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결의, ‘김정일 先軍’ 뿌리 뽑는다

▲ 결의안 채택 직후 불복 성명을 발표한 북한 박길연 유엔대표(좌)와 결의안 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진 중국 왕광야 유엔 대표

유엔 안보리의 대북결의안이 15일(한국시각 16일 새벽) 채택됐다.

안보리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일본과 중국이 제시한 결의안 초안을 조정, 핵심쟁점이었던 ‘유엔 헌장 7장에 따라’ 라는 부분을 삭제하고 15개 이사국 만장일치(15-0)로 통과시켰다.

대북결의안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러가지 우려와 행동지침을 담고 있다. 그중 핵심은 4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1)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각국의 사법당국과 국내법, 국제법에 따라 북한을 감시하면서 미사일과 미사일 관련 물품, 재료, 제품, 기술이 북한의 미사일이나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에 사용되지 않도록 할 것을 회원국들에 요구한다.

2) 유엔 회원국들이 미사일 혹은 미사일 관련 물품, 재료, 제품, 기술을 북한에서 구매하지 않도록 하고 북한의 미사일이나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과 관련된 재정적 자원을 북한에 이전하지 말고 이러한 행위를 감시하도록 회원국들에 요구한다.

3) 유엔 회원국, 특히 북한에, 긴장을 악화시킬 수 있는 행동을 삼가하고 자제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점, 또 정치적 외교적 노력을 통해 핵확산 금지 문제의 해결을 위해 계속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4) 전제 조건없이 즉각 6자회담에 복귀, 9.19 공동성명의 이행을 촉진할 것을 북한에 강력히 촉구한다. 특히 모든 핵무기와 기존의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빠른 시일에 NPT 협정과 IAEA 안전 규정에 재가입하도록 촉구한다.

1)과 2)는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구체적인 압박 지침이다. 3)과 4)는 앞으로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를 풀어갈 방식을 담았다.

따라서 북한이 4)의 행동을 보이지 않을 경우 국제사회는 1)과 2)의 방식으로 북한을 압박해 들어가게 된다.

김정일 머리 위에 놓인 시한폭탄

예상대로 북한은 즉각 반발했다.

박길연 유엔주재대사는 “안보리에서 채택된 결의를 전적으로 거부한다”며 “북한군은 미사일 발사연습을 계속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안보리 15개 이사국이 만장일치로 채택한 결의안을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결의안에서 무력제재가 가능한 ‘유엔헌장 7장에 따라’라는 문구가 삭제되긴 했지만 국제사회가 1)과 2)를 제대로 가동할 경우 김정일 정권은 치명타를 얻어맞게 된다. 따라서 향후 북한의 반발이 매우 거세질 것은 명약관화하다. 왜 그런가.

북한은 1966년 김일성의 국방-경제 병진노선 채택 이후, 국가의 거의 모든 생산력을 군수산업에 집중시켰다. 명분상으로는 구소련의 중공업 우선정책을 원용하여 빠른 시일내 생산력을 극대화시키고 사회주의 생산양식을 완성하여 공산주의 단계로 넘어가자는 취지였지만, 실제 목적은 군수산업을 압도적으로 발전시켜 빨리 ‘남조선을 해방하자’는 것이었다.

조선인민군은 이미 오래 전부터 별도의 ‘공화국’이었다. 최고인민회의 국방예산과는 별도로 김정일(국방위원장, 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 조선인민군최고사령관)이 추인하는 독자적인 예산을 집행하고, 자체적으로 무기수출 등 무역과 농사를 하면서 국가경제(제1경제)와는 독립적으로 운영돼 왔다. 북한이라는 나라 안에 또 하나의 ‘조선인민군 공화국’이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지금 북한의 군수산업은 줄잡아 국가전체산업의 50% 정도라는 게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증언이다.

북한이 전세계에서 가장 기형적인 군국주의 사회가 된 역사적 배경도 여기에 있고, 김정일의 군을 앞세운 통치방식인 이른바 ‘선군정치’가 가능한 물질적 토대도 바로 여기에 있다.

북한은 80년대 말부터, 특히 91년 미국의 걸프전 이후 군수산업을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 쪽으로 방향을 확실히 전환했다. 당시 미국이 처음 선보인 첨단무기체계에 대응하고 군수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 이 때문에 지금 북한의 군수산업에서 아프리카, 동남아 일부에나 팔 수 있는 전차, 야포 등의 수입은 미미하고, 미사일 관련 제품 및 기술수출에 상당부분 집중돼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유엔 회원국들이 미사일 혹은 미사일 관련 물품, 재료, 제품, 기술을 북한에서 구매하지 않도록 하고 북한의 미사일이나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과 관련된 재정적 자원을 북한에 이전하지 않을 경우, 김정일 독재정권을 지탱해주는 주력산업의 마지노선이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위의 1) 2) 3) 4)를 유심히 뜯어보면 비록 유엔 안보리가 외교적 정치적 해결을 강조하고 있지만 김정일 독재정권의 머리 위에 조용한 시한폭탄을 하나 얹어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실로 프로의 솜씨라 할 만하다.

김정일, 中에 엄청난 배신감 느낄 것

특히 비록 절충안이지만 중국이 이번 안보리 결의안에 찬성했다는 사실은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 결의안 통과 후 중국이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를 유독 강조하긴 했으나 이미 중국 지도부는 김정일이 계속 말을 듣지 않을 경우 북한정권을 더이상 봐줄 수 없다는 점을 시사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이번 안보리 결의의 대상이 북한이 아니라 한국이고, 미국과 일본이 여기에 찬성했다면 한국이 미국에 느낄 배신감이 오죽 하겠는가. 지금 김정일은 중국에 엄청난 배신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결의안을 계기로 북-중관계는 또 다른 국면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이 아무리 몰래 북한의 뒤를 봐주고 싶어도 이미 WTO 가입국이 된 지 꽤 오래 됐기 때문에 이번 결의안을 적당히 무시하면서 계속 뒤를 봐주기도 어렵게 됐다. 또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싶다면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성실히 이행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정일이 계속 중국의 안보리 결의안 권유를 무시한다면 향후 북-중관계는 빠른 속도로 파국을 향해 갈 수 있다.

김정일 정권은 이제 중요한 기로에 서게 됐다. 외교적 정치적 해결을 바라는 유엔의 요구대로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고 국제사회로 나와 개혁개방의 길로 나가든가, 아니면 ‘장군님의 위대하시고 독창적인’ 벼랑끝 전술로 국제사회를 상대로 또 한판의 ‘역전극’을 노릴 것인가, 둘 중 하나를 택할 수밖에 없게 됐다.

북한의 다음 행보, 예의주시해야

김정일은 적어도 단기간 안에 6자회담에 복귀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더 큰 반발로 나오면서 갈 수 있는 데까지 벼랑끝 전술로 가려할 것이다. 김정일은 이번 안보리 결의로 미사일 문제가 또 한번 크게 주목받았기 때문에 강경하게 나갈수록 향후 협상을 통해 ‘미사일 가격’을 더 비싸게 받아낼지 모른다고 생각할 수 있다. 또 ‘북한은 좋은 명성이든 악명이든 시끄럽게 떠들어야 국제사회가 한번이라도 더 봐주게 되고 이에 따라 협상의 여지도 생긴다’는 생전의 김일성의 발언을 교조적으로 생각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최근 김정일의 행보를 보면 완전히 변화된 국제정세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은 물론 국내적으로도 도대체 일관성이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10월 이후 두 달도 못 버틴 배급제, 국제구호단체 추방, 대남전술에서의 잇따른 어처구니 없는 행각 등을 보면 현저히 갈팡질팡 하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 7월 5일 미사일 불꽃놀이에는 오로지 ‘누가 뭐래도 나는 장군님이야’라고 외치는 꼴통의 모습과 ‘후세인의 말기증상’이 오버랩 된다.

따라서 지금 가장 주의해야 할 나라는 남한이다. 현재 김정일의 선군(先軍) 놀음에 잡힌 1차 인질은 북한주민, 2차 인질은 남한, 3차 인질이 일본이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국회의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위원장이라는 자는 북한 미사일이 남한을 겨냥하지 않고 있다고 잠꼬대를 하고 있다. 설사 지금 당장 우리를 겨냥하지 않고 있다해도 안보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것이다. 그런 사람이 국회 통외통 위원장에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지금 대한민국 안보체계가 불안한 것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김정일의 다음 행보를 예의주시 해야 할 시점이다.

손광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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