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되면 간부 탓, 잘되면 수령 탓…비겁한 北김정은”

함경북도 지역 큰물 피해에 대한 어수선한 민심을 돌려보려는 김정은 정권의 꼼수가 또 나타나고 있습니다. 중앙에서 파견된 국가안전보위성 요원들이 함경북도 국토관리국 간부 20여 명을 긴급체포했다고 한국 연합뉴스가 최근 보도했습니다. 당의 방침대로 산림보호와 저수지 관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큰물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 이 간부들의 죄목입니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김정은이 큰물 피해로 악화된 민심을 돌리기 위해 밑에 있는 간부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꼼수로 보입니다.

물론 함경북도 수해 피해는 이 지역의 국토관리를 맡은 간부들에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무더기 비가 내렸지만 대비를 잘 했다면 해방 후 처음이라는 대재앙은 피할 수 있었을 겁니다. 함경북도의 수해 피해가 컸던 건 폭우가 직접적인 원인이겠지만, 두만강 상류에 건설한 발전소 언제나 저수지에서 물을 한꺼번에 빼버려, 더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두만강 인근에 있던 살림집들과 국경 초소가 휩쓸려, 많은 주민들과 군인들이 죽거나 다치고, 행방불명 됐습니다.

이쯤 되면 당연히 자애로운 인민의 지도자라는 김정은이 직접 나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어루만져 주며 위로해주고 사과 또는 재발방지 약속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입니다. 그런데 아랫간부들을 잡아들여 그들에게 모든 책임을 들씌우려 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본인에게 비난의 화살이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아랫간부들을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겁니다.

북한 지도자의 이런 꼼수는 그동안 자주 봐왔던 일입니다. 북한 당국은 지난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시기 식량생산을 파괴했다며 서관히 농업담당 비서를 총살하고, 2010년 화폐개혁 실패의 책임을 물어 박남기 중앙당 재정부장을 총살했습니다. 성난 민심을 돌리기 위해 밑에 있는 간부들을 희생양으로 삼았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번 함경북도 수해 책임은 전적으로 김정은에게 있습니다. 북한에선 모든 일이 수령의 유일적인 영도 아래 이뤄지고 있다고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이 잘되면 수령의 현명한 영도 탓이고, 일이 잘못되면 수령의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간부들 탓이라고 둘러대는 건, 비겁한 일입니다. 김정은은 함경북도 간부들에게 책임을 묻기 전에, 핵개발에 매달려 인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뒷전으로 한 자신부터 처벌해 달라고 자아비판을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