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결의 北제재효과 예상보다 크다

▲ 14일 유엔 대북제재결의안에 찬성하는 왕광야 유엔 중국 대사

14일(현지시각) 유엔안보리가 외교-경제제재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제 우리의 관심은 이 제재결의안이 북한에 경제-정치적으로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인가다.

많은 사람들은 북한이 줄곧 고립 상태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제재를 하더라도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예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 분석은 90년대 중반 식량난 이후 북한 경제의 변화를 정확히 읽고 있지 못한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북한에 대한 안보리의 제재가 충실히 이행된다면, 적어도 중국이 경제제재에 적극 동참한다면 경제제재는 북한의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줄 것이다. 동시에 김정일 정권의 정치적 기반도 크게 흔들어 놓을 것이다.

북한경제, 90년대 중반후 대외 의존형으로 변모

북한경제는 90년 중반 이후 자족적 폐쇄경제에서 대외 의존형 경제로 그 성격이 크게 변했다.

탈북자들의 한결 같은 증언에 의하면 90년대 중반 이후 북한 내의 공장 중 가동되고 있는 곳은 거의 없다고 한다. 장마당에 나가도 북한산은 거의 없다. 북한에서 사용하는 물건은 대부분 중국, 한국, 일본산이라고 한다. 북한 인민들의 실생활에서는 이미 북한 대외 의존도가 상당히 상승했다는 것이다.

그러면 북한의 대외 의존도 상승을 경제통계로 확인할 수는 없을까? 한 국가 경제의 대외 의존도는 총무역액/총 GDP로 계산한다. 이 방법으로 계산했을 때 2005년 한국의 대외의존도는 68.8%가 나온다.

북한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계산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 통계의 신뢰성이다. 무역액 통계는 북한이 상대하는 교역국에서 그 규모가 정확히 잡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정확한 편이다.

그러나 총 GDP는 북한이 발표하는 수치 이외에는 공식 자료가 없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를 얻기 힘들다. 가령 한국은행에서는 2005년 북한의 1인당 GDP를 1천700달러로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터무니없이 높은 수치다. 1천700달러면 중국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경제는 현재 베트남의 경제보다 훨씬 열악한 실정이며 베트남의 1인당 GDP는 600$ 정도다.

중국, 한국에 달렸다.

북한의 1인당 GDP에 대한 권위있는 수치는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TV 토론회에 출연했던 이종석 통일부 장관의 입에서 나왔다. 이종석 장관은 북한의 1인당 GDP가 베트남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며 약 300달러 정도로 추산한다고 말했다.

만약 북한의 1인당 GDP가 300달러 수준이라면 북한 경제의 대외 의존도는 얼마일까? 약 67.5%가 나온다. 이는 한국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북한의 2005년 총 무역액은 한국 무역협회에 따르면 40억5천7백만달러 정도다. 북한 인구를 2000만으로 잡았을 때 1인당 GDP가 300달러이면 총 GDP가 60억달러이다. 둘을 나누면 67.5%이다. 만약 북한의 1인당 GDP를 400달러로 잡더라도 대외 의존도는 50% 정도 된다. 이것이 낮은 수치는 아니다.

이렇게 보았을 때 북한의 대외 의존도는 대략 50%에서 67% 사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중 중국이 40%, 한국이 25%, 그 외 태국, 러시아, 일본, EU를 통틀어 25% 정도를 차지한다.

만약 중국과 한국이 유엔결의안을 충실히 이행한다면 북한에 끼칠 경제적 타격은 심대할 것이다. 약간 단순화 시켜서 말하자면 북한 인구의 50%~75% 정도의 인구가 경제제재로 인한 영향을 직접적으로 느낀다는 것이다.

김정일에 대한 불만 확산시킬 수도

만약 북한의 경제 의존도가 이렇게 높다면 경제제재의 정치적 영향은 어떻게 나타날까? 경제제재의 정치적 영향도 중국과 한국, 그 중에서도 중국의 동참 여부와 직결되어 있다.

만약 중국이 경제제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면 경제제재는 미국, 일본, 한국과 북한의 대립이 된다. 이는 한국전쟁 이후에 북한이 줄곧 선전해 온 반미투쟁전선을 확대 강화하는 좋은 소재가 된다. 따라서 북한 인민들의 반미 이데올로기는 더 강화될 것이고 정권을 중심으로 하는 결집력도 강화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동참한다면 완전히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북한 인민들에게 우방으로 인식되어 온 나라다. 또 중국의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 대한 지원으로 북한 인민들의 대다수는 중국에 호감을 가지고 있다.

그런 중국이 대북 경제제재에 나선다면 북한 인민들은 핵 실험으로 가장 가까운 우방마저도 자기들을 버린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는 김정일에 대한 불만을 확산시킬 도화선이 될 수 있다.

나아가 북한 내에서는 중국과의 교역으로 이미 상당한 경제 특권층이 형성되어 있다. 이들은 당, 군, 정 실세들의 돈 줄 역할도 하기 때문에 중국과의 교역 차단은 돈 맛을 본 북한의 부패한 특권 계층에게도 심대한 영향을 준다. 이는 북한의 집권층 내의 불만과 동요를 증폭시킬 것이다.

물론 중국의 경제제재 동참으로 김정일 정권이 무너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한 정권이 무너진다는 것은 단지 주민들의 반정부 의식이 높아진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라, 대체세력이 튼튼히 조직되어 있을 때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 내 김정일의 대체세력이 조직돼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유엔의 대북제재가 성실히 이행되고 이에 중국도 적극적인 동참한다면 경제제재가 지속될수록 김정일 정권의 기반은, 경제적으로는 물론이거니와 정치적으로도 점차 약화된다는 것이다. 김정일 정권의 기반이 약화될수록 대체세력이 형성될 가능성도 점점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