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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4일(현지시각) 북한이 핵실험 한 지 6일 만에 군사적 제재를 제외한 대북 제재 결의안 1718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날 오후 결의안 채택을 앞두고 막판까지 진통을 거듭한 끝에 안보리 15개국 전체 회의에서 통과된 대북제재 결의안은 지난 1991년 북한의 유엔 가입 이후 지난 7월 미사일 발사 관련 결의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 대북 결의안의 핵심은 ‘유엔 헌장 7장 41조 아래서 제재 조치를 강구한다’는 내용이다.
당초 미국은 군사 제재 가능성을 열어둔 ‘유엔 헌장 7장’을 포괄적으로 원용하자고 주장했으나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비군사적 제재만 가능한 ‘7장 41조’만을 원용키로 했다.
유엔 헌장 41조는 무력 사용 이외의 경제관계 및 철도 항해 항공 우편 등 운송통신 수단의 중단과 외교관계를 단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42조의 경우 41조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될 때 무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특히 이번 결의안에서는 북한의 추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중지를 요구했고 NPT(핵비확산조약) 탈퇴선언 철회와 IAEA(국제원자력기구) 안전 규정 의무를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모든 핵무기와 핵프로그램 폐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중지와 미사일 발사 유예 공약 복귀를 요구했고, 조건 없는 6자회담 복귀와 9.19공동성명 이행도 강력히 촉구했다.
무기와 함께 사치품에 대한 판매 이전도 금지
이와 함께 모든 회원국들에게 북한의 핵이나 탄도미사일, 기타 대량살상 프로그램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모든 품목과 물질, 장비, 상품, 기술 등의 이전을 금지했다.
또 전차, 장갑차량, 중화기, 전투기, 공격용 헬기, 전함, 미사일이나 미사일 시스템 일체와 관련 물품, 부품 등 관련 물자 및 안보리나 안보리위원회가 결정하는 품목들의 판매와 이전을 금지했다.
결의안은 또 회원국들에게 ‘사치품들이 그 원산지를 불문하고 각국의 영토나 국민, 국적선, 항공기 등을 이용해 북한으로 직간접적으로 제공되거나 판매 이전되지 못하도록 막는다’고 명시해 정권교체 전략에 입각해 북한 지도부의 와해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김정일은 지난 90년대 중반 식량난 시기에 수백만의 인민이 굶어죽어 갈 때도 독일에서 벤츠 수백 대를 구입해 군 고위간부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여기에 북한의 핵, 대량살상무기, 탄도미사일 관련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자국내 자금과 기타 금융자산, 경제적 자원들을 동결하고, 북한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개인이나 단체들도 자국내 자금이나 금융자산, 경제적 자원들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회원국들에게 조치를 강구했다.
막판 핵심 쟁점이 됐던 해상 검문과 관련해선 중국측 의견을 상당폭 반영해 ‘모든 회원국에 북한의 불범적인 거래를 막기 위해 북한을 출입하는 화물 검문을 포함한 협력적 조치를 국제법, 국내 권한 및 법에 따라 실시하도록 명시했다.
당초 원안은 해상 검문의 경우 ‘필요하다고 간주될 경우…검색한다’로 규정해 군사적 조치에 준하는 해상 봉쇄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됐으나, 새 타협안은 가능하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되 검색이 유일한 조치는 아닌 것으로 완화됐다.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시행여부 ‘제재위원회’에서 판단할 듯
특히 이번 결의안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안보리 이사국으로 구성된 제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한 점이다. 제재위원회의 가장 큰 임무는 각 회원국들이 대북제재 결의안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감시하는 것으로 모호한 부분이 적지 않은 결의안을 실천 단계에서 보다 구체화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결의안은 모든 회원국들에게 결의 채택 30일 이내에 조치 내용들을 제재위원회에 통보해야 하며 제재위원회는 90일마다 이행조치 사항을 안보리에 보고해야 한다.
각국마다 결의안 해석에 있어 북한의 WMD 프로그램에 관련된 개인과 단체를 판단하는 데 있어 제재위원회가 그 대상을 지정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정부가 북한의 WMD 프로그램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는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사업도 제재위원회의 검증을 통해 그 해당여부가 판가름 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와 함께 이번 결의에서는 북한의 행동들을 지속적으로 평가해 (대북 제재결의에 대해) 강화, 수정, 중지 등에 대해 평가할 수 있다고 명시해 북한의 추가적인 핵실험과 같은 강경반응이 나올 경우 추가 제재가 채택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박길연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이날 대북 제재결의안 채택 후 안보리 연설을 통해 “이를 전적으로 거부한다”면서 “만약 미국이 북한에 대한 압력을 가중시키면 북한은 이를 전쟁선포로 간주하고 계속해서 물리적 대응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결의안이 북한을 출입하는 선박에 대한 해상검색의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PSI 참여 확대에 따른 북한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며, 해상검색을 둘러싼 무력충돌이나 NLL침범, 휴전선 비무장지대 침범 등도 예상된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