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이틀째 합의 실패…中·러 걸림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제재 방안을 논의키 위해 이틀째 협의를 진행했지만 특별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회의를 끝마쳤다.

한국 유엔 대표부 김봉현 차석대사는 6일(현지시간) 유엔본부에서 1시간반가량 진행된 안보리 소그룹 회의에 대해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영·중·러·프랑스와 일본이 참여한 핵심 6개국 회의가 오늘 오후 열렸지만, 별다른 진전 없이 서로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 하는 선에서 끝났다”고 말했다.

다카스 유키오 유엔 주재 일본 대사도 회의를 마친 후 “현 시점에서 아무런 논의의 접점을 찾지 못했다”고 북한에 대한 제재 논의가 난항을 겪고 있음을 밝혔다.

또 다른 참가국 외교관은 “논의가 막혀 있는 상태”라며 “기본적으로 경고를 할 것인지, 벌을 줄 것인지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까지 관련국들은 새로운 결의안인가, 경고 메시지를 담은 의장 성명인가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유엔 안보리의 조치 수위는 언론성명, 의장성명, 제재조치 없는 결의안, 비군사적 제재조치를 포함한 결의안. 군사 제재조치를 포함한 결의안 등을 취할 수 있다. 지난 2006년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유엔 안보리 결의안 1718호는 비군사적 제재조치를 포함한 결의안이었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입장을 ‘이해’하는 차원에서 강경 대응에 조심스럽게 대처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의 비탈리 추르킨 유엔대사는 이날 “지금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6자회담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제재 조치 보다는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강조했다.

이어 그는 “중요한 것은 우리가 감정적인 자동반사 대응과 같은 것에 스스로 속박돼서는 안된다는 점”이라며 신중한 대응을 주문했다.

전날 장예수이 중국 유엔대사는 안보리 첫 비공개회의를 마친 후 “안보리의 대응은 신중하고 형평성을 갖춰야 할 것”이라며 “긴장을 키울 수 있는 행동을 모든 국가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은 아직까지 ‘제재’에 대한 강경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중대한 함의를 갖는 도발적 행위”라며 “유엔의 강경한 입장이 우리가 취하고자 하는 첫번째이자 중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유엔의 조치 이후 미국 차원의 독자적인 추가 제재 조치가 뒤따를 것임을 시사한 발언이다.

이날 로버트 우드 미 국무부 대변인도 대북 제재를 논의하고 있는 유엔 안보리에서 미국 입장에 대해 “가능한 가장 강력한 대응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고, 미국의 제재 조치에 대해서는 “미국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분명히 그런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블룸버그 통신은 안보리 이사국인 코스타리카의 호헤이 어비나 대사의 말을 인용 “북한이 (로켓을) 발사하기 전에는 중국이 결의를 수용할 준비가 돼있지 않았으나 이제 그럴 수도 있다”며 “중국은 6자회담이 위험해지지 않기를 우려하고 있을 뿐 약한 수준의 결의나 강력한 의장성명을 수용할 수도 있다”고 합의 가능성을 낙관했다.

하지만, 중국 유엔대표부의 류유통 대변인은 “우리는 어떤 결의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힌 바가 없으며 추가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입장을 옹호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이번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여론이 커서 대수롭지 않은 사건으로 치부하기에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의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최소 북한의 이번 발사 실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 입장과 기존 유엔 안보리 조치 등을 준수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장성명 정도는 수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통일연구원 전성훈 연구위원은 “중국, 러시아도 평화적 목적이든, 군사적 목적이든 발사실험을 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혀 왔기 때문에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반대만을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며 “새로운 결의안이 어렵더라도 있는 미사일 발사를 경고하는 메시지의 의장성명 정도는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전 연구위원은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가 유효하다는 재확인 차원의 내용도 새로운 결의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