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새터민 청소년들의 썰렁한 명절맞이

경기도 안산에는 정부 지원 없이 민간인 몇이 탈북자 가운데도 부모 없는 청소년들만 모아 함께 살며 지원하는 시설이 하나 있다. 새터민 청소년 그룹홈 ‘우리집’이다.

2001년 처음 생겼을 때는 남과 북을 잇자는 뜻에서 ‘다리공동체’로 이름을 붙였다가 좀 더 포근한 의미를 담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바꾸었다고 한다.

추석을 일주일 앞둔 8일 저녁 다가구주택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일동에 자리 잡고 있는 ‘우리집’을 찾았을 때 집안은 생각보다 썰렁했다.

이 곳에 사는 11명의 아이들 중 김성호(15.가명) 군과 이샛별(20.가명) 양만이 학교에서 허겁지겁 돌아와 배고프다며 저녁식사를 독촉하고 있었다.

성호 군은 “다른 형들은 석훈이 삼촌하고 수학여행 갔다”고 했다. 성호 군이 말한 석훈이 삼촌은 이 시설을 처음 연 마석훈(38) 씨고 수학여행이란 탈북 청소년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떠난 체험학습을 뜻했다.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고 하는 추석이지만 북에서 넘어온 이 아이들에게 별 감흥은 없는 듯 보였다.

성호 군은 “북한에서도 추석이 되면 가족이 함께 모여 차례도 지내고 맛있는 음식도 만들어 먹긴 했다”고 말하면서도 표정은 무덤덤했다.

그는 “추석이 오면 뭐 달라지는 게 있나요”라고 반문했다. 남한에서 가족 친지 없이 3년째 지내면서 명절의 느낌을 서서히 잊어가고 있는 듯했다.

‘우리집’에서는 올 추석에 송편을 만들어 제사상을 차려놓고 단체로 조상님께 차례를 올릴 예정이다. 늘 그렇듯이 외부에서 찾는 사람은 없다.

4년전 친동생과 함께 입국한 샛별 양은 “북한에서도 추석이 되면 가족이 함께 모여 제사도 지내고 맛있는 음식도 만들어 먹었다”며 “추석이 다가오니 돌아가신 아빠와 행방불명된 북한의 엄마가 생각난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 양은 올해 성년이 됐지만 북한에서의 부족한 영양공급 때문인지 키는 남한의 중학생 정도밖에 크지 않았고 현재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다.

3년전 엄마와 함께 남한 땅으로 온 성호 군은 “매년 명절이 되면 북한에서 살고 있는 아빠와 형이 생각난다”며 “그래도 나는 다른 형들과 달리 엄마를 볼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 군은 이번 추석 연휴 지방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엄마를 만나기 위해 내려갈 생각이다.

‘우리집’의 살림을 꾸리는 김용길 사무국장은 “탈북 새터민은 정부가 경제적인 지원한다는 인식 때문인지 특별한 후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들에게 지급되는 것은 매달 30만원의 생계비가 전부”라고 했다.

전세로 얻은 20평짜리 다가구주택 2채와 월세 50만원짜리 주택 1채로 구성된 이 시설은 최경숙 총무팀장 등 자원봉사자 2명이 8천만원씩 모두 1억6천만원을 대출받아 마련한 공간이다.

그러나 집이 서로 떨어져 있어 지내기가 불편하고 고정적인 외부 후원금이 월 11만원에 불과해 생활이 늘 버겁기만 하다.

최 팀장은 “북한에서 온 아이들은 적응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안정적인 주거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어려움을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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