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 로켓 발사와 관련한 대응책을 사흘 째 논의하고 있으나 주요국들 간에 좀처럼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당초 7일 오후 4시부터 유엔본부에서 열리기로 됐던 ‘안보리 상임이사국(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일본’의 ‘핵심 6개국 협의’가 회의 시간 불과 10여분 전에 취소된 것도 “협의를 진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제안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미.일과 중.러 간에 구속력 있는 결의안을 채택할 것인지, 구속력 없는 경고성 의장 성명을 채택할 것인지를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북한 유엔대표부 박덕훈 차석 대사가 이례적으로 기자들과 만나 “안보리가 이 문제에 대응할 경우 강경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다시 한번 안보리에 압박을 가하면서, 가뜩이나 복잡한 협의 과정에 또 하나의 변수를 더했다.
이에 따라 협의가 장기화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지만, 이번 주를 넘어가면 안보리의 ‘약발’도 사그러들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금주내 타결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 쟁점 = 북한의 로켓 발사가 안보리 결의안 1718호를 위배한 것이냐 여부를 놓고 미.일과 중.러가 첨예하게 맞붙어 있다.
한.미.일은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했다고 하지만, 이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같은 기술을 사용한 것으로 결국 1718호에 규정된 ‘탄도 미사실 개발 금지’ 조항을 위배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과 중.러는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는 우주 개발에 대한 주권국의 권리라는 점을 들어 위배가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박덕훈 차석대사가 이번 발사체는 ‘인공위성’임을 강조하면서 “모든 나라는 우주를 평화적 목적으로 이용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 외교부도 대변인 발표를 통해 “로켓과 미사일 기술은 유사하지만 다른 것”이라면서 “위성 발사는 본질적으로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 대응 수위 = 미.일은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있다면서 강력한 결의안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전 라이스 유엔 대사는 북한의 지도자들이 ‘처벌을 받지 않고는 이 같은 행동을 벌일 수는 없다는 점’을 깨닫게 하려면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가 국제법적 구속력을 갖는 대북 결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측 외교관 역시 “만일 결의안 위반 상태를 방치한다면 안보리의 권위와 신뢰는 기반부터 흔들릴 수도 있다”면서 “안보리가 공동으로 곧 강력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도록 관련국들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러는 미.일의 결의안 채택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들은 필요하면 새로운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미.일의 결의안 초안에 맞서, 수위가 약한 의장 성명을 역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서방 외교관은 “중국이 약한 성명을 제안해 미.일의 결의안에 대한 물타기를 하고 있다”면서 “우리로서는 논의할 가치조차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보리 주변에서는 미.일이 결국은 의장 성명 내용을 강화시키는 선에서 중.러와 타협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다.
◇ 언제쯤 결론낼까 = 박인국 유엔 대사는 “언제가 될지 정말 오리무중”이라고 말했다.
대개 안보리 협의는 1주일을 넘기는 경우가 다반사인 만큼 이번주 내내 협의가 진행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과거 2006년 당시 북핵 실험 이후 결의안 채택까지 6일이 소요됐고, 올해 초 가자 사태때는 13일이 걸렸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1주일 이상은 걸려야 할 것이라는 얘기다.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은 이날 “안보리가 대북 대응에 너무 급하게 움직일 필요는 없을 것”이라면서 성급한 결론은 피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인테르 팍스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현 상황은 즐겁지 않은 것이며 분명히 우려를 유발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모든 구체적인 것들에 대해 분명히 이해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해 쟁점 사안을 먼저 규명한 뒤,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임을 촉구해 논의의 장기화 가능성에 무게를 더했다.
하지만, 유엔의 또 다른 외교관은 “이번 주를 넘기면 안보리의 대응은 그 결정이 무엇이든 주목을 끌기 어려울 것”이라며 “안보리 이사국들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해 주내 타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8일로 예정된 핵심 6개국 협의가 회의의 장기화냐 주내 타결이냐를 판가름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