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국군포로’…탈북 딸 우여곡절 끝 입증

북한을 탈출한 딸이 우여곡절 끝에 북에서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6.25전쟁때 끌려갔던 국군포로였음을 법정에서 인정받았다.


2004년 탈북해 제3국을 거쳐 2008년 5월 한국땅을 밟게 된 김모(44.여)씨에게 국군포로 출신 아버지는 북에서는 늘 숨겨야 하는 존재였다. 어머니는 김씨가 어렸을 때부터 친척 이외의 사람에게는 아버지에 대해 말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북에서 국군포로 가족은 곧 `토대(출신성분)’가 안 좋은 집안으로 통했고 차별과 핍박의 근거가 됐기 때문이다.


김씨의 아버지는 15년간 징역을 살았고 탄광에서 일하다 폐결핵으로 눈을 감았다.


하지만 남한에 정착한 김씨는 아버지가 국군 포로였다는 것이 숨겨야 할 일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곧 아버지의 명예를 되찾기로 결심했다.


김씨는 아버지의 이름, 생년월일, 본적, 그리고 2사단 17연대 소속이었다는 인적사항을 제시하며 자신을 `억류지 출신 포로가족’으로 등록해 줄 것을 신청했으나 국방부는 이를 거부했다.


국방부는 육군이 보유한 자료 등을 확인한 결과 김씨의 아버지와 이름이 일치하는 사례가 한 명 있긴 하지만 이름 이외의 다른 근거가 없어 동일인임을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김씨는 아버지의 국내가족을 찾아 DNA 검사를 받아보고자 본적지인 철원군 각 읍ㆍ면사무소의 제적부를 샅샅이 뒤졌지만, 한국전쟁 이전에 보관했던 자료는 전쟁통에 대부분 소실됐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결국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여러 정황상 아버지가 국군포로임이 인정됨에도 확인이 안 된다는 이유만으로 신청을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며 행정소송을 냈다.


김씨와 한 동네에서 살던 탈북자 출신 지인들도 보증서를 작성해주고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등 김씨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법원은 마침내 `육군이 가진 기록상에 나타나는 이름은 김씨의 아버지와 동일인물로 보인다’며 김씨의 아버지가 북에 억류중 사망한 국군포로임을 인정해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박정화 부장판사)는 최근 선고공판에서 “김씨는 아버지의 생년월일과 본적, 소속 군부대를 진술했는데 이는 변론 등에서 나타난 병적증명서, 거주표 등의 내용과 일치할 뿐만 아니라 가족이 아니라면 쉽게 알 수 없는 내용”이라는 점을 들어 이같이 판단했다고 25일 밝혔다.


또 “2사단 17연대에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여러 명이었다고 볼만한 정황이 없고, 김씨와 함께 탈북한 사람들이 작성해준 보증서 또한 거짓일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