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왜 이제 오셨어요”

“아버지, 제가 아버지 딸 백화예요. 왜 이제야 오셨어요….”

25일 인천시 연구수 적십자병원에 마련된 화상상봉장. 56년 만에 남편과 아버지를 마주한 아내와 자식들은 연방 `여보’, `아버지’를 부르며 원망과 회한의 눈물을 주룩주룩 쏟았다.

황해도 옹진군이 고향인 김병윤(95) 할아버지. 한국전쟁의 난리 속에 `남자들은 발견되면 죽는다’는 소문에 무작정 뛰쳐나온 길이 반세기 이별의 길이 돼버릴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전쟁이 끝났어도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처지가 된 김 할아버지는 남한에 정착해 가정을 꾸리고 새로운 삶을 살아왔지만, 북에 두고 온 아내(85)와 어린 자식들은 평생의 한이 됐다.

“아버지, 어머니가 왔는데 모르시겠어요?”
50여 년의 세월 속에 이제는 노인이 된 아내와 자식들이 커다란 스크린 너머로 애타게 `여보’, `아버지’를 불렀지만, 치매증세가 있는 김 할아버지는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다.

그러나 딸 백화(60) 씨가 “아버지, 제가 백화예요. 아버지가 나 업고 엿도 사주고 그랬잖아요”라며 울먹이자 그제야 김 할아버지도 “응 백화, 네가 백화야…”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백화 씨는 “집이 폭격 맞아 없어진 뒤 엄마가 얼마나 고생하며 살았는지 아버지 옆에 모시고 엄마 고생한 이야기 다 해드리고 싶어요”라며 눈물을 쏟았다.

아들 수현(58) 씨도 “아버지랑 헤어지고 벌써 56년 반세기가 지났어요. 명절에 찾아뵐 수 없었던 자식을 용서하십시오”라며 넙죽 큰절을 올렸다.

수현 씨는 “혈혈단신으로 남한으로 내려간 아버지가 대가족을 이루고 잘 살고있어 다행”이라며 “다음에 통일 돼서 모두 고향에서 다시 만나자”면서 재회를 기약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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