간으로서 여순을 국제사회에 개방할 것을 주장했다. 당시 동북아 국제분쟁의 발생지였던 여순에 상설 ‘평화회의’를 설치하여 한중일 3국의 수평적 연대와 ‘다자간 통합’을 위한 현실적 공간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한 것이다. 

이것은 매우 혁신적인 발상이었다. 따라서 안중근의 주장이 제국주의라는 힘의 정치가 지배하는 당시 국제정치의 현실에서 매우 비현실적인 주장으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일본이 그 당시 안중근의 주장에 조금이라도 귀를 기울였다면 태평양전쟁과 원자탄 투하, 위안부, 한반도 분단이라는 20세기의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21세기 문명의 시대에서 지역의 분쟁 해결을 위해 끊임없이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하는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안중근의 주장은 보다 더 현실적인 대안제시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유럽통합의 역사에서 분쟁의 상징을 평화의 상징으로 바꾼 사례가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통합의 필요성을 주장한 윈스턴 처칠은 1949년 17세기 이후 독일과 프랑스 사이에 민족분쟁의 발원지였던 알자스-로렌지역에 서유럽 통합의 모태가 된 ‘유럽평의회’를 설립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시 처칠의 이러한 노력은 매우 이상적인 제안이었지만 유럽통합론자들은 이와 같은 발상의 전환 없이는 전쟁을 막을 수 없다는 매우 절박한 심정에서 ‘유럽평의회’를 설립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그림>은 안중근 ‘동양평화론’의 두 가지 전개방향인 ‘세력균형’과 ‘다자간 통합’이 여순의 ‘평화회의’에서 어떻게 구체화되는지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의 실현 방법.

지난 2014년 3월 28일 박근혜 대통령은 독일 통일의 상징인 드레스덴에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이란 제목의 연설을 통해 자신의 통일구상을 직접 밝혔다. 박 대통령이 밝힌 3대 대북 제안(인도적 문제 해결, 민생 인프라 구축, 민족 동질성 회복)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동북아다자안보협의체의 추진, 그리고 한반도 통일과 동북아 화합의 출발점으로서 DMZ세계평화공원 건설은 모두 북한의 참여를 전제로 한 것이다. 문제는 북한을 어떻게 끌어낼 것인가에 달려 있다. 북한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북한이 변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북한이 변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대북정책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할 때 막연히 기다리기보다는 북한이 변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다면 북한의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며, 또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는 우리에게 달려 있는 숙제이다. 물론 서로의 정치적, 이념적 입장에 따라 다양한 주장이 제기될 수 있으나 문제해결의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이러한 모든 주장과 입장을 포용할 수 있는 더 큰 그림이 필요하다. 바로 역사의 발자취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국민적 에너지로 묶어낼 때 비로소 우리는 한반도 통일의 길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