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혼 내주 訪韓…대북제재 윤곽 드러날 듯

북한 지도부를 겨냥한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가 조만간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로버트 아인혼 대북·대이란 제재 조정관이 내주 서울과 도쿄를 방문한다. 대북제재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차관보는 29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아인혼 조정관이 대니얼 글레이저 재무부 테러금융·금융범죄 담당 부차관보와 함께 내달 2∼4일 한국과 일본을 방문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글레이저 부차관보는 2005년 9월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의 북한자금 2천400만 달러를 불법자금으로 규정하는 작업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크롤리 차관보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아인혼 조정관의 한국방문 기간에 미국의 추가 제재와 관련한 발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이번 방문은 미국의 추가 제재조치 발효에 앞서 한미간의 의견조율 과정으로 읽혀진다.  


이미 알려진 바대로 미국의 대북 추가 제재는 ▲제재대상 지정 ▲제재대상 북한 기관이나 개인과 거래하는 제3국 금융기관에 해당 명단 통보 및 거래중단 권고 ▲제3국 금융기관의 비협조시 미국 금융기관과 이들 제3국 금융기관간의 거래 중단 등 3단계로 이뤄질 예정이다.


이같은 미국의 제재는 북한의 두차례의 핵실험에 따른 유엔 안보리가 취한 대북 제재결의 1718호와 1874호에 근거를 두고 있다. 사치품 거래나 북한의 위조지폐나 마약, 가짜담배 판매 등 불법행위와 관련된 개인과 기업(또는 기관)의 제재 리스트를 작성해 계좌 동결 및 거래 중단 등 독자적인 제재를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북한과 금융거래가 있는 3국의 동참도 이끌어 내 북한에게 강도 높은 압박을 구사하겠다는 의도다. 국제금융 시스템상 미국 금융기관과 거래가 차단될시 사실상 국제 금융거래에서 고립되기 때문에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금융기관의 협조도 충분히 가능하리라는 기대다.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방침 발표 이후 김정일의 해외 비자금의 상당수가 은닉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룩셈부르크가 해외계좌를 통한 돈세탁 등 북한의 불법행위를 면밀히 주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미국은 이같은 조치를 취하기 위해 의회입법 방식이 아닌 행정부의 재량사항인 ‘행정명령’으로 취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아시아 방문 일정에 중국이 빠진 것은 한·일, 유럽 등과 조율된 입장을 통해 중국 설득에 나서겠다는 행보로 읽힌다. 대북제제의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동참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조율된 입장을 갖고 다음달 말 방문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크롤리 차관보는 “중국은 (대북) 레버리지를 사용해 북한이 기본적으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독려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핵확산 우려와 관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같은 구체적인 부문에서 (결의사항을 이행해야 할) 책임을 갖고 있다”며 “우리는 중국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국제적인 의무를 준수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유럽, 중국, 동남아시아 등 12개국 개설 계좌 37개 중 중국 개설 계좌는 16개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