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환 위원장은 인면수심(人面獸心)인가?

‘수오지심(羞惡之心)’이라 하였습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성인이 될 수 있는 네 가지 씨앗을 갖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이 ‘수오지심’이라고 맹자(孟子)는 말했습니다. 옳지 않은 생각, 옳지 않은 말, 올바르지 않은 행동을 할 경우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감정을 성인이 될 씨앗으로 본 것이지요. 가여운 자를 불쌍하게 여기는 ‘측은지심(惻隱之心)’과 더불어 맹자는 인간다운 인간이 될 가능성을 이 수오지심에서 찾습니다.

병들고 약한 자, 그리고 ‘인권’이라는 개념조차 들어보지 못한 채 그 ‘천부적 권리’가 유린되고 있는 사람을 보고도 아무런 감정의 동요를 일으키지 못하면 스스로 돌아볼 일입니다. 더구나 그 사람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으면서도 부끄러움을 모른다면 심각하게 자신의 의식세계를 살펴봐야 합니다.

하물며 안타까운 사람들을 도우라고 국민들이 세금내서 부양(扶養)하고 있는 대한민국 국가인권위원장이 그런 상태라면 어찌해야 하겠습니까?

안 위원장은 9일 CBS 라디오 방송에 나가 “저희들은 오로지 법적인 근거에 따를 수밖에 없다. 때문에 북한 주민이 북한 정부에 당하고 있는 인권 침해를 인권위에 진정을 한다고 해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기가 막힌 소리입니다.

그가 말한 법(法)이 어떤 것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우리 헌법은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를 대한민국으로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르면 북한 동포들은 모두 우리 국민입니다. 그들이 김정일 수령독재에 의해 상상을 초월한 고통을 받고 있는데, 법적 근거에 따라 인권침해 진정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니 이게 웬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입니까?

혹 우리 헌법에 그런 규정이 없더라도 오랜 세월 한 핏줄로 살아온 북녘 형제들이 크게 고통을 받고 있다면 동포애적 연민이라도 발동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안 위원장이 저 멀리 중동아시아 사람들의 인권을 걱정했을 때, ‘국경’보다 ‘인권’이 먼저임을 강조했습니다. 당연히 옳습니다. 인권은 세계시민으로서 보편적인 지향이므로 국가인권위가 일상에 바쁜 국민을 대표해서 그들의 인권을 걱정해준 것은 칭찬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그런데 어째서 김정일 수령독재와 그 희생자만은 예외로 삼는 걸까요?

“국내에 정착한 탈북자 1만 3000여명 중 대부분이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참으로 믿기지 않지만 이 말도 안 위원장의 입에서 나온 소리입니다. 물론 이 말 뒤에 탈북자들이 남한에서 잘 정착하도록 도와야 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만 다른 한편으로는 김정일 독재의 인권유린에 대한 안 위원장의 천박한 인식도 엿보입니다. 국내 입국 탈북자들이 남한에서 느끼는 이질감이 김정일 독재 밑에서 당했던 굶주림과 인권유린보다 더 심할까요? 정말 그럴까요?

중국 동북지역을 떠도는 수많은 북한 아이들, 북한 여성들, 북한 노인들이 갖고 있는 ‘최고의 소망’은 ‘북송(北送)되지 않고 사는 것’ 입니다. 국적불명의 유랑자 신세로 온갖 천대를 받더라도 북한으로 다시 끌려가지만 않는다면 참고 살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하소연입니다.

안 위원장은 그들의 작은 소망에 침을 뱉고 말았습니다. 그는 CBS 라디오 방송에서 이런 말도 했습니다.

“좌를 뭐로 보느냐가 문제인데, 소수의 입장에서 그 사람들의 문제를 호소하고, 현실 제도의 문제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좌라면 당연히 인권위는 좌라고 할 수 있다”

우파의 사상적 특징과 닿아 있는 것이 시비지심(是非之心)과 사양지심(辭讓之心)이라고 한다면, 수오지심과 측은지심은 좌파의 특성과 가까워 보입니다. 그렇다면 ‘법’을 핑계로 북한 인권을 조롱하고 있는 안 위원장은 ‘좌’ 입니까, ‘우’ 입니까?

맹자의 말로 보면 수오지심과 측은지심을 스스로 내버린 안 위원장에게는 ‘인면수심(人面獸心)’만 남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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