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제재위원회는 16일(현지시간) 북한 인사 5명과 기업 및 단체 5개를 대북 제재 리스트에 포함했다.
재재위원장을 맡고 있는 파즐리 코만 유엔주재 터키 차석대사는 이날 3시간의 전체회의를 마친 뒤 명단과 함께 이들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연루 사실을 발표했다.
북한 인사 5명은 ▲윤호진 남천강 무역회사 책임자 ▲리제선 원자력 총국장 ▲황석하 원자력 총국 국장 ▲리홍섭 전 영변 원자력 연구소 소장 ▲한유로(Han Yu-ro.한글표기 불분명) 련각산 수출조합(조선 련봉총회사) 책임자 등이다.
또, 제재 기업 및 단체는 ▲남천강 무역회사 ▲홍콩 일렉트로닉스(이란 소재) ▲조선혁신무역회사 ▲조선 원자력 총국 ▲조선 단군 무역회사 등 5개다.
이와 함께 제재위는 미사일 제조 등에 사용되는 EDM(방전가공) 사용 탄소화합물과 아라미드 섬유 필라멘트 등 2개 물자에 대해서도 제재를 확정했다. 제재위는 제재 대상 물자에 대해서는 향후 논의를 통해 추가 지정하는 방안을 협의키로 했다.
이날 발표된 제재 대상은 당초 외교가에서 예측됐던 규모에 비해 대폭 축소됐다. 미국과 일본 등 서방진영이 최초 15명의 제재 대상 인사를 제시했고, 중국측과 협의 과정에서 10명 내외로 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제재위는 최종 5명으로 선정했다. 또, 서방진영에서 포함시키기를 희망했던 주규창 국방위원회 국방위원 겸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 이명하 영변물리대학장 등 거물급들은 제외됐다.
이번 제재 리스트에 포함된 개인들은 여행 금지, 해외자산 동결 등의 제재를 받게 된다. 제재 대상이 된 북한 고위 관리들은 해외에 개인 명의로 자산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지 않아 이번 조치는 상징적인 조치로 끝날 것이라는 지적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기업 및 단체 제재와 관련해서도 무기판매에 의존하고 있는 북한무역에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지만, 이란․미얀마 등 북한의 무기 수입국들은 큰 영향력을 받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뒤따른다.
코르먼 대사는 “이번 조치는 북한의 핵·탄도미사일·대량살상무기 등에 대한 안보리의 단합되고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의도치 않은 결과를 최소화 하도록 고안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확정된 5명의 개인과 5개 기업 및 단체들은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의 개발 및 거래에 직접적으로 연루돼 있는 인사들이거나 회사들이다.
조선 원자력총국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주도해온 곳이고, 남천강무역회사와 홍콩일렉트로닉스는 앞서 미 국무부와 재무부가 자산동결 및 거래금지 등의 제재조치를 취했던 기업이다.
조선 혁신 무역회사는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연루된 회사이고, 조선 단군 무역회사는 북한 제2과학원 산하 기관으로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연구와 개발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한 상품과 기술의 획득에 대한 책임을 맡고 있는 곳이다.
특히, 이번에 제재 대상에 포함된 북한 원자력 총국 산하 무역회사인 남천강 무역의 윤호진 책임자는 지난 2003년 4월 독일에서 우라늄 농축작업에 필요한 원심분리기의 제작의 핵심인 고강도 알루미늄관 22t을 사들였다가 독일 세관에 압수된 경력으로 북핵관련 주요 부품 수입 임무를 맡은 핵심 인물로 지목돼 왔다.
당시 윤 씨는 이 알루미늄관이 중국의 항공기 회사에 보내질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 알루미늄관이 항공기 제작용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고, 중국의 항공기 회사도 이런 주문을 낸 적이 없다고 밝혀졌다.
또한 리제선 원자력 총국장은 북한의 핵 사업 실무를 총괄하는 인물로 IAEA와 연락 등 대외 업무를 맡아 왔다. 황석하 원자력 총국 국장은 리 총국장 밑에서 역시 대외 업무 및 원자력 개발 관련 기술 등을 총괄한 인물로 알려졌으며, 리홍섭 영변 원자력 연구소 소장은 원자로 연구와 관리를 총괄하는 연구진의 수뇌 가운데 한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에 대해 박덕훈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는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보리의 결의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백히 밝혔기 때문에 결의에 따른 어떤 제재를 하는 것도 인정하지도 않고 받아들일 수도 없다”면서 “제재를 한다 해도 끄덕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12일 채택된 안보리 결의 1874호는 제재위에 추가 제재 대상 기업과 인물에 대한 명단 선정작업을 30일 이내에 완결해 보고토록 규정하고 있으나, 중국 측이 그동안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선정 작업이 진통을 겪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