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찾는대서 까무러칠 뻔”

“돌아가신 줄만 알았던 아버지가 찾는다고 해서 까무러칠 뻔 했어.”

경기도 양주군 회천면에서 살다 먹을 것을 찾아 북으로 떠난 후 6.25전쟁으로 아버지 이기현(90)씨와 헤어진 북측 딸 리강순(72)씨와 강연(70)씨는 8일 제3차 이산가족 화상상봉에서 “아버지 내가 강순이예요. 저 강순이 언니 동생 강연이예요. 우리는 모두 잘 있어요”라며 울먹였다.

두 딸은 “아버지 돌아가셨다는 소식 들었는데 어떻게 된 겁니까”라고 물었다.

아버지는 두 딸이 묻는 안부에 ‘알고 있다’고 고개를 끄덕일 뿐 말을 하지 못한 채 계속해서 손수건만 적셨다.

강순씨는 “아버지, 기선이 삼촌도 아버지가 찾는다는 얘기를 듣고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며 “상봉장에 나오려고 했는데 아버지 보면 또 쓰러질까봐 병원에 안정시켜 놓고 왔다”며 반세기만의 상봉을 안타까워했다.

이들 가족의 화상상봉에는 남측의 딸 강분(64)씨와 사위 손억근(63)씨, 이기현씨의 여동생인 북측의 리기순(73)씨가 나와 그간의 삶과 고향 얘기를 하며 50여년의 세월을 더듬었다.

언니 강순씨는 “강분아, 갈라져서 사는 거 한시도 잊은 적 없다. 이 날 이 때까지 잊지 않고 살아왔어”라며 “강연이와 고모, 친척들은 다 잘살고 있으니까 걱정하지마라”고 말했다.

누나.동생과 함께 북으로 넘어갔던 아들 강석(71)씨에 대한 소식도 들은 아버지는 잘 듣지는 못해도 딸들이 강석이의 이름을 대자 ‘우리 강석이’ 하며 큰 소리로 이름을 불렀다.

강순 씨는 “10년 전 남한 신문 기사 보니까. 아버지와 같은 이름을 가진 길가던 노인이 미국놈의 발길에 차여 죽었다는 얘길 듣고 우리 아버지가 죽었구나 하고 얼마나 걱정을 많이 했는지 몰라”라며 “그게 사실이 아니어서 기쁘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강연씨는 “우리 동생 생년월일이 언제인지 알아야 그날을 기억했다 여기서 축하해 주지”라며 “가족의 생일을 다 일러주면 여기에 있는 가족들이 그날을 기억해 한자리에 모여 축하해주겠다”고 말한 뒤 메모지에 생일을 적었다.

화상상봉 중간에 남측에 있는 막내 강희씨가 울면서 등장하자 북측 언니들은 “강희야 울지마라. 나는 너무 반가워서 눈물도 안 난다”며 “내 말 똑똑히 들어라. 천만 다행히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 잘 살고 있다”고 위로했다.

그러면서 “강희야, 얼굴을 하나도 모르겠어. 길에서 만나면 싸움을 해도 모르겠다”면서 “빨리 통일돼서 온 가족이 한데 모여 잘 살자”고 말했다.

북에 있는 두 언니는 남한의 동생들에게 “아버지 잘 모셔라. 알겠지”하며 “아버지 모시고 이제 너희 먼저 나가라. 너희가 모시고 나가는 거 봐야 우리 마음이 편하지”라고 작별 인사를 건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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