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얼마 전 3·1절 101주년 기념식 기념사에서 “오늘 저는 온 국민이 기뻐할 소식을 전하고자 한다”면서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의 승리를 이끈 평민 출신 위대한 독립군 대장 홍범도(1868∼1943) 장군의 유해를 드디어 국내로 모셔올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계봉우·황운정 지사 내외분의 유해를 모신 데 이어 ‘봉오동 전투 100주년’을 기념하며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방한과 함께 조국으로 봉환하여 안장할 것”이라며 “봉오동·청산리 전투 100주년을 맞아 국민들과 함께 3·1독립운동이 만들어낸 희망의 승리를 자랑스럽게 기억하고 싶다”고 말했다.
홍범도의 항일 무장투쟁 공로로 홍범도의 공산주의 활동이나 이념적인 면은 가려진 채 홍범도의 항일활동 역할만을 부각시키고 있어 이를 지적하고자 한다. 또한 문 대통령의 모든 국민의 기쁨이라는 시각에 동의할 수 없다. 홍범도 장군이 봉오동 전투나 청산리 일제와의 전투에서 공로가 인정되지만 그는 한때 공산주의 활동을 했던 인물이다. 홍범도는 함경도 지방에서 의병항쟁을 전개한 뒤 소련의 연해주 지방과 중국의 동북지역을 왕래하며 항일 활동을 하면서도 소비에트 정권을 지원하였다. 레닌 주도의 볼셰비키 세력인 적군(赤軍)을 지원하여 반 볼셰비키파인 러시아 백위파(白衛派)를 상대로 투쟁하기도 하였다.
소련에 들어간 이후에 적군(赤軍)과의 연합투쟁을 위해 러시아 공산당에 입당하여 공산주의 활동을 하였다. 홍범도가 1920∼30년대 제3세계 식민지 피압박 약소민족의 민족해방운동에 중추적 역할을 했던 코민테른이나 소비에트 러시아 당국의 국제적 지원을 받은 점 등은 홍범도가 공산주의자임을 입증한다.
또 일부 진보 좌파세력들은 홍범도의 무장활동은 김좌진(金左鎭)·이범석(李範奭) 등 우리의 독립운동세력인 북로군정서(北路軍政署) 군대와 연합하여 봉오동·청산리전투에 성과가 있었음에도 홍범도를 제외하고 이들만의 전과로 돌린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독립운동 유공은 맞지만 공산주의자였던 인물을 대통령이 나서서 그의 활동을 거양시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
얼마 전 정부는 보훈처 주관하에 약산 김원봉을 대한민국 건국공로자로 추서하려다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고 논란이 일자 이를 거두어 드린 바 있다. 김원봉은 비록 독립운동에 기여했다고는 하지만 해방 후 귀국하였다가 자진 월북하여 북한 정권에 기여한 인물이다. 북한에서 혁명열사릉이나 애국 열사릉에 묻힐지언정 대한민국 건국과는 상관이 없는 인물인데 문 정부는 이를 밀어붙이려 했다.
평창동계올림픽 때 김영남, 김여정 등 북한 대표단 앞에서 신영복 선생님을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라고 말한 바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무리 남북대화 차원이라 하더라도 북한 대표들 앞에서 간첩활동을 한 죄로 20년이나 복역한 사람을 어떻게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라고 말할 수 있는가.
문 대통령은 얼마 전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으로부터 모욕적인 욕설을 들었다.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 “구체적이고 완벽하게 바보스러울까” “세살 난 아이들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다” “적반하장의 극치” “겁을 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 등 노골적인 조롱의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청와대는 한마디 비판도 없이 일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북한에 무슨 약점 잡혔나’라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또한 항일독립운동을 하였다고 북한 김일성도 서훈에 넣어야 겠느냐고 반문하는 국민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 홍범도 유해 봉환은 대통령 주도로 이루어지겠지만 우리의 정체성 훼손에 악영향을 끼치는 건 아닌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