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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정통성이 대한민국에 있는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있는가 하는 문제는 우리나라 근현대사 연구에 있어서 제기되는 핵심적 과제 중의 하나이다.
이러한 물음에 대한 해답은, 단순히 연구자의 연구에 의하여 주어질 수가 없고, 반세기 이상의 역사적 영위의 총체적 결과에 의하여 주어질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은 저개발국으로서 출발한 나라로서는 세계적으로 그 유례가 드문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달성하여 번영을 구가하는 데 비하여 북한은 전제주의의 폭압 하에서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정통성에 대한 역사적 시비는 이미 끝난 것이다.
이영훈 교수(서울대)의 『대한민국 이야기』(기파랑, 2007)는 이러한 문제에 정면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나온 책이다.
우리나라의 정통성이 대한민국에 있는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있는가 하는 시비는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현실의 역사에 있어서는 이미 끝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근현대사학계에 있어서는 학계의 관성 때문에 아직도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경향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교수가 말하는 바와 같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주장하려는 연구자는 자기의 글에 대하여 스스로 자기 검열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연구상황 속에서 이 책은 하나의 파격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이교수와 같이 용기를 가지고 우리나라의 근현대사 연구에 임하는 자세에 대하여 경의를 표해마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정통성에 대한 시비가 현실역사에 있어서는 이미 끝난 것이라 하더라도 학문상으로는 아직도 논쟁 중이므로 이 방면에 관한 연구가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지기를 고대하여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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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학문적 연구는 대한민국이 그동안 정당한 역사적 영위를 해왔다는 것을 사후적으로 정당화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되고 우리가 미래에 나아가야 할 보다 나은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면 안된다. 이교수의 연구는 이러한 점에서도 그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이교수가 『시대정신』2007 여름호에 집필한 「조정래론」이 그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이교수는 거기에서 대하역사소설 『아리랑』이 민족주의와 평등주의를 상업적으로 이용하기 위하여 역사적 사실을 어떻게 교묘하게 조작하고 있는지를 폭로하고 있다.
근래 조정래의 『태백산맥』에서의 역사사실의 조작도 『아리랑』의 그것에 못지 않다는 소문이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조정래씨는 이교수의 문제제기에 대하여 정면으로 대응하지 않고 「이교수가 일본인 이상으로 일본인답다」운운하면서 남의 인격을 모독하는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것은 거꾸로 조씨의 인격을 의심케 하는 것이다.
만약 조씨가 문화인이라면 문화인의 정도를 걸어야 한다. 문화인이라면 제기된 문제에 대하여 정정당당하게 대응해야지 멀쩡한 남의 인격을 비난하는 것으로 면책하고 비겁하게 행동해서는 안된다. 조씨의 인격이 어느 정도인지 지켜보겠다.
안병직/ 계간 ‘시대정신’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