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에 휩싸이는 북핵

북핵문제가 새해 들어서도 화두가 될 전망이다.

초미의 국제적 관심사로 부각된 북한의 달러 위조와 마약 밀매 혐의 공방은 물론 미국과 일본, 거기에 EU(유럽연합)가 가세한 대북 인권 압박공세 등이 결국 북핵문제를 다루는 6자회담과 연계해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는 불법행위와 인권문제는 명백히 6자회담과 별개사안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북한은 이는 모두 대북 적대시 정책의 산물이기 때문에 정치논리로 풀어야 하며, 6자회담 장(場)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북핵 논의는 오랜 교착 끝에 지난 7월 제4차 6자회담 개막과 9월 ‘공동성명’ 채택으로 진전되는 양상을 보였으나, 그 후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를 둘러싼 북미 공방으로 차기 회담 개최가 불투명해지는 등 다시 ‘시계 제로’의 상태로 치닫고 있다.

현재로서는 달러 위조 공방이 북핵 문제에서 가장 큰 변수로 보인다.

미국은 수년 간의 조사를 통해 ‘확증’을 축적해놓고 있다며 시차를 두고 그 실체를 공개하겠다는 공세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데 대해, 북한은 ‘날조’라고 전면 부인하면서 사실상 6자회담의 프로세스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미 국무부은 16일 한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는 물론 싱가포르, 베트남, EU 등 관련국 외교관 40여명을 불러 북한의 달러 위조 혐의와 관련해 정황 증거를 제시한 바 있으며 새해들어 더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 행정부는 금융전문가간 회담을 통해 북한에게도 설명해주겠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은 이를 거부하면서 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참석해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달러 위조 공방에 진전이 없을 경우 제5차 2단계 6자회담의 일정은 당분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사전협의 격으로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비공식적으로 만나자는 우리나라의 제주도 회동에 대해 북한이 거부 의사를 밝혔으며 다른 개최지로 중국 단둥(丹東)을 포함해 여러 곳이 물망에 오르고 있으나 북한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11월 제5차 1단계 6자회담에서 차기 회담을 ‘가능한 가장 빠른 시일에’(at the earlist possible date) 개최하기로 합의된 바 있으며, 이를 근거로 내년 1월 개최가 유력시돼 왔다.

북한 인권문제와 관련, 미국과 일본의 파상적인 압박공세에 이어 EU가 나서 유엔총회에서 대북 인권결의안이 채택돼 정치적인 압력이 커지고 있는 점도 북한으로선 여간 곤혹스런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어려운 주변여건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내년에는 북핵문제와 관련, ‘실질적 진전’을 도출한다는 목표를 잡았다.

2005년의 경우 회담 재개에 목표를 뒀으나 ‘9.19 공동성명’이라는 대어를 낚았다면 2006년은 6자회담 상황 악화를 방지하면서 공동성명의 합의사항인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실천적인 조치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공동성명에 명시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동북아 다자안보 논의라는 단기적 목표를 구축한다는 목표도 세워두고 있다.

수교 40주년의 ‘한일 우정의 해’가 무색할 정도로 그 어느 때보다 소원했던 한일관계가 내년에는 복원될 수 있을 지도 주목된다.

그러나 총리를 비롯한 일본 지도자들의 야스쿠니(靖國) 신사참배 강행과 끊이지않는 ‘망언’ 등 왜곡된 역사인식에 대해 일본측이 시정할 의지가 크게 없어 보인다는 점에서 한일간 냉기류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외상이 18일 ‘일한 국교정상화 40주년에 즈음하여’라는 제목의 담화에서 “과거를 둘러싼 한국 국민의 심정을 엄숙히 받아들인다”고 발언한 데 대해 반기문(潘基文) 외교장관이 19일 일본 지도자들의 언행일치를 주문한 데서도 싸늘한 분위기는 느껴진다.

작년부터 연 2회 상대국을 방문하는 한일간 ‘셔틀 정상회담’은 이미 중단됐다.

연말 일본을 방문할 차례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에게 방문 연기를 통보했다고 일본의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19일 보도한 바 있다.

한일간 정치적인 교착에도 불구하고 양국간 사회.문화.경제 교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점은 주목되는 대목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 정부는 일본과는 정치와 그 외에 일반적 관계를 엄격히 분리해 대응하고 한류를 바탕으로 일본내에 친한의식을 키워간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역사왜곡과 신사참배 강행, 망언에 대해서는 기존대로 엄격히 대응하되 이로 인해 불필요한 대립은 가능하면 삼간다는 게 골자라고 할 수 있다.

용산기지 이전과 주한미군 감축.재배치 등을 골자로 한 한미동맹 재조정 작업은 내년에 사실상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2004년 합의된 11개 주한미군 기지반환은 ‘환경치유’ 과정을 거쳐 내년 상반기에 우리 품에 안길 것으로 보이며, 한미동맹의 재조정의 마지막 과제인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도 내년 중에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내년 상반기에 한미 외교 수장이 참여하는 장관급 전략대화가 출범할 예정이며, 양국간 굵직한 현안에 대한 정례적인 논의가 이 틀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보여 한미관계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 강화도 내년 외교 목표의 하나로 설정됐다.

정부는 세계 10위 경제권 진입을 노리는 우리나라의 위치에 걸맞게 무상원조와 해외긴급구호, 비정부기구(NGO)와의 협력을 늘려 국제사회에서 역할을 확대해 간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이를 위해 ODA(공적개발원조) 예산을 3년내에 지금의 2배로 늘리는 방안이 추진중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ODA 예산은 GNP의 0.06%로 유엔의 권고수치인 0.7%,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0.24%에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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