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결의 한달 남북관계 풀릴까

7월 15일 뉴욕과 한반도. 뉴욕에서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겨냥해 대북 결의안을 채택했고 한반도에서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수마가 휴전선 남북을 할퀴고 지나갔다.

이 두 사안은 연관성이 전혀 없어 보이지만 북한에게는 ‘변고’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믿었던 중국이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고 수마는 평안남도를 중심으로 한 중남부 지역에서 4천명에 달하는 사상자와 함께 엄청난 농경지 및 주택 피해를 몰고 오면서 안팎으로 곤경에 처했기 때문이다.

같은 날 있었던 이 두 사안은 처음에는 외견상 악재처럼 보였지만 한 달이 가까워지면서 점차 수해가 대북 결의안으로 조성된 난국을 푸는 계기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낳고 있다.

물론 처음부터 한 달 뒤의 이런 가능성을 내다보기는 쉽지 않았다.

초기 상황은 너무 험악했기 때문이다. 결의안이 채택된 즉시 북한 외무성은 대북결의를 강력히 규탄하면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해 자위적 전쟁 억제력을 백방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반발했다.

당시 남북관계는 7월 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된서리가 내리기 시작한 데 이어 삭풍까지 가세한 형국에 놓였다.

정부는 긴장요인의 추가 발생을 막고 북한을 회담장으로 이끌려고 했지만 북한은 요지부동이었다.

실례로 정부는 결의안 채택에 앞서 ‘군사적 행동’ 가능성이 내포된 유엔 헌장 7장을 원용하려는 일본의 움직임에 반대한데 이어 채택된 후에도 확대해석을 경계하며 신중한 스탠스를 취했다.
심지어 이종석(李鍾奭) 통일부 장관은 지난 달 20일 대화를 거부하는 북한의 자세를 꼬집으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압박과 제재만을 통해 이 문제를 풀려는 움직임도 적절치 않다고 본다”며 압박과 제재 일변도의 움직임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결의안에 따른 추가 제재를 놓고 북한에 달러박스 구실을 한다는 이유로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을 중단해야 한다는 시각까지 잇따랐지만 정부는 이들 양대 경협사업을 지속하겠다고 거듭 확인했다.

남북관계만 놓고 보면 7월 11∼13일 제19차 남북장관급회담이 미사일 발사 책임을 따지는 우리측과 쌀 차관 제공을 요구하는 북한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다 결렬된 것이 유엔결의안에 따른 후폭풍보다 훨씬 치명적이었다.

우리측이 쌀 차관이나 비료 지원을 미사일 문제의 출구가 보일 때까지 제공할 수 없다고 못 박자, 북측은 군사연습 차원의 정당한 미사일 발사를 인도적 문제에 연계했다며 강하게 반발한 것이다.

이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긴 하지만 북측은 7월 19일 이산가족상봉을 중단시키는 강경 조치를 취하고 그 후속 조치로 금강산에서 이산가족면회소를 짓던 공사인력도 사실상 쫓아냈다.

21일에는 개성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에 상주하던 북측 당국 인원을 철수시키겠다고 통보했다.

이와 맞물려 7월에 개성에서 열기로 했던 ‘자연재해방지 실무접촉’과 ‘제3국 공동진출 실무접촉’, 베이징올림픽 단일팀 구성을 위한 제3차 남북체육회담도 무산되면서 남북 당국 간 회담은 사실상 올스톱 상태에 들어갔다.

북한은 수해를 놓고도 손을 벌리기를 꺼렸다. 대한적십자사(한적)가 국제적십자연맹(IFRC)을 통해 타진한 지원 의사에 대해 7월 28일 거절하고 ‘자력복구’에 안간힘을 쓴 것이다.

그러나 8월 들어 한반도에는 수해의 영향으로 새로운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국내 민간단체들이 대북지원에 나서고 북측에서도 지원을 희망하는 목소리가 새나오기 시작한 것.

나아가 북측은 지난 9일 6.15공동선언실천위원회 채널을 통해 지원을 공식적으로 요청해 오면서 다른 남측 관계기관에도 이같은 지원요청을 널리 알려줄 것을 당부했다.

수해 때문에 북측이 8.15 공동행사와 ‘아리랑 축전’을 취소한 데 이어 피해가 생각보다 심각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국내에서도 북한 주민들이 처한 참혹한 현실을 걱정하는 여론이 일기 시작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11일 민간단체와 한적을 통한 대북 수해복구 지원 참여를 공식 선언하고 한적을 통해서는 인도적인 차원에서 쌀을 지원키로 방침을 정했다.

이번 쌀 지원에 대해 정부는 미사일 발사에 따라 제공 논의를 유보한 쌀 차관과는 별개로 수해 복구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기 위해 인도적인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번 긴급구호성 쌀 지원을 계기로 남북 간 대화의 끈이 다시 연결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부풀려지고 나아가 실타래처럼 얽힌 한반도 정세를 푸는 단초를 확보하게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런 기대에는 북측이 지난 달 장관급회담 이후 취한 잇따른 강경조치가 쌀 차관 논의 유보를 겨냥한 것이었던 만큼 한적의 쌀 지원으로 북측이 앙금을 털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는 분석이 깔려 있다.

실제 정부로서는 내심 이번 지원을 계기로 당국 간 대화의 재개 뿐만 아니라 한반도 안팎을 옥죄고 있는 이른바 ‘미사일 정세’를 돌파하는 출구 확보도 기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결과적으로 지난 달 쌀 차관 지원 유보 결정이 유엔의 대북결의안까지 겹치면서 한반도에 삭풍을 몰고 왔지만 지금은 수해복구용 인도적 지원이 춘풍을 몰고 올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이러니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런 점에서 7월 15일 북한이 입은 수재가 같은 날 대북결의안으로 격화된 정세를 완화하고 미사일 문제의 출구까지 내다볼 수 있게 하는 계기로 작용할 지 주목된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