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결의 국내 전문가 반응

유엔 안보리가 14일(현지시간) 북한 핵실험에 대한 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강도 높은 경제.외교적 제재 근거가 마련됐다며 북한의 체제 위기 심화를 전망했다.

또 유엔 안보리가 중국과 러시아의 주장을 받아들여 군사조치 가능성을 닫고 기존의 결의안보다 낮은 수준의 결의안이 나왔지만 미국 주도로 비교적 신속하게 결의안이 채택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유엔 결의안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재량의 여지가 많기 때문에 각국의 ‘수위 조절’이 가능하고 한.미, 미.중 갈등이 초래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남한 정부의 대응에 대해서도 결의안을 지나치게 확대 또는 축소 해석할 필요가 없으며 북한이 회담으로 나오도록 압박과 대화를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국내 전문가의 유엔 안보리 결의안 분석과 전망.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군사적 제재 부분이 빠지고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차원의 제재가 들어가게 됐다. 군사적 제재가 들어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북한은 심각한 국면으로 인식, “제재는 선전포고”라며 강하게 반발할 것이다.

기존의 대북 제재가 더욱 강화된 셈이다. 미국의 금융제재와 인권문제 제기 등 전반적인 압박 움직임이 북한 정권교체를 노린 것이고, 북한은 이에 대응해 미사일과 핵 카드를 썼다. 그런데 유엔 결의안까지 나오게 됐으니 북한의 체제 위기가 심화될 전망이다.

결의안 내용은 형식적으로 완화되는 측면이 있지만 북한은 실질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북한은 초강수를 들고 나올 때 다음 협상카드를 준비한다. 관련국들은 결의안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는 동시에 북한과 대화도 모색해야 한다. 그것이 위기관리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제재 일방으로 갔을 때 무리수가 되기 때문에 대화의 여지를 남겨야 한다.

남한의 경우 민감한 현안인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문제에서 나름대로 재량권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개별 국가 차원에서 참여하느냐, PSI 차원에서 참여하느냐가 문제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가운데 PSI에 참여하지 않을 때 국제정치적 부담이 생기고 참여하더라도 남북관계 악화의 부담이 생긴다.

결국 압박과 대화를 병행해야 한다. 미국의 금융제재로 큰 타격을 받아온 북한은 중간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부시 행정부와 협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판단하고 있다. 선거 전 금융제재 해결의 가닥을 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해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협상 가능성이 큰 국면이라고도 볼 수 있다. 북핵 긴장이 장기국면으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 강도 면에서 초안보다 후퇴한 결의안이다. 이는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을 고려하고 PSI 쪽으로 무게를 둔 결과다. 만장일치로 통과된 만큼 국제사회가 유엔 안보리를 통해 압박한다는 상징적인 측면이 강하다. 미국은 안보리를 통한 신속한 결의안 채택에 신경 써왔다.

그러나 결의안 내용이 대북 압박에 주효할지는 미지수다. 각국의 유권해석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날 수 있다. 방법, 시기, 절차, 범위 등에서 관계국에 의한 해석의 여지가 넓어 ‘동상이몽 해석’도 가능하다. 구체화 과정에서 한.미 갈등의 가능성도 크다.

북한은 안보리 결의안 채택과 관계없이 핵보유국으로서 지위를 이용해 원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일본을 통한 개별 제재가 가장 무겁지만 중국으로부터는 큰 압력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일본의 개별 제재를 막으면서 이를 보충할 수 있는 활로를 마련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남한과 ‘거래’를 통해 국면 완화를 시도할 수도 있다.

미국은 안보리를 통한 대북 메시지를 전달하고 남한과 중국에 동참 압력을 행사할 것이다. 이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고 문제가 더욱 복잡하게 확대될 수 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 = 무력 사용 가능성을 열어두는 유엔 헌장 7장 42조를 적용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보고 경제제재 쪽으로 돌렸다. 경제제재는 상당한 수준이 될 것이다. 북한은 제재를 선전포고로 받아들이고 나름대로 강력하게 반발할 것이다.

결의안의 경제제재는 구속력이 있는데 회원국이 잘 지킬 수 있을까는 의문이다. 미국의 일방주의와 힘의 외교에 아랍권의 반발이 계속돼왔고 중국, 러시아, 남한의 입장이 각기 다르다. 실제 이행과정이 생각보다 복잡하고 일률적으로 되기 어렵다.

결의안 통과로 북한에 강력한 메시지를 주고 경제제재라는 처벌이 가능해졌다. 남한 입장에서는 안보리 결의에 일단 따라야겠지만 해석과 구체화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북한과 미국이 부딪히는 상황에서 어느 정도 결의안을 충실히 따를지는 고민이다.

이번 결의안은 지금까지 나온 대북 결의안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북한을 더욱 자극해서 핵활동 강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성급하게 제재 결정을 내릴 것이 아니라 신중하게 구체적인 수단과 수위를 결정해야 한다. 북한으로서는 일정한 타격이 있겠지만 결의안 외 대외활동은 지장을 받지 않는다. 중국이나 러시아도 북한 체제에 위급한 상황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결의안은 미국이 상당히 조속하게 통과시켜 국제사회의 압력 메시지를 주는 의미가 크다. 11월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가 불가피하다. 우리는 선거 결과를 지켜보고 대북 제제 수위를 다시 계산해야 한다. 당장 적극적으로 대북 제재에 나설 필요는 없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 = 이번 결의안은 중국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결정됐다. 대체로 대량살상무기와 관련된 물자.물품 이전금지, 관련 금융거래 금지, 대량살상무기 이전 과정 수색 등으로 이뤄져 있다.

남북경협과 관련해서 보면 기존 전략물자 반출 통제를 통해 대량살상무기 통제를 하면 될 것이다. 물자와 기술 이전 문제는 현재 시행체제를 좀 더 엄격하게 시행하면 충분하다. 또 금융거래 문제는 용도 판정을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 결의안이 전면적인 무역봉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정상적인 무역거래에 따른 대금 결재는 금지 대상이 아니다. 다만 무역의 북한 측 상대가 군부일 경우 어느 정도 제한이 불가피하다. 모든 현금거래 용도를 군사 전용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결의안보다 훨씬 강력한 수준이 돼버려 적절하지 않다.

결의안은 또한 PSI의 국제법적 근거가 된다. 그러나 결의안 구체화는 안보리 결정과 각국의 국내 정책으로 보완돼야 한다. 남한이 별도로 PSI에 참여할 필요는 없고 충실히 해석해서 적용해야 한다. 과도한 해석은 바람직하지 않다. 제재라는 것이 (북핵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봉쇄하고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가서는 안된다. 협상 국면 조성을 위해 적절한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

북한은 제재에 굴복하기 보다 추가적인 위협을 조성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결의안 시행 과정에서 협상을 가능케 할 외교적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북한에 제재냐 협상이냐를 선택하도록 공을 넘겨야 한다.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올 수 있도록 명확한 협상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북한을 회담 틀 안에 돌아오도록 대북 금융제재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관건이다. 올해 3월 북한이 뉴욕접촉에서 미국에 제안한 내용이 협상안의 근거가 될 수 있다. 관련국의 외교적 노력에 따라 현재 국면의 장기화 여부가 결정된다. 다양한 외교접촉 과정을 통해 북핵 사태 조기수습을 위한 협상안을 마련해야 한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