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 : 최근 중국 지린(吉林)성 옌지(延吉)시에서 탈북민 2명이 북송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 국가보위성이 유인 납치를 위해 일부러 탈북을 조장했지만, 한국에 이미 정착해 있던 가족이 걸려들지 않자 체포해 북한으로 끌고 갔다는 건데요. 김채환 기자가 보도합니다.
“가족이 탈출했는데, 체포됐다. 직접 와야 겠다.” “(북한) 보위부 전화를 줄 테니 직접 통화해 봐라.” 탈북을 도와준 한 여성으로부터 온 다급한 전화에 이 모(50대) 씨는 처음엔 당황했지만, 바로 위험을 직감하고 중국에 가지도, 전화도 하지 않았습니다.
알고 보니 이 여성도 북한 측의 협박을 당하는 상황이었고, 이 모든 게 북한 보위성이 짠 각본이었습니다. 북한의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 유인 납치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는 겁니다.
북한 사정에 밝은 대북 소식통은 9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북한 보위부는 양강도 혜산시 주민 2명이 탈북을 하는 사실을 알고도 방치했다가 자신들의 의도대로 진행되지 않자 이달 초 중국에서 체포해 북송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 “중국에 살고 있는 탈북 여성(30대)이 유인 납치조에 중개자 역할을 맡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여성은 북한 보위부의 협박에 못 이겨 탈북민과 그의 가족을 연결해주면서 이번 사건에 깊숙이 개입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작전의 최종 목표물은 한국에 정착해 살고 있는 이 모 씨였다”면서 “그가 다양한 수법에도 동요하지 않자 체포된 가족을 다시 북송해 버리고 만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한국에 정착해 살고 있는 탈북민들을 회유와 협박을 통해 납치하는 것은 북한 보위부의 오랜 수법입니다. 남겨진 가족들을 한국으로 데려오려고 한다는 점을 인지한 북한 보위부가 중국에 나온 이들을 전화 위치추적 등을 통해 납치를 시도한다는 겁니다.
최근엔 이런 작전에 중국 공안(公安) 당국이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탈북 여성들 중 일부는 인신매매로 중국인과 살다 탈출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후 아이를 찾으러 갔다가 중국에서 체포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 역시 전화 도청 및 위치추적을 통한 북한 보위부와 중국 공안의 합동작전에 걸려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자유를 찾아 한국에 왔지만 인질로 잡힌 가족 때문에 북한인권의 피해자로 살아가는 탈북민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북 소식통은 “탈북민들은 북한 정권의 회유에 넘어가 중국행을 택하는 일은 삼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