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직 “통일세, 對北 외교적 마찰 원인될 것”

이명박 대통령의 ‘통일세’ 제안과 관련, 통일부가 주무부처로서 구체적인 로드맵을 수립하고 공론화해 나간다는 계획을 밝혔다.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재원조달’ 방안을 집중 연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천해성 대변인은 16일 “면밀한 내부 검토 등을 통해 구체적 로드맵을 가지고 유관부처, 학자, 전문가, 국회 등 각계와의 협의와 의견수렴 등 공론화 과정을 앞으로 거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일단 재원조달이 논란이 되는 상황이다. 오일환 한양대 교수도 “북한의 붕괴조짐 여부와 관계없이 통일에 대한 준비는 중장기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면서 “통일 비용문제 역시 회피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재원조달’ 방안에 대해서 정부는 남북협력기금 불용액을 적립하는 방안을 강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미사용액을 국고로 회수해야 하는 ‘사업성 계정’을 ‘적립성 계정’으로 전환해 현재 1조원대의 남북협력기금을 계속 늘려갈 수 있다는 방안이다.


이 외에도 부가가치세 인상이나 채권, 통일복권 발행 등도 동시에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이 모든 국민의 책임과 역할이 필요로 하는 사안으로 이에 부합하는 게 부가가치세라는 판단이고,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부가가치세율이 평균 17%인데 반해 우리나라가 10%인 점도 국민들의 거부감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평가도 따른다.


독일의 ‘연대특별세'(Solidarity Surcharge) 모델도 거론되고 있다. 소득세와 법인세의 일정 비율을 징수하는 것으로 1991년 7.5%를 부과하다가 1997년부터는 5.5%를 징수하고 있다.


정부의 ‘통일세’에 대한 점진적 공론화 과정과는 별개로 정치권, 학계 등을 중심으론 북한의 반응에 따라 향후 남북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평가가 엇갈린다.


우선 절대 권력자 김정일의 건강 문제와 후계체제, 북한의 급변사태 가능성 등 북한의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통일세’ 제안은 수면아래 머물렀던 ‘통일’ 이슈를 수면 위로 끌어 올려 논의를 구체화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뒤따른다.


그러나 세금 증액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확보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통일세’가 국내 문제이기도 하지만 상대(북한)가 있는 문제라는 점에서 향후 논의 및 추진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마치 흡수통일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많아서 북한을 자극할 것”이라며 즉각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여당인 한나라당내에서조차 “사전 조율이 없었다”면서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 역시 북한과의 마찰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통일세’가 북한의 비핵화와 북한 체제의 변화 등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는 데일리NK와 통화에서 “비핵개방3000은 북한변화를 유도하겠다는 적극적인 제안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유사시를 대비하겠다는 ‘통일세’는 필요 여부와 관계없이 북한과의 외교적 마찰의 원인이 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오 교수도 “통일세가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사안이긴 분명하지만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