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숟가락 북에 있어요’

“아버지 숟가락이 아직도 북에 있어요. 돌아가신 어머니가 아버지 숟가락이라고 고이 간직하고 있으셨습니다”

24일 제2차 남북이산가족 화상상봉 부산-평양 화상상봉에 나선 북측 상봉가족 김옥경씨는 병으로 의식이 흐려져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남측 아버지를 안타까워 하며 아버지를 그리워하다 죽은 북측 어머니와 가족들의 마음을 전했다.

이에 김병수(91) 할아버지의 남측 큰 며느리인 이금년씨는 “아버님이 병으로 의식이 흐릿하시면서도 `간다’라는 말을 끊임없이 중얼거리신다”며 “`어딜가시냐’고 물으면 `이북 간다’고 했는데 그렇게 기다렸던 북쪽 아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아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날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에 나온 김 할아버지는 자신이 월남할 때 뱃속에 있던 북측 아들 김옥경씨와 화면을 통해 만났으나 병으로 아들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해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이날 오전 8시 화상상봉이 시작되자 김 할아버지의 북측 아들과 며느리, 남측 큰 아들과 며느리는 가족사진을 보여주며 이름과 생사를 확인하는 등 서로 안부를 물었다.

북측 아들과 며느리는 병으로 자신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아버지를 상봉 내내 애처로운 표정으로 바라보며 눈물을 훔쳤다.

이에 김 할아버지의 남측 아들과 며느리가 `아들아’라고 한 번 불러보라고 하자 김 할아버지는 병으로 지친 쇠잔한 목소리로 “아들아”라고 들릴 듯 말 듯 부르며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해 적십자사 관계자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그러나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는 김 할아버지의 눈에는 알듯 모를듯 눈물이 맺히기 시작하고 옆에 있던 큰 아들은 어느새 흐르기 시작한 아버지의 눈물을 손수건으로 훔쳤다.

김 할아버지의 남측 큰 아들인 김봉철씨는 “1년 전 아버지가 건강할 때만 해도 통일되면 북한에 갈 거라며 매일 산에 운동하러 갔었다”며 “북에 가고 싶은 마음에 지금까지 살아오신 것 같다”고 말했다.

화상상봉이 끝나기 전 북측 며느리는 남측 큰 며느리에게 “작은 동서 고마워. 동서 임무가 커요, 통일되는 그날까지 아버지 잘 모시세요”라며 김 할아버지 부탁을 잊지 않았다.

화상상봉장을 나서며 김봉철씨는 “생전 처음으로 보는 형이지만 핏줄은 못 속이는지 북측 형님의 얼굴을 처음 보는 순간 울컥했다”며 “1년 전에만 이런 일이 있었어도 아버지가 형님을 알아볼 수 있었을텐데”라며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