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다른 가족들처럼 아버지가 있게 남자를 한명 사오자고 했는데…”
8일 오전 이뤄진 제3차 남북이산가족 화상상봉에서 북측 가족을 찾았던 남측의 강은택(92)씨는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에서 한국전쟁 때 헤어진 아들 정건(62)씨와 큰딸 복순(68)씨, 막내딸 강선(56)씨를 화상으로 만났다.
강선씨는 자신이 한 살 때 헤어진 아버지가 너무 그리워 어릴 적에 어머니에게 “동네 다리에 남자들이 많이 지나다니는데 우리도 한 명 사와 남들처럼 아버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졸랐다는 얘기를 들려주며 50여 년간 가슴에 묻어 두었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털어놓았다.
그녀는 또 “어머니가 아버지 생각에 혼자서는 환갑상을 받지 않겠다고 고집해 결국 환갑상도 받지 못한 채 돌아가신 것이 너무 가슴 아프다”며 아버지를 그리워하다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에 말을 잇지 못했다.
강선씨는 “어머니가 전쟁 때 폭격을 당해 화상을 입고 병으로 눕는 바람에 복선 언니가 고생을 많이 했다”며 “어릴 때는 아버지가 우릴 버리고 남으로 갔다고 생각해 아버지 원망도 많이 했다”고 말해 아버지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다.
강선씨는 “세상에 태어나 아버지라고 처음 불러본다”며 “통일되는 날까지 부디 몸 건강하세요”라며 다시 헤어지는 것을 아쉬워했다.
아버지 은택씨도 “전쟁 폭격에 잠시만 피하면 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다”며 “내가 없었는데도 잘 자라 준 것이 너무 고맙고 통일이 되면 꼭 다시 만나자”며 눈물로 상봉을 마쳤다.
정건씨와 복순씨는 화상상봉 내내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를 쳐다보기만 해 지켜보던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