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우리의 힘을 필요로 한다

한국정부는 지난달 30일 아프간의 안정화와 재건을 위해 민간으로 구성된 지방재건팀(PRT) 요원을 확대하고 이들을 보호할 적정수의 경찰 및 군 경비 병력을 파견할 것이라 밝혔다.

이에 대한 찬반의 입장이 크게 대립하고 있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아프간은 매우 위험하며, 군사적 활동인 PRT는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 주장한다. 반면 찬성측에서는 아프간의 재건에 한국도 국제사회 일원으로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주장을 피고 있다.

언론사와 많은 단체들이 각자의 입장을 밝히고 있는 가운데, 반대측의 주장은 지난주에 발간된 한겨레21과 위클리경향에 잘 소개돼 있으며, 찬성측의 입장은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제작한 동영상에 잘 담겨있다 판단된다. 이곳에 이들의 주장을 소개하고 이를 토대로 아프간 PRT 파견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PRT는 군사조직, 아프간 전황 매우 불안

정부의 입장이 발표되자,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정부 파견 계획에 반대 입장을 담은 사설을 싣고 각 계열사 주간지를 통해 파병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11월 13일자 한겨레21은, ‘아프간 재파병, 그러나 거긴 여전히 아수라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PRT는 군이 주도하는 조직이라며, 군사적 성격으로 인해 아프간 재건에 도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PRT를 둘러싼 ‘군대’의 아우라 때문에 지방재건팀은 그동안 아프간에서 활동하는 NGO들로부터 비판 받아 왔으며, 민사작전도 제대로 펼 수 없다고 신문은 전한다. PRT가 재건사업에 투입되면 현장에서 군과 민간요원 구분이 모호해져 인도적 지원 활동가들의 안전이 위태로워지고, PRT는 가시적 성과를 위해 군벌이나 부족 지도자 등의 숙원을 들어주려하고, 인도 지원 단체는 주민들의 실제 요구에 민감할 수밖에 없으므로, 둘이 사이가 좋게 지낼 수 없다는 설명이다.

또한 2002년부터 시작된 PRT의 성과가 미미하다고 신문은 지적한다. 강력한 중앙정부의 부재 속에 진행된 PRT 사업은 각종 범죄와 부족․종족간 갈등을 막지 못했으며, 탈레반의 자금줄이 되고 있는 아편 재배 역시 통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재건사업 진전을 가늠하는 ‘도로’ 건설은, 수도 카불로 통하는 동서남북 도로 모두 탈레반에 장악 돼 있어, 이것 역시 성과가 없다고 꼬집었다.













한겨레21 사이트에 올라온 기사 모습(위), 위클리경향 기사에 대한 독자의 댓글
11월 17일자 위클리경향은 ‘죽음의 땅에 왜 다시 가나’라는 제목의 기사로 주로 아프간 치안 상황을 근거로 파병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위클리경향은 우선 아프간은 전 지역이 전장이나 다름없어, “안전한 곳이 한 곳도 없다”며, “아프간 주둔 병력의 사망자가 2007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 2008년 295명, 2009년(10월까지) 448명이 각각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문은 한국군이 재파병될 경우, 탈레반은 2007년 인질석방의 약속을 어긴 것으로 간주, 한국군을 테러의 표적을 삼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아가 중동 지역에서 한국 국민이 알 카에다의 테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유엔 아프간 재건을 위한 24개 결의안 채택, 그러나 한국은 아프간 지원에 소홀했다.

찬성의 입장을 가진 KIDA는 ‘아프간 파병 어떻게 볼것인가’란 제목의 정상돈 KIDA 연구위원 해설을 담은 동영상을 18일 표했다. 정 연구위원은 우선 아프간 재건이 국제사회의 주요한 과제임을 강조했다. KIDA 자료에 따르면 유엔은 9.11테러 이후 현재까지 24개의 결의안을 채택해 국제사회에 아프간 국가 재건을 돕도록 요청했다. 이에 43개국이 파병을 통해 군사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경제적으로는 총571억 5천만 달러가 지원됐다. 정 위원은 그러나 한국군은 2007년 이후 철수했으며, 경제적 지원 규모는 국제사회의 지원규모의 0.17%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국제사회의 주요 과제인 아프간 재건에 한국이 너무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KIDA에 올라온 동영상 슬라이드 모습
정 연구위원도 아프간 치안이 매우 불안하다는 점은 공감한다. 그는 “탈레반의 저항이 더 강해지고 이에 반해 대선 부정선거 논란으로 아프간 정부의 정통성은 훼손됐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당장 미군과 동맹군이 패전을 감수할 정도의 상황은 전혀 아니다”며, “향후 1년 동안 전황을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정 위원은 주장한다. 만약 적절한 시기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탈레반이 아프간을 다시 장악할 경우, 아프간은 내전에 휩싸이고, 탈레반이 재집권하게 된다면 아프간 주민들의 인권 상황은 물론 전 세계가 지금보다 더 위험하게 될 것이라 정 연구위원은 강조한다.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할 경우 알 카에다에 은신처를 제공할 수 있으며, 이는 9.11 테러와 같은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탈레반 재집권은 아프간 주민들에게 큰 고통을 남길 것이다.

자주 들려오는 탈레반의 테러 소식과 대선 부정선거 논란, 카르자이 정부의 무능 등에 비춰보면, 아프간 상황이 매우 위험하고, PRT사업의 성과가 미미하다는 파견 반대쪽의 주장은 사실로 보인다. 그러나 위험을 이유로 아프간 재건에 국제사회가 등을 돌린다면 아프간이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사실일 것이다. 탈레반의 재집권이 아프간 주민들에게 큰 고통을 줄 것이라는 것도 말이다.

아프간에서 취재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주선 사진작가는, “탈레반은 ‘설마 인간으로서 그럴 수 있을까’라는 통념을 뛰어넘을 수 있는 집단”이라며 “그들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참수형을 행하고 그것도 14살짜리를 내세워 집행시키는 집단”이라고 말한다.

탈레반이 헌법으로 규정한 샤리아 법은 도둑질한 사람은 손가락을 자르고, 간음한 사람들은 돌로 쳐 죽이며, 술을 먹은 사람은 공개 태형에 처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탈레반은 집권시절, 음악을 듣거나 TV 시청을 금지했으며 여자들은 학교도 다닐 수도, 밖에서 일할 수도 없게 했다. 간통을 저지를 경우 남녀 구분 없이 카불 운동장 한가운데서 공개처형을 자행하기도 했다.

PRT 파견, 안전을 철저히 지킬 수 있어야 하며 아프간 장기지원전략 세워야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아프간에 PRT를 파병하되, 안전을 철저히 지킬 수 있도록 병력을 강화해야 하며, 재건사업이 성공할 수 있는 지원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유용원 조선일보 군사전문기자에 따르면 주로 이라크에서 쓰이던 일종의 사제(私製) 폭발물인 IED(Improvised Explosive Device)가 2007년부터 아프간에서 사용되기 시작, 그 피해가 급증하고 있으며, 지난 2년간 IED에 의한 사상자 수가 400% 늘어났다고 한다. 유 기자는 한국군은 “IED에 대처하기 위한 지뢰방호 장갑차량이 전무한 게 현실”이라며 이에 대한 대비책을 강조한다. 또한 “저격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첨단 조준장비와 최신 소총, 신속한 기동을 위한 헬기 지원 등도 필요하다”며, 군 수뇌부가 이에 대처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아프간에서 가장 부족한 것은 물이다. 대부분의 가난한 집의 아이들은
학교도 가지 못하고 어려서부터 집안일을 도울 수밖에 없다.
(출처:책 살람 알레이쿰 아프간-채수문 저)
재건사업의 경우, 그동안의 PRT 사업의 문제점을 면밀히 분석해,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될 것이다. 물 부족과 험한 지형이 아프간 주민들의 가장 큰 불편이라고 한다. 수도시설과 도로는 사회적 간접자본으로 아프간 주민들이 스스로 경제를 개척하는데 근간이 되는 것들이다. 구호사업과 교육, 의료서비스도 중요하지만 아프간의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는 일에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홍규덕 숙명여대 사회과학대학장은 KIDA와 대담에서 “아프간 주민들의 소득 증대를 위해서는 농업지도, 과실수 재배, 유통․수출 등 다양한 임무를 고려해야 하며, 전 세계 오지에서 살아남은 우리의 기업인들과도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홍 학장의 지적처럼 아프간 재건을 위해서는 기업의 역할도 클 것이다. 특히 중동지역에서 건설 산업 등을 진행해본 기업들의 경험은 아프간 재건에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교통난을 겪고 있는 카불의 중심지
(출처:책 살람 알레이쿰 아프간-채수문 저)
2004년 아프간에서 유엔군사고문관을 활동했던 채수문 중령은 ‘살람 알레이쿰, 아프간’이라는 책에서 “죽은 카불이 살아났다”고 말했다. “…늘어난 차량으로 도로에는 교통신호등이 등장했다. 영어 학원과 컴퓨터 학원은 콩나물시루며 은행도 여러 개가 생겨서 외국 기업의 아프간 진출을 돕고 있다…” 소련의 침공과 탈레반의 등장으로 죽은 도시였던 카불이 아침저녁으로 출퇴근하는 자동차와 자전거로 가득 메워졌다고 그는 전했다.

어렵게 찾은 아프간의 변화가 아프간 정부의 부정부패와 무능 그리고 이를 잘 통제하고 지도하지 못한 연합군의 한계로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다시 정권을 탈환하려는 탈레반의 끈질긴 공격과 이들을 지원하는 국제 테러집단의 힘이 가세해 아프간은 더욱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국제사회는 위험을 이유로 아프간에서 발을 빼기보다 아프간의 변화를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여기에 한국도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이다. 아프간의 긍정적 변화는 한국에게도 큰 도움으로 돌아 올 것이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