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강도 높은 의장성명’ 가닥잡나

북한 로켓 발사에 대한 유엔 차원의 대응방안을 협의하고 있는 안보리 핵심 6개국(상임이사국+일본)의 결의안-의장성명 줄다리기가 지루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 7.8일 회의를 공전시킨 6개국은 9일 저녁 50분 동안 비공식 협의를 했지만, 여전히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각국 대표들은 회의를 마친 뒤, “생산적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지만,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다카스 유키오(高須幸雄) 일본 대사가 “일본의 입장은 여전히 같다. 북한의 발사로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고 말해 교착 상태가 계속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 오히려 이날 회의 분위기를 정확히 반영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유엔 주변에서는 주요국들이 사실상 `강도높은 의장 성명’으로 방향을 잡았으며, 성명의 수위를 놓고 승강이를 벌이고 있다는 관측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이는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갖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제재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결의안 채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만장일치 합의가 안될 경우 논의는 진전될 수 없으며 `신속과 강경’을 기본 원칙으로 하는 한.미.일로서도 시간을 자꾸 끌 경우 `신속’의 원칙이 훼손될 수 밖에 없다는 절박함도 있다.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그릇에 무엇을 담을 것이냐를 놓고 협의가 진행중이다. 이왕이면 예쁘고 좋은 그릇에 좋은 음식을 담아야 하는 것 아니냐. 그렇지만 그 그릇에 무엇을 담을 지 역시 그릇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서 그릇은 결의안이냐, 의장성명이냐의 형식을 말하는 것이고, 내용은 얼마나 강경한 대북 비판이 포함되느냐 여부다.

이 관계자의 얘기를 요약하면 의장성명이라는 그릇에 강경 내용이 담길 수 있다면 굳이 결의안이라는 그릇을 고집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일본 교도 통신이 이날 유엔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중국이 의장성명 초안을 미국과 일본에게 돌렸다”고 보도한 것도 이 같은 유엔 내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각국 대사들이 `생산적’이라고 언급한 것도 단순한 `외교적 수사’라기 보다는 어느 정도 가닥을 잡아가고 있음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일본의 강경 태도인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복잡한 국내 정치 상황으로 인해 수위를 낮추지 못하고 강도높은 결의안 채택을 고집하고 있어 합의 도출이 쉽지 안다는 것이 유엔 주변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리언 시걸 동북아 안보협력프로그램 국장도 이날 유엔 강연에서 “국내 정치 문제로 일본이 과장해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고, 유엔에 파견된 일본 기자도 “지금 일본 정부의 대응은 국내정치용이 70%”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과 일본이 제재의 형식과 강도는 물론 새로운 경제 제재 도입시 대상 기업을 적시하냐는 문제에 이르기까지 이견을 노출하고 있다는 AP통신의 보도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실제로 이날 다카스 대사는 관례를 벗어나 회의장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에게 일본어로 대답하다가 `영어로 말해달라’는 요구에 간단히 `매우 생산적이었고, 일본의 입장은 똑같다”고 답변했다. 그 만큼 국내정치에 신경쓴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유엔 논의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특히 안보리 상임이사국 가운데 미.영.프랑스와 비상임이사국이지만 발언권이 강한 일본이 합세해 강하게 결의안을 밀어붙일 경우, 중국과 러시아가 계속 반대만을 고집하기 어려운 상황에 몰릴 수 있다. 아직도 `구속력은 없지만 강도가 낮은 결의안’ 채택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